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 주현재 교수

2015년 제작된 ‘인턴’은 뉴욕을 배경으로 70세 인턴과 30대 CEO 쥴스와의 우정과 소통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직업기초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장점을 갖고 있다.

70세의 나이에 인턴으로 취직한 주인공 벤(로버트 드니로). 그가 취업한 곳은 평범한 주부였던 쥴스(앤 해서웨이)가 창업한 고속성장 중인 인터넷 쇼핑몰 회사다. 20세기형 인재인 벤에게는 21세기 IT 비즈니스 환경은 녹록치 않다. 물론 회사 역시도 사회적 공헌 차원에서 벤을 임시로 채용했을 뿐 그가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벤은 그냥 그런 인턴이 아니었다. 무려 40년의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경험으로 무장한 특급 인턴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특급 인턴은 나이와 경험을 내세우지 않고 회사와 타인으로부터 늘 배우고자 하는 인성과 태도까지 겸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벤은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하고, 동료들과 CEO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간다.

나는 벤이 회사에서 인정받게 되기까지 그의 훌륭한 인품과 더불어 직업기초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NCS가 도입되면서 전문대학에서 직업기초능력은 이제 필수적인 교육내용이 됐다. 직업기초능력의 본래 의미는 모든 산업 또는 직업에서 기업체의 특성, 성별, 직급 등에 관계없이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다.

나는 영화 속에서 벤이 보여준 대표적 직업기초능력을 3가지로 꼽아 봤다.

첫째, 의사소통능력이다. 입사 후 벤은 동료들과 큰 탁자를 공유하며 함께 일해야 했는데 세대 차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동료들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매너있게 행동함으로써 어른이 아닌 친구처럼 다가간다. 그의 뛰어난 의사소통능력 중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경청능력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벤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 직급과 나이에 상관없이 상대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응대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둘째는 직업 윤리다. 벤은 쥴스의 호출을 받아 들어간 회의실에서 쥴스와 임원 간의 중요한 대화를 듣게 된다. 벤이 밖으로 나오자 쥴스의 비서가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넌지시 물어본다. 하지만 벤은 자기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며 끝까지 함구한다. 직업 윤리는 크게 근로 윤리 공동체 윤리로 구분되는데 벤이 우연히 들은 이야기를 남에게 전하지 않은 것은 이 둘 모두에 해당한다.

셋째는 문제해결능력이다. 쇼핑몰 회사의 특성상 모두가 업무에 바쁘다 보니 어떤 탁자 위에 옷가지와 짐들이 조금씩 쌓여만 가고 있었다. 오직 회사의 CEO 쥴스만이 이것을 못마땅하게 의식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벤이 아침 일찍 출근해서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다. 어쩌면 탁자 위에 짐이 쌓인 것은 사소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한 것은 벤의 문제처리능력이 우수함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현재 전문대학의 직업기초능력 교육은 기본적으로 10가지 영역 중 우선적으로 필요한 능력 2가지 영역을 선정한 뒤 이것을 묶어 1개 교과목으로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벤과 같은 직업기초능력을 함양시킬 수 없다. 왜냐하면 벤이 훌륭한 직업기초능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직장생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고등직업교육의 수준에 걸맞은 직업기초능력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 무엇보다 수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양이든 전공이든 직업기초능력이 함양될 수 있는 경험식 수업이 도입돼야 한다. 토론식 수업은 의사소통과 대인관계를 경험하게 하고 PBL(Project와 Problem을 모두 포함하는)은 문제해결 능력과 정보 활용을 체험케 하는 수업방식이다. 더불어 인성과 품성을 계발하는 교양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지식만으로는 절대 벤과 같은 이가 될 수 없다. 경험은 구체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축적된다. 따라서 학생들로 하여금 미리 그 상황을 경험케 하는 대안적 수업방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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