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드론 활용해 콘텐츠 제작…4차 산업혁명 발 빠르게 대응

학생들 수준 교수에 따라 달라져…새로운 기술·지식 습득해야
특성화만이 살길…학과 교환 통해 경쟁 피해야 생존 가능성 ↑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설립자이자 이사장으로서 20년 이상 대학을 운영해왔기 때문에 가장 대학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총장을 맡고 나니 대학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은 저녁 9시~10시가 되면 학내를 돌면서 남은 학생들에게 간식 쿠폰을 건네며 격려한다. 하루는 학생들 서너명이 넓은 실습실에 불을 다 켜놓고 과제를 했다. 유 총장은 관리과에 실습실 스위치를 4등분해서 실습실 한쪽에 모여 작업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공사에 들어갈 때쯤 궁금증이 생겼다. 영상특성화 대학 특성상 야간까지 학내에 남아 작품 활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왜 학생들이 실습실에 야간까지 남아있지 않을까. 그 이유에 대한 학생들의 답변이 유 총장의 생각을 크게 바꿔놨다. “학교의 실습장비, 컴퓨터 등이 집에 있는 것보다 안 좋아서 집에 가서 해요.” 그 순간 유 총장은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 다음날로 스위치를 4등분 하는 대신 최신 실습 장비를 들여놓았다.

이처럼 유 총장은 총장 취임 전에는 교수들의 내부적 생태, 직원들에 대한 문제, 학교에 필요한 여러 가지 상황 등 경영자적인 입장에서 항상 어떻게 하면 더 절약을 하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할까만 생각했지 어떤 것이 참교육에 필요한가, 재원은 어느 쪽으로 배분해 주로 투자돼야 하는가 등에 대해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일년 등록금이 들어오는 것과 지출되는 것을 보면서 왜 이렇게 소비가 많나, 절약을 해야지라고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라면서 “학교에 와보니까 이게 아니다. 학생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계획돼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한창 배우는 중이다. 배우면서 대학경영을 해나가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 2013년 총장에 취임했다. 대학을 설립한 건 1993년이다. 기업을 경영하다가 대학을 설립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평상시에 영상 쪽에 관심이 많았다. 영상산업을 했었다. 서울에서 케이블TV도 운영했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나라지만 머리 좋은 사람은 많다. 영상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면 세계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할리우드나 홍콩 영화가 굉장히 유행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변변한 방송이나 영상물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을 때다. 그런 꿈을 갖고 대학을 한번 시작해보자 해서 고향인 공주에서 시작을 하게 됐다.”

- 최근 WCC대학으로 선정됐다.
“모든 대학의 초점을 학생들에게 맞추고 있다. 편의시설은 전부 학생 중심으로 바꾸고 있고 바꾼 부분도 많다. 그러다보니까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사실 2011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재학생 충원율이 78% 밖에 안 됐다. 매년 미달이었다. 그런데 올해 4월에는 95.1~95.2%로 충원율이 상당히 큰 폭으로 올랐다. 신입생 충원율도 지난해 100%를 달성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미달 대학이 많았음에도 우리 대학은 100% 충원했다. 그간 여러 가지 성과를 내면서 대학 이미지가 올라가고 학생들의 반응도 좋아지니 WCC 선정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우리 대학이 ‘World Class College’가 된 것이 아니고 더욱 열심히 해서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대학이 세계에서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대학, 우수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 우리 모두 행복한 캠퍼스가 되기 위해 교직원들과 합심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 LINC+ 산학협력고도화형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익사업을 해야 할텐데 예체능 대학으로서 수익사업 모델이 있다면.
“우리 대학은 예체능 계열이지만 LINC+사업에 가장 적합한 대학이 아닌가 싶다. 대표적인 수익사업 중 하나가 세종시 건설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이다. 항공기를 타고 와서 항공촬영도 해야 하고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가 건설과정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대학에 맡겨줘서 5년째 착실히 하고 있다. 연구 용역이지만 동시에 수익사업이다. 이외에도 원자력연구원, 소방서, 교육청, 케이블TV 방송국, 소상공인, 지역방송국 등에서도 콘텐츠 제작에 대해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 교수들이 전부 다 산업체에서 제작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 그런 데 전혀 거리낌이 없으며 역량도 갖추고 있다. 또한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장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콘텐츠 제작을 해보는 실전 교육도 되면서 수익으로 이어지는 등 여러 가지로 유익한 모델이다. 앞으로는 이런 수익모델을 더욱 더 활발하게 진행할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한국영상대학교는 이를 대비해 드론 부분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영상분야에서의 4차 산업분야라면 VR과 AR, 즉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대한 부분과 드론 부분 등 3가지로 나뉜다. 우리 대학은 드론 분야를 그 어느 곳보다 훨씬 더 먼저 시작했다. VR과 AR 분야도 일찌감치 관심을 갖고 연구교수를 세웠다. 교수들도 몇 차례 해외출장을 가서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다. 갔다 오면 학내에서 강의를 진행해 이에 대한 관심을 구성원 전체로 퍼뜨린다. 이런 면에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발 빠른 변신이 굉장히 잘 돼 있는 편이다. 현재 VR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VR기계, 카메라도 여러 대 갖다놓고 시험적으로 촬영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대학은 드론뿐만 아니라 VR, AR까지 4차 산업혁명에 발 빠르게 대응해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 첨단 영상장비들을 갖추는데 학교 재원이 상당히 많이 투입되겠다. 그런 부분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바보스런 사람이 아마 저일 거다. 영상 장비들은 라이프사이클도 짧지만 모두 고가다. 일례로 3D 입체 영상이 한창 유행할 때 한 대당 8~12억원이 넘는 장비를 두 세트 마련했다. 그러나 해당 산업이 죽어버리니까 현재 그 장비들은 창고에서 썩고 있다. 우리대학은 영상 특성화 대학이다. 기초적으로 촬영이나 편집 작업이 많다. 카메라만 180~200대 정도 된다. 시중에 장편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장비 한 세트를 갖추려면 최소 8~10억원 가까이 든다. 광고 찍는 장비는 카메라 한 대만 7~8억원이다. 편집장비는 600만원 정도다. 더 비싼 건 1000만원 가까이도 한다. 그런 장비 수백 대가 필요하다. 이렇다보니 사실 실습 장비를 갖춰놓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애를 먹는다. 국책 사업에 선정이 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결국 적립금을 풀어 선제적인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노후화된 건물은 물론 실습시설, 편집장비, 카메라 등도 최신 모델로 바꿔줬다.”

- 요즘 교수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영상대학교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주관하는 교수학습경진대회에서 5년 연속 수상기록이 있다.
“올해는 낙방했다.(웃음) 학생들의 수준은 교수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교수가 가르치느냐에 따라서 제자의 모습이 달라진다. 교수가 학생에 모범이 되는 인성을 가져야 하는 건 기본이고 전문지식,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데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외부의 세미나, 교육 등에 지원을 해주면서 다녀오라고 독려한다. 교수들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꾸준히 주문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해 우리대학은 앞으로 유학생 1000명 정도 유치하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영어로 강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교수들의 신청을 받아서 영어수업 4주 코스로 진행했다. 참여한 교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번 학기도 진행한다. 겨울방학 때는 잘하는 교수들을 호주나 영어권 국가로 어학연수를 보내주기로 했다. 교수들이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학문이나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학생들이 정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런 공감대를 다 갖고 있다 보니까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 매주 수요일마다 교직원 포럼이 열린다고 들었다.
“수요일 오전 9시부터 교원, 직원이 모두 함께 모여 포럼을 연다.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처음 만들었다. 구성원간의 원활한 소통과 자율적인 의사 개진을 통해 서로 불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는 학교의 방침을 설명하고 각 학과나 부처에서 공유해야 될 만한 사항들을 발표한다. 제가 출장이나 회의를 갔다 오면 수요일에 열리는 교직원 포럼에서 전부 자세히 설명한다. 한 마디로 보고대회를 하는 것이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세미나, 강좌 등을 다녀온 교수들도 해당 내용에 대해 발표를 한다. 대학 자체적으로 강좌도 연다. 이날 전임교수들은 학내에서 강의 없이 온전히 정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의는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위주로 이뤄진다. 오후 4시 이후에는 등산, 당구, 야구 등 자율적으로 모여 동아리 활동을 하도록 한다.”

-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지역대학 내에서도 MOU를 체결하는 등 그동안 대학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으로 가다가 상생 분위기로 가고 있다.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실현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다. 앞으로 대학은 어려워진다. 이제는 특성화가 아니면 살 수가 없다. 특성화가 잘 돼 있으면 대한민국 어디에 가있더라도 학생들은 오게 돼 있다. 학과 교환을 통해 각자 경쟁을 피할 수 있도록 특성화를 시켜나가야만 앞으로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에 대해 제언을 한다면.
“2023년도면 고등학교 졸업생이 42만명 밖에 없다. 불변의 원칙이다. 진학률이 70% 정도면 입시자원이 30만명 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통 전문대학이 35%를 차지하니 10만명, 일반대학은 20만명 정도 될 거다. 올해는 49만명이었다. 전문대학이 17만명을 뽑았고 일반대학이 32만명을 뽑았다. 전문대학은 7만명, 일반대학은 29만명이 부족하다. 우리 사회적인 풍토는 일반대학, 수도권 중심이다. 과연 학령인구 절벽의 때에 전문대학이 10만명도 지켜낼 수 있을까. 저는 못 지킨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연 전문대학이 몇 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정부 차원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인식하고 대비책을 미리미리 세워달라고 해야 한다. 특히 폐교 되는 대학의 교직원들에 대한 대책이 정부도 없고 대학 자체로도 없다. 구조개혁 기금을 설치해서 대학과 정부에서 각각 절반씩 부담해 그 기금으로 관련 부분을 메워나가도록 하면 어떤가. 마지막으로 재정문제다. 정부가 등록금을 못 올리게 하면 정부가 그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프로젝트 사업별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한 분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 사학이 대한민국 발전에 굉장한 기여를 했다는 것을 정부에서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 같은 자세로 대학을 백안시하고 옭아매려고만 하면 발전적으로 갈 수가 없다.”

▲ 유재원 총장이 최용섭 본지 주간(왼쪽)과 촬영용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유재원 총장은…
인천공업전문대학 토목과와 우송대 국제통상학과 졸업한 후 한양대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건국대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인풍건설 회장, 강동CATV설립·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충남도의회 의원으로 재직했다. 1994년에는 학교법인 인산학원을 설립했으며, 2013년 한국영상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주간 / 정리 = 천주연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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