신동은 대전보건대학교 교수

▲ 신동은 교수

휴 베어드 대학(Hugh Baird College)은 영국의 부틀(Bootle)과 리버풀(Liverpool) 인근에 위치한 계속교육대학이다. 대학은 2012년 고등교육 과정 운영을 대학의 주요 전략으로 설정한 이후 고등교육학장 임명, 교수진의 역량강화, 고용주의 참여 확대, 학생 지원 강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주로 창의 산업, 경영, 건강과 사회 돌봄, 교육, 정보기술, 서비스업 등의 분야에서 파운데이션 학위(전문학사에 상응)와 탑업 과정(전공심화에 상응)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 영국 고등교육품질보증원의 평가에서 ‘매우 우수’ 평가를 획득했다. 휴 베어드 대학의 고등교육 과정은 센트럴 랜카셔 대학과 엣지힐 대학의 승인을 얻어 운영하고 있다. 휴 베어드 대학의 고등교육 정책과 파운데이션 학위과정인 아동&청소년 서비스(Children, Young People and their Services) 학과의 운영 사례를 통해 영국 고등직업교육의 특징을 살펴본다.

■교육과정 개발은 학습성과 중시 = 1997년 디어링 보고서(Dearing Report) 발표 이후 다양한 기관에서 고등교육을 운영하게 되면서 영국은 교육의 품질보증 방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할 일반적 성과와 전문적 성과의 표준을 만들어 학과 교육을 가이드하는 방식이 채택되면서, 영국은 고등교육 자격체계, 전공 분야 기준자료(subject benchmark), 파운데이션 학위 기준자료(foundation degree benchmark)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요구의 수준을 정의했다. 학과는 분야별 전문협회, 인증기관, 국가직무능력표준, 지역산업체의 요구와 국가적 차원의 기준 자료를 바탕으로 학과 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학습 성과를 설정해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 방법을 공개하고 있다.

휴 베어드 대학은 학과별 학습 성과를 ‘지식과 이해’, ‘해당 분야 기술’, ‘사고하는 기술’, ‘고용가능성ㆍ개인적 발달 관련 기술’의 네 가지 영역으로 제시하여 지식과 기술 뿐 아니라 인지적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동&청소년 서비스 학과는 파운데이션 학위 기준 자료, 아동인력개발협의회(Children’s Workforce Development Council)에서 제시한 '공통의 핵심 기술과 지식', '기술발달을 위한 프레임워크', 지역 산업체 의견을 반영하여 학습 성과를 정의했다. '공통의 핵심 기술과 지식'은 유아&청소년 분야 전문가들이 갖춰야 하는 필수 역량을 6개 영역으로 나누어 해당 지식과 기술을 제시하고 있으며, '기술발달을 위한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역량의 달성 수준을 학위 수준별로 제시하고 있다. 학과에서 지명한 외부 평가자는 학과의 학습 성과가 다른 교육기관에서 제시한 수준과 동등한 것인지를 검증한다.

휴 베어드 대학은 학생들이 학습 성과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세가지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첫째, 교육과정은 학습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모듈은 학습 성과와 연계되어 모듈 단위의 학습 성과를 설정하고, 주 2일의 유급 또는 봉사 형태의 현장실습을 통해 이론과 실무의 통합을 도모한다. 둘째, 영국의 학점(크레딧)은 강의 뿐 아니라, 모듈에 안내된 방식의 자율학습 시간도 포함해 운영한다. 학습 기술은 모든 모듈에서 다루어질 정도로 중요한 학습요소로 간주된다. 셋째, 튜터는 매주 1시간 학생을 일 대 일로 만나 학습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지원한다. 튜터는 학생들의 작업을 뒤돌아보고, 학습과 현장의 활동을 통해 개인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비추어 달성 정도를 모니터링하고 검토한다. 학생의 종합적 성과는 일종의 포트폴리오인 자기발전계획(PDP)을 통해 관리한다. PDP는 졸업 시점에 학생들이 달성해야 하는 것들을 준비하고, 학생 자신의 강점을 평가해 이를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는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대학은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이러닝을 강조하는데, 이러닝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학습 속도와 학습 유형에 따라 자율적인 학습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 휴 베어드 대학 홈페이지(www.hughbaird.ac.uk) 캡쳐

■교수학습 역량개발에 주력 = 주로 활용되는 교수방법은 강의ㆍ그룹 활동ㆍ워크숍ㆍ토의ㆍ세미나ㆍ현장실습 멘토링 등으로서, 교수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소규모 강좌, 교수와 학생 간의 밀접한 관계는 계속교육대학이 가지고 있는 강점으로서, 이러한 교수학습 방법이 활용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대학은 탁월한 교수학습 운영을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설정하고, 교수진의 역량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신임교수의 교수학습 능력을 관찰 평가하고, 교수학습법의 개선이 필요한 교수자는 컨설팅을 제공한다. 교수진의 교수학습능력은 ‘수업 준비’ 측면에서는 평가 계획이 모듈의 학습성과와 명확하게 연계되었는지, 피드백의 결과를 반영해 평가하는지를 검토한다. ‘수업 운영’ 측면에서는 교수학습방법의 적절성, 학생의 참여 증진, 학습 자료의 질 등을 포함하여 평가한다. 이와같이 교수학습 지원은 교수법에 한정되지 않고, 체계적인 교과 계획과 운영 전반에 걸쳐 제공한다. 또한, 교수진은 전공 분야의 현장 경험을 수행할 기회를 정기적으로 가짐으로써 현재 산업체의 동향과 표준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평가결과 피드백 학습에 반영 = 영국의 고등교육품질보증원은 평가의 기능을 ‘학습을 위한 평가(형성평가)’와 ‘학습의 평가(총괄평가)’로 나누고, ‘학습을 위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상응하여 휴 베어드 대학은 평가 결과의 피드백을 강화해 학습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평가 결과의 피드백 시기, 피드백 방법 등을 자세하게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피드백은 평가 이후 15일 이내에 제공하고, 피드백 방법은 사실적인 요소가 있는 시험이라면 정답의 아웃라인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 성적 분포를 알려줘서 자신의 위치를 알게 하거나, 일반적인 오해나 전형적인 오류를 제시해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학생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항을 명확히 인지하게 해주는 피드 포워드(feed forward)의 기능을 할 수 있다. 학과는 연례 모니터링에서 학생들에게 피드백의 효율성을 조사해 검토하고 있다.

대부분 모듈에서 복수의 평가 방법이 이용된다. 또한 실습 교과목도 실습 역량과 인지적 차원을 평가하는 방법을 함께 활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전공 지식의 활용 능력과 자료에서 적절한 지식의 선정, 지식의 조직화, 다양한 문서로 작성하기 등 기술 습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휴 베어드 대학의 파운데이션 학위과정은 내ㆍ외부의 검증을 거쳐 학생 평가 정책을 결정한다. 내부 검증은 담당 교수를 포함한 복수의 교수진이 모듈의 평가 계획이 학습 성과와 잘 연계되어 있는지 검토하며, 외부 검증은 모듈의 시험 내용과 형식이 평가 기준을 정확하게 적용했는지 검증한다. 프로그램의 리더는 평가 형태, 평가 결과 제출 시기 등을 포함한 연간 평가 계획을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직업교육의 등가성 확보 주목 = 간략히 살펴본 휴 베어드 대학의 운영 사례가 우리 전문대학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영국이 다양한 성격의 교육기관에서 운영되는 고등(직업)교육의 등가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정부는 학위과정의 수준별·학문 분야별 실효성있는 기준 지침을 개발했고, 전문협회는 해당 분야에서 요구되는 핵심 역량을 정의했다. 학과는 이러한 자료와 지역 산업체 의견을 반영해 학습 성과를 구체화한다. 학습성과는 학과의 교육과정 개발·운영·교수학습·평가·학생 지도의 준거가 되며, 내ㆍ외부 평가를 통해서 교육과정 운영과정을 검증해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즉, 영국의 고등직업교육은 학과가 달성할 표준이 공신력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통용성있게 설정되고, 모든 교육 활동이 이를 달성하도록 체계적으로 조직된다는 점에서 교육의 질 보증을 위한 유용한 틀이라 할 수 있다. 이와같은 영국의 사례는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 이후 교육과정의 질 관리 방안이 큰 화두로 대두된 우리나라 전문대학과 고등교육 정책 방향에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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