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 교수들의 저서발간 실적은 어느 정도나 될까. 저서는 말 그대로 교수들의 연구업적물. 따라서 많은 저서를 발간한 교수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대학은 그만큼 연구 풍토가 진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교수들의 저서 발간 실적은 대학의 연구 수준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 소속 설훈 의원(국민회의)이 우리나라 대학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연구 활성화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 발간한 교육백서 『21C를 준비하는 한국대학의 과제』에서 나타난 교수 저서발간 실적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학교수는 1인당 평균 0.2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그러나 조사대상 대학 가운데 평균인 0.2권 미만인 대학이 60%를 차지하며 0.1권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도 20%나 됐다. 이를 대학별로 보면 아주대 교수들의 저서발간 실적이 수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는 지난 94년부터 96년까지 최근 3년간 교수 1인당 연평균 1.05권을 발간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한성대는 교수 1인당 연평균 0.52권을 발간해 2위를 차지했으며 그 다음은 한국교원대(0.49권), 이화여대(0.42권), 서울대(0.41권)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한국외국어대(0.34권), 중앙대(0.32권), 세종대(0.31권), 고려대(0.28권) 등이 10위안에 들었다. <표1 참조> 반면 조사대상 대학 가운데에는 최근 3년간의 저서발간 실적이 전무한 학교도 있었다. 또 저서발간 실적이 저조한 대학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한 군산대는 교수 1인당 연평균 0.04권을 낸 것에 불과해 1위인 아주대와 무려 26배나 되는 차이를 보였다. 군산대 다음으로 금오공대·침례신학대·인제대 등이 0.05권, 한국기술교육대·조선대·여수수산대·계명대 등이 0.6권을 기록, 저서발간이 저조한 대학인 것으로 조사됐다. <표2 참조> 이처럼 저서발간 실적은 대학간에 극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학별 저서발간 실적을 백분위로 살펴보면 0.5권 이상이 4.35%, 0.4∼0.5권이 1.74%, 0.3∼0.4권이 10.43%, 02∼0.3이 23.48%로 나타나 평균 0.2권 이상을 발간한 대학은 전체의 40%를 차지한 것에 불과했다. 반면 0.1∼0.2권이 40.00%, 0.1권 미만이 18.26%, 한권도 내지 않은 대학도 1.74%를 차지, 다수의 대학이 평균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교수연구 업적의 심각한 대학간 편차는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대학 교수들의 저서발간 실적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교수 1인당 평균 저서발간 실적이 93년에는 1백9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0.15권으로 조사됐으나 94년에는 0.18권(조사대상 1백15개 대학), 95년 0.22권(조사대상 1백14개 대학)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 94년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대학종합평가인정제'와 '교수업적평가제'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백14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0.20권으로 95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94년과 비교하여 96년의 발간실적이 가장 많이 증가한 대학은 아주대로 94년 0.16권에서 지난해 0.58권으로 0.41권이 증가했다. 2위는 같은 기간에 0.35권이 증가한 한성대, 다음은 원광대로 0.25권이 증가했으며 명지대·단국대·삼육대 등이 0.16권, 고신대·배재대 등이 0.12권, 중앙대·강릉대 등이 0.11권 증가했다. <표3 참조> 이 정도의 실적은 우수한 편에 해당된다. '대학종합평가인정제'의 저서발간 기준에 따르면 교수 1인당 연간 0.1권 이상을 A등급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서의 대부분이 이미 발표된 학술논문 모음집이거나 교재용 개론서인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학술논문 발표실적이 좋은 대학 중에서도 저서발간 실적이 평균미만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94년부터 96년까지 3년간 교수 1인당 연평균 저서발간 실적이 0.2권 미만인 대학 가운데에는 학술논문 발표 실적이 2편 이상으로 상위에 오른 대학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학술논문 발표 실적이 가장 우수한 포항공대(최근 3년간 교수 1인당 평균 논문 발간 편수 9.18편)의 경우 같은 기간 저서발간 실적은 0.09권에 불과해 학술논문과 저서 실적간의 상당한 차이를 드러냈다. 한양대의 경우 논문발표 실적은 4.26편이나 저서발간은 0.19권에 불과했으며 홍익대는 논문 3.60편에 저서 0.15편, 연세대는 논문 3.43편에 저서 0.18편, 광운대는 논문 2.72편에 저서 0.13편, 울산대는 논문 2.60편에 저서 0.13편 등으로 나타나 학술논문 발간 실적이 우수한 대학 대부분이 저서발간 실적에서는 평균 0.2권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백서는 대학종합평가인정제 교수업적평가제의 평가 기준이 실적 위주로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수들이 실적을 높여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다 보니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한 저서는 외면당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 실적 위주의 평가방식은 종합적인 연구풍토를 저해하고 단기성 연구과제의 과잉생산을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대학 연구 풍토의 진작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대학평가 방식의 합리적 운용 등 연구지원체제의 변화 역시 중요하게 제기됨을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