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광운대 교수(미디어영상학부)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거대한 원론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처럼 실용을 말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양한 의견과 활동이 균형을 잡는 사회가 선진사회인 거죠. 저는 그런 실용학문 중에서도 사각지대를 개척하고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빨간원 프로젝트’를 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환기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빨간원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면 카메라를 볼 때마다 스스로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 이 빨간원 프로젝트의 주인공 이종혁 광운대 교수를 만났다.

빨간원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에 앞서 공공소통연구소의 정체가 궁금했다. “공공소통연구소는 공공캠페인 분야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 제가 실용적인 연구를 다루고 있는 곳입니다. 공공캠페인이라는 실용학문을 ‘어떻게 학교 안에서, 연구자 개인으로 조사하는 정도에서 끝내지 않고 현실적인 참여로 이끌어 낼까’하는 물음에서 설립됐죠.”

그렇다면 빨간원 프로젝트는 어디서 출발한 걸까. 이종혁 교수는 “이 프로젝트는 공공소통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120여 가지 라우드(LOUD) 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몰카 범죄 등에 대해 캠페인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고 생각했다. 대신 개인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청과 협업을 시작으로 현재 빨간원 프로젝트는 전국 경찰청과 도 단위 자치단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쉽고 재미난 ‘실천 캠페인’ 말고도 라우드 프로젝트에는 우리가 알 법한 사례들이 많다. 뒤엉킨 광화문 버스 정류소를 깔끔하게 정리했던 ‘괄호라인 프로젝트’, 안전한 스쿨존을 만들기 위한 ‘노란발자국 프로젝트’,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기 위한 ‘테디베어 프로젝트’ 등 사소하지만 작은 발견에서 비롯된 이 모든 아이디어들은 라우드 프로젝트의 일부다.

이종혁 교수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작은 실천’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길거리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 버리는 행위도 이종혁 교수가 말하는 작은 실천이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커뮤니케이션은 비판하기예요. 그보다 어려운 커뮤니케이션은 대안 제시하기죠. 가장 힘든 커뮤니케이션은 실천하기입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누가 공익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판할 필요도 없고, 필요하다면 내가 하면 되는 겁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작은 실천을 만들어 가고, 그걸 지식과 연계 짓는 것이 바로 제 역할이죠.”

그가 제안한, 혹은 공공소통연구소가 공동으로 제안한 많은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성공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 여부를 묻는 질문들이 바로 대중사회가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대중사회의 마인드예요. 라우드는 대중을 의식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성공해야 한다는 트라우마에 갇힐 필요도 없죠. 이곳에서는 전문가인지, 비전문가인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라우드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누구라도 될 수 있다. 전공자일수도 있고, 비전공자일 수도 있다. 학생이 될 수도 있고, 교수가 될 수도 있다. 라우드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것만이 아니다. 누군가 문제제기를 하고, 이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하나의 대안이 만들어지는데 이종혁 교수는 문제 제기 또한 아이디어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스스로를 ‘커뮤니케이터’라 불러달라고 하는 이종혁 교수는 소통을 ‘진정성’이라고 정의했다. “꾸미지 않은 소통이 화려한 수사와 꾸며진 광고 캠페인을 능가하는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 정말 좋은 소통은 진정성 있는 소통, 본질을 다루는 소통이죠. 해법을 찾아가는 전략적 사고,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 타인과 협업하는 협력적 사고가 바로 제가 지향하는 소통입니다.”

이종혁 교수는 앞으로도 대중의 시각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신의 연구와 참여를 통해 본질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화려하지도, 떠들썩하지도 않은 이 의미 있는 캠페인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계속해서 사회에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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