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교육장관회의] 이동성 촉진 공감대…실질적인 방안 찾기가 관건

▲ 김상곤 부총리가 22일 ASEM 교육장관회의에서 '이동성과 인적교류 증진'을 주제로 한 세션 의장을 맡아 발언하고 있다.(사진=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장진희 기자] 제6차 ASEM 교육장관회의 둘째 날인 22일에는 ‘다음 10년을 위한 협력: 이동성과 인적 교류 증진’을 주제로 본회의가 진행됐다.

균형 잡힌 이동성을 아시아와 유럽 간 확보하기 위해 국제화 과정이 점점 촉진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이를 위해서는 각국 교육의 질 보장 제도를 표준화 하고, 이미 받은 교육에 대한 상호인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참석한 각국 대표단은 이동성 측면에서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좁히는 데 무크(Massive Online Open Courseware) 등 ICT 기술을 활용한 교육이 유효할 것이라고 보고, 6차 회의에서 채택한 ASEM 무크 이니셔티브를 구현하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동성 촉진, 핵심은 국가별 교육 질 보장 체제 구축 = 이날 첫 발제를 맡은 마르티나 루비오바(Martina Lubyová) 슬로바키아 교육과학연구스포츠부 장관은 21세기는 국가단위 경제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가 간 학생 및 인력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세 가지 제시했다.

루비오바 장관은 슬로바키아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면서, 유수 해외기업의 자동차 생산시설이 여럿 슬로바키아에 유치됐고 국가 핵심 산업으로 떠올랐지만 실제 직업교육을 받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 해결책으로는 다른 국가 인재를 유치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상적인 전략이라 볼 수 없으며, 중기적 해결책으로 재훈련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기적 전략으로는 단순히 생산과 조립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분야 R&D를 늘려 글로벌 가치사슬망(Global Value Chains, GVCs)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을 내놨다. R&D를 늘리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젊은이들을 유입하는 등 학생 이동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U에서 실행하고 있는 에라스무스 플러스 사업, 마리 퀴리 프로젝트, 에라스문두스 프로그램이 좋은 예로, 아시아와 유럽 간 교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루비오바 장관은 이같은 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자격인증을 넘어 사전에 습득한 지식에 대해서도 상호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교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다.

나아가 단순 물리적 이동성 뿐 아니라 인적교류를 위해 온라인 툴과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물리적 차이를 보완할 수 있겠지만, 아직 국가 간 인정 및 노동력 교류 측면에서 성공 사례가 충분치 않은 만큼 보완방안으로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나시르 (H. Mohamad Nasir) 인도네시아 연구기술 고등교육부 장관은 아셈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통한 고등교육기관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시르 장관은 “아셈 내의 공동 커리큘럼과 직업 연수 프로그램을 활용해 회원국 학생들이 타 국가의 문화·언어·예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벨기에·브루나이·태국 등의 국가가 아셈 직무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이러닝(e-learning)을 통한 학점 및 학위 이전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시르 장관은 현재 회원국 간 교육 교류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교육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혁신을 꾀하고자 한다. 그러나 국가마다 학사 및 평가 제도가 다르다는 한계가 있다. 비자 등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호인증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진에 대한 교류도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리비우 이스파스(Gabriel liviu Ispas) 루마니아 국가교육부 장관은 자격인정 제도와 관련한 아셈 실무그룹의 논의를 소개했다. 이스파스 장관에 따르면 아셈은 자격 인정 제도를 공유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국경을 초월하는 질 보장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적 이동성 논의를 더 많이 진행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교육과 산업 간 연결을 강조했다. 이스파스 장관은 “루마니아의 경우 교과과정을 현대화해 졸업생들이 산업수요에 맞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대학들이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다국적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근 루마니아 교육부 차원에서 IT교육을 강화해 이론교육을 현장과 균형을 이루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후이칭 린(Huiqing Lin) 중국 교육부 차관은 중국이 고등교육 질 관리에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린 차관에 따르면, 중국은 ‘5 in 1’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고등교육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최고 수준의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어 “고등교육 품질 보증 시스템을 해외 국가들과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의 세계 대학들이 중국 대학에 방문해 교육 품질보장 시스템을 살펴보고 그 우수성을 인정했으며, 러시아와는 인증 프로그램을 교류 중이다. 앞으로도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해 전반적인 교육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자”고 밝혔다.

카즈오 토다니(Kazuo Todani)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은 역시 교류 활동의 근간으로 ‘고등교육 분야 질 보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2012년 교육장관 당시 제안된 아세안 플러스 한중일 유학생 교류 사업을 위해 실무그룹에서 학생 교환은 물론 이동성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했으며, 지난해 승인됐다고 전했다. 토다니 사무차관에 따르면 현재 실무그룹은 아세안과 한중일 국가에서 교환학생의 학사 기록을 교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셍던 라찬타본(H.E. Sengdeuane Lachan-Thaboune) 라오스 교육체육부 장관은 라오스 내의 고등교육품질보장센터에 대해 소개했다. 라찬타본 장관은 “지난 2008년 센터가 수립된 이래로 모든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질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자체평가, 외부평가 및 기술훈련에 대한 표준 등이 주요 평가 지표다. 이에 앞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춰 우수한 결과를 내놓는 기관을 가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하엘 슈바르칭거(Michaerl Schwarzinger)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는 “고등교육 품질 보장을 위해 국가 간 상호 인증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며 “아시아와 유럽 간 협력을 통한 인적 교류도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동성 증진을 위한 실제적 방안 모색 필요 = 각국의 인재를 교류하며 어느 한 국가로 쏠리지 않는 이동성을 늘려야 한다는 화두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는 만큼 실제 방안을 모색하고 결과물을 도출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참여를 촉구하는 각국 대표도 눈에 띄었다.

지난 2008년 1차 ASEM 교육회의를 개최한 독일의 수잔 부르거(Susanne Burger) 연방교육연구부 정책관은첫 회의에서도 학생·인력에 대한 균형 잡힌 이동성을 주제로 논의됐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럽은 모든 시민 최소한 1회 이상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고, 독일은 나아가 2020년까지 대학생 50%가 외국에서 공부하는 경험을 갖도로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동성을 증진할 때 제기되는 어려움은 충분히 검토한 만큼, 이제는 각국의 이동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균형적인 인적 교류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특히 교직원 교류를 늘리는 정책을 강조했고, 이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뿐 아니라 대학 간 긴밀한 협력도 유도할 것”이라고 봤다.

미하엘 라이터러(Michael Reiterer)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는 EU 국가 간의 교육 인적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플러스 사업’을 소개했다. 라이터러 대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 유럽 내 900만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누렸다. 아예 '에라스무스 세대‘라는 말도 나온다. 학생들은 본국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유럽 의회에서는 ’에라스무스+‘에 대한 예산을 증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원국 관계자들에게 ‘에라스무스 플러스 사업’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에라스무스플러스‘를 통해 공동 학위, 복수 전공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시아 학생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아시아 학생 1만 8000명이 유럽에서 공부했으며, 이들에게 1만5000개의 장학금이 제공됐다. 앞으로도 실질적 협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페테리스 바이바스(Peteris Viavars) 주한 라트비아 대사도 에라스무스 플러스 사업을 언급했다. 바이바스 대사는 “학문적 이동성 확보를 통한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대다. 라트비아 고등교육기관의 경우, 국제 학생 비율이 매년 1~2%씩 증가하고 있다. 금년에는 30개국 출신 학생과 연구원에게 98개의 장학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라트비아는 ‘에라스무스 플러스 사업’을 활용해 해외 대학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300여명의 학생과 교·강사진을 교류했다. 지금은 협업을 통한 기회 확대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의견을 밝혔다.

카인 칭 얍(Kain Ching Yap) 말레이시아 고등교육부 차관은 말레이시아의 ‘균형 잡힌 이동성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소개하고, 그 일환으로 2008년부터 매년 8월 운영하는 아세안-유럽 재단의 썸머스쿨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아시아와 유럽 학생들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2주간, 남은 2주는 유럽에서 다문화주의를 주제로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학문적 이동성과 관련해서도 유럽의 교수들을 초대해 아시아-유럽 통합 석사과정(1년) 강의를 2주간 진행하고, 이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대학원생들도 2개월 간 아시아와 유럽에서 인턴십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얍 차관은 다른 아셈 회원국에도 참여를 독려했다.

페타르 안도노프(Petar Andonov) 주한 불가리아 대사는 원격교육에 집중한 사례를 소개했다. 안도노프 대사는 “원격교육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최신의 국제 역량을 익힐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점에서, 또 교육기관 간 공동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면서 “원격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훌륭한 교강사를 확보하고 콘텐츠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불가리아 교육과학부는 웹기반 콘텐츠를 영어와 불가리아어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불가리아는 아시아 국가들과 양자협력을 통해 과학연구 분야에서 국가 간 이동성을 도모하고 있으며, 학문적 교류는 물론 아시아에 자격을 갖춘 인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김상곤 부총리는 한국의 사례를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황폐화 됐고, 자연자원이 거의 없는데다 분단국가이다보니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여건이 불리했다. 그러나 각국의 협력과 지원을 받고 교육열을 기반 삼아 성장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한국도 이제는 유네스코 등 여러 국제기구를 통해 교육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등 ODA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으로 지난 5월 출범한 정부는 향후 인적자원 증진을 위해 우리의 경우 고등교육과 초중등교육을 체계적으로 혁신하고자 한다. 성과를 언급하기는 이르지만, 국내 정치 사회 교육 혁신을 위해 앞으로도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오늘 오신 분들도 지켜보고 협력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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