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 80년 역사의 저력으로 수도권 대형 대학으로 발돋움할 것

캠퍼스 별 특성화 전략 다르게…문화·예술과 ICT에 집중
구성원 간 소통, 대학이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한 필수 도구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교육이 갖는 공공성을 감안할 때 효율성이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대학 운영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투입에 대비해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기도 하지만 우수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효율성이라는 기준이 충족되지 않을 때도 있다.”

경제학자라고 하면 흔히 ‘효율성’과 ‘합리성’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경제통으로 알려진 백웅기 상명대 총장은 대학 운영에 있어 경제 논리보다는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공공성이 기반이 된 교육에 언제나 효율성만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것도 바로 ‘교육의 질’ 향상이다.

백 총장은 외부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총장 중 하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한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각종 경제관련 인터뷰까지 거리낌이 없다. 오랜 시간 경제학자로서 쌓아온 내공은 총장직에 오른 뒤에도 여전히 발휘되고 있다.

- 고 배상명 박사가 상명대를 설립한 지 80주년을 맞았다. 2011년의 고난을 딛고 2014년부터 해마다 정부 지원사업을 수주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2011년 (정부재정지원 제한 대학) 그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치욕을 벗어나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구성원이 똘똘 뭉쳐서 지금의 성과를 이뤄냈다. 구조조정도 새로 단행했고, 취업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도 운용했다. 교육의 방향도 새로 설정했다. 특히 상명대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의 목표를 오래전부터 수립했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ICT 대학이 강세인데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교육해 ICT 융합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뒀다. 이런 노력이 무르익으면서 결실을 보았다.”

- 구조조정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나 힘들었다. 예를 들어 경제학과는 지금 경제금융학부가 됐다. 경제학과에는 소비자주거학과도 있었는데 경제와 통합해 소비자 금융을 만들었다. 어떤 단일 학과 체제로 유지하기보다 전체적으로 융·복합과 통합을 전제했다.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진통도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 결국 대학 내에서도 소통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첫 번째 교무위원회를 주재하면서 교무위원들에게 부탁한 것이 바로 소통과 협력이다. 소통과 협력만 잘하면 대학 구성원 사이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외부인사와 오찬약속이 없는 날에는 구성원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식사와 차를 나누며 얘기를 듣는다. 기회가 있을때마다 학생들과도 소통하려고 한다. 오늘 저녁에도 학생들의 동아리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교수와 직원들의 친목, 연구 활동 모임도 장려하고 있다. 소통은 대학이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 취임 60일, 취임사에서 교육의 질 향상을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대학의 기본 기능을 연구, 교육, 산학이라고 얘기한다. 상명대는 교육의 질 향상을 이 세 가지 중에 우선으로 두겠다는 의미다. 대학은 교육기관이고, 대학의 궁극적 목표는 교육을 잘 하는데 있다. 연구중심이든, 산학협력선도대학이든 궁극적으로는 교육과 연계돼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최종 목표를 교육의 질을 높여 학생들에게 우수한 교육을 제공한다는데 뒀다. 교육의 질이 높아지면 나머지는 상당 부분 연계가 돼 있어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를 위한 학사개편도 추진 중에 있다.”

- 이번 정부는 특성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상명대는 어떤 분야의 특성화를 진행하고 있나.

“상명대는 캠퍼스가 서울과 천안 두 곳에 있다. 캠퍼스 별로 특성화 전략을 달리했다. 천안캠퍼스는 예술과 디자인에 특성화돼 있다. 특히 예술 분야는 세계적인 명성을 인정받고 있다.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에서는 학교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기업 오픈 당시 중국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방문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라이선스도 구입했다. 디자인 분야도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그 명성이 알려져 있다. 서울캠퍼스의 경우는 분야별 특성화 보다는 ICT기반의 융·복합을 통해 특성화 방향을 꾀하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해 자기설계학기를 도입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본인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역사콘텐츠 학과 학생은 ‘박물관 공유가치 프로젝트’를 설계해 본인의 이름으로 출판까지 했다. 학생 개인이 가진 역량과 함께 스스로 나갈 길을 설계하고, 여러 학과를 융합해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할 수 있도록 특성화 준비를 하고 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상명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상명대는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양성을 위해 사회맞춤형 인재교육, 지역사회기여형 인재교육, 현장밀착형 인재교육 목표를 정해 놨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능정보공학부, 빅데이터 연계전공, 3D프린팅 연계전공도 운영 중이다. 그밖에도 사회수요 기반의 교육과정을 특화하고 대학과 기업의 상생협의체를 진행하고 있다. 유연한 학사관리 시스템을 통해 환류형 운영체제도 추진 중이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방식으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 화두다.

“그 또한 우리도 생각하고 있다. 강의하는 과목 중에 ‘한국경제이해’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 강의는 PBL(Project Based Learning)과 플립러닝을 결합한 방식으로 수업을 디자인했다. 실제로 해보니 굉장히 어려웠다. 유학생의 경우에는 언어장벽이 있어 더욱 힘들어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다 보니 점차 자리 잡을 것이라 본다. 중요한 것은 교수가 변해야 한다. 무크센터와 사이버교육 지원센터를 통해 플립러닝 강화를 꾀하고 있다. 다음 학기에는 30개 강좌를 플립러닝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교수들도 처음에는 부담이 되겠지만 하다 보면 분명히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대학에서는 공동체 의식, 사회는 협업을 중요시한다. 정작 대학 교육에서는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

“교육의 질 제고 측면에서 교무처장에게 부탁한 것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프로젝트 러닝을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하기보다 팀으로 프로젝트를 이뤄서 하게 되면 학습 이해도 높아지지만, 팀워크도 기를 수 있게 된다. 이런 학습 방식을 통해서 학생들이 교육받는 기간에서도 협업하고 협조해서 팀의 성과를 올리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 학생의 인성을 교육하는 특별한 교육 시스템이 있나.

“‘감동을 주는 혁신형 인재’가 상명대의 인재상이다. SM 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가 학생을 한 학기 두 번 상담을 하게 된다. 이때 면담 일지를 쓰게 돼 있는데, 마치 병원차트처럼 학생이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는지 모두 기록한다. 이를 교수들이 참고하면서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체크한다. 인성 관련 교육도 빠뜨리지 않는다. 우리는 교양이나 비교과 활동을 통해서 인성을 강조하고 있다.”

-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등 현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기본역량진단이란 이름으로 바꿨다. 평가와 진단은 어감부터 큰 차이가 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원조정이 아니라 진단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원조정을 유도하고, 지원도 진단과 연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 정책 방향의 전환은 큰 틀에서 환경하고 동의한다. 최근에 변화하고 있는 정책과 관련해 대학들의 의견을 경청해주는 점도 고맙게 생각한다. 다만 상명대처럼 통합캠퍼스 출범에 따라 권역별 진단이 달라질 수 있는 대학들은 그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고려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그럼에도 여전히 대학은 등록금 동결 등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발전에 큰 제약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등록금을 섣불리 올릴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정부가 이런 부분을 모르지 않는다고 본다. 사립대가 처해있는 재정적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반재정지원과 연계해서 지원의 방향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기본역량진단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상명대가 2014년부터 국고 사업 수주를 해마다 해왔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 진단을 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최근 3~4년 간의 실적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앞으로 임기 동안 이룩할 목표가 있다면.

“상명대는 올해 서울과 천안을 통합한 새로운 체제가 됐다. 이에 작년까지 운영하던 본·분교체제를 서둘러 통합캠퍼스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상명대의 중장기 발전계획인 SMART 2025를 통합캠퍼스 체제에 맞도록 정비하고 예산을 통합해 명실공히 수도권 대형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다. 우리의 경쟁상대가 더 이상 수도권과 지방의 중소형 대학이 아니라는 점이 상당히 버겁게 다가오지만 반드시 극복해 낼 과제다. 80년 상명의 역사는 절대 짧지 않고, 상명대의 저력은 실로 대단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서 수도권 명문사학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백웅기 총장이 이인원 본지 회장(오른쪽)과 대담하고 있다.

■ 백웅기 총장은 …
1955년 생.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에서 199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5년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기획처장과 총장서리 등을 거쳤다. 지난 9월 상명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한국경제연구학회장,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 정리 = 이지희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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