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조사를 핑계로 한 강제노예서약서(?)
[대학通] 조사를 핑계로 한 강제노예서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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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희 유한대학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11월 첫 날 교육부는 '입학금 단계적 감축 계획 조사' 공문을 모든 대학에 발송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인 ‘대학 등록금 및 주거비 부담 경감’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대학은 입학금 단계적 축소 및 폐지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별로 제출된 추진 계획으로 각종 인센티브의 '기초 자료'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문서 내용을 살펴보면 이건 조사를 핑계로 한 강제서약서 수준이다.

먼저 모든 대학이 입학금 감축 또는 폐지하도록 기준을 만들었다. 분명 대학 성격에 따라, 규모에 따라 대학의 살림살이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일괄적인 하나의 잣대로 대학에서는 감축 계획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한 마디로 국정과제로 돼 있으니 대학의 의견이나 사정은 필요 없으며 그냥 줄이던지 없애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대학이 제출한 계획서를 ‘기초 자료로 삼고자 한다’면서 대학별로 제출해야 하는 계획서 하단에는 이런 내용을 명기했다.

‘(교육부로) 본교가 제출한 입학금 감축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감축을 조건으로 받은 각종 인센티브 지원이 취소되고, 그에 따른 기존 지원액도 반환되는 점을 충분히 양지함을 서약합니다.’

교육부는 서약서를 기초 자료로만 활용하지 않고 대학평가나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시키겠다는 노예계약서 확인서 수준의 문구이다. 한 마디로 국정과제를 달성해야 하니, 대학이 정부지원금을 받고 싶으면 서약해야만 줄 수 있으니 각서를 내라는 것이다.

분명 일부 대학의 무질서한 대학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조사를 핑계로 강제 노예계약서 수준의 각서를 대학별로 제출하라는 것은 정부와 대학의 관계를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생각이 변하면 자세와 태도도 달라진다. 상대방을 낮은 자세로 공손하게 대하면 상대방은 그 대상을 공경하게 된다. 대학은 교육부의 변화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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