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성신여대 교수 ( IT학부)

우리나라는 고등교육기관들 중 사립의 비중이 유난히 높다. 일반대학도 80%가 넘고, 전문대학은 무려 90%를 훌쩍 넘긴다. 사립이라는 특성에다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대학에서 비리가 발생했다고 하면 사립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사학에서의 비리가 얼마나 만연하고 심각한지 대부분의 국민들이 학생이나 학부모로서 직접 겪어봤을 테지만, 간접적으로라도 확인하고 싶다면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검색 창에 ‘사학’이란 단어를 쳐보면 된다. 2017년 11월 하순 어느 날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인 구글에서는 연관 검색어로 ‘사학비리신고’가 3번째, 국내 최고의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는 ‘사학비리’가 14번째로 뜨는 실정이다(14번째라고 낮은 것이 아닌 게, 그보다 상위는 거의 모두가 ‘사학연금’ 관련 검색어다).

일에는 선후가 있는 법이고, 기지도 못하는 아이를 뛰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학의 비리를 극복하지 못한 채 ‘세계 수준의 대학’이나 연구를 운위하는 것은 얼마나 가소롭고 위선적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심각한 우리나라의 사학비리의 원인과 그것을 근절할 대책은 무엇일까?

첫째, 교육기관을 자신의 사유물로 취급하는 듯한 사학경영자들의 천박한 인식이다. 모름지기 학교법인이란 공익재단으로서, 설령 설립자라 하더라도 사유물처럼 취급할 수 있는 법적·도덕적 근거는 전혀 없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가 스스로 만든 ‘사학윤리강령’에 1991년까지 포함돼 있었던 “사학을 위하여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유물 같이 다루어져서는 아니 된다”는 마음대로 사학을 운영한다면 대부분의 사학비리가 원천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둘째, 관할관청인 교육부의 부패와 직무유기이다. 교육부 내에서 사립대학을 좌지우지하는 부서는 대학정책실과 그 중 특히 사립대학제도과다. 그런데 과거 이 부서의 실장이나 과장들은 사학법인 또는 학교경영자와 유착해 수많은 교원, 학생, 직원, 학부모들의 고통을 방치 내지 조장한 전력이 있다. 마치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로운 장관이 부임한 이후에도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참지 못한 국민들에 의해 고통스런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다.

셋째, 사학경영자의 일탈을 조장하는 듯한 사회 각 분야의 태도이다. 우리나라 법령 어디를 뒤져봐도 설립자나 그 후손 등의 학교법인에 대한 소유권 인정을 찾아볼 수 없다. 검·경 등의 공권력과 사법부, 언론 등은 설립자 등이 사학재단에 지분이라도 있는 양 취급하고 그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지양해야만 한다. “미국에서는…”을 반복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이런 면에서는 미국을 본받지 않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통령이나 대법원장, 교육부장관, 법무부장관 등이 사학비리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명확한 표현으로 재차 천명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그러한 의사를 피력한 바 있지만, 사학비리에 대한 불관용 입장과 비리관련자들을 교육계로부터 영구히 추방하겠다는 점(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분명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학비리의 예방효과가 클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 사법부는 말만이 아니라 판결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야 한다. 교원이 사학재단과 다툼이 있어 법정에 서게 되면, 그 판결문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교원은 일반 직업인보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운운이다. 교원이 그럴진대, 하물며 수많은 교원을 포함하는 교육기관 전체를 통할하는 사학경영자에게는 얼마나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돼야 온당하겠는가? 그런데 왜 사학경영자의 판결문에서 보는 것은 교원과 반대로 “죄는 무거우나 그동안 육영사업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여” 운운이며 솜방망이 처벌인가? ‘억강부약(抑强扶弱)’은 못할망정 ‘억약부강(抑弱扶强)’이 대한민국 사법부의 정의라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마침 국민권익위원회에서 11월 30일까지 사학비리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사학과 관련된 공금횡령, 계약부정,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를 신고할 수 있으며, 심지어 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국민 누구나 신고할 수 있고 신고자는 관련법령에 따라 철저한 신분보장 및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차제에 사학비리에 고통을 받는 많은 국민들이 신고해 ‘적폐 중의 적폐’를 뿌리 뽑는 일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