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범학교 60곳 선정·운영…지역대학 공조 및 유휴공간·콘텐츠 제공 가능

▲ 김상곤 부총리가 27일 서울 한서고를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고교학점제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고등학생들이 대학처럼 수업을 선택해서 학점을 취득하는 고교학점제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우선 내년부터 60개 연구학교를 선정해 3년간 운영하고 이후 확산하는 방식이다.

김상곤 부총리는 27일 서울 한서고등학교를 방문해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정부가 고교교육 전반의 혁신을 위해 내세운 핵심정책이다. 입시와 수능에 종속돼 이뤄지는 획일적인 고교 교육과정과 줄 세우기식 평가를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추진됐다. 모든 학생들의 잠재된 능력에 따라 고교체제를 수평적으로 개선하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종합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고교학점제를 고교체제 개편(고입) 및 대입제도 개선과의 연결고리이자 고교 교육과정 운영 전반의 변화를 촉발하는 기제로 여기고 있다. 교육부는 단지 이수한 수업을 학점으로 전환하는 차원을 넘어 학생의 과목 선택권 보장, 교수학습・평가 개선 등을 통해 고교교육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학교 내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고교체제 개편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표했다.

학점제는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로서, 학점을 기준으로 학사 제도가 설계된다. 미국, 핀란드 등 고교 단계에서 학점제를 운영 중인 국가들의 경우에도 세부 운영방식은 다양하다. 핀란드의 경우, 졸업을 위해 총 75개 코스를 이수해야하며, 이 중 필수코스는 47∼51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학생의 소질, 적성, 진로에 따라 선택한다.

■내년 연구·선도학교 선정…지역대학 공조 필요 = 교육부는 단위학교에서 필요한 제도 개선사항을 발굴하고 인프라 소요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연구학교 운영을 통해 지역별, 학교 유형별, 규모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운영 모델을 마련하고 학교별 특성에 맞는 지원 방안 및 제도 개선사항을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학점제 도입을 준비하기 위한 연구학교는 내년도에 일반계열 고교와 직업계열 고교 각 30교 씩, 총 60교를 지정해 운영한다. 모든 학생에 대한 진로 설계부터 학생의 학업 계획 수립, 3년 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연구 과제를 내실 있게 수행하고, 적극적 컨설팅 참여 의사가 있는 학교를 선정하게 된다. 지역별·학교 규모별로 적합한 운영 모델과 정책적 지원 필요사항 등을 발굴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학교 소재지, 교육과정 운영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 있게 지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교 안팎의 자원을 적극 활용해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이 보다 활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에는 매년 4000~500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개설 과목 수를 늘리면서 학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교과 교사 및 시설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고,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운영 과정 전반에 대한 상시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행정적 지원도 강화한다.

또한, 교육과정 다양화・특성화 우수학교 등 교육 혁신 경험이 축적된 학교를 선도학교로 지정해 현장의 자발적 의지에 기반한 특색 있는 우수 모델을 확산해 나가는 한편, 연구·선도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도 학점제 도입・확산에 대비하여 교육과정 다양화 등을 통해 학점제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일반고 지원 사업을 통해 고교 전반의 역량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공동교육과정의 경우 성적 산출 시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도록 했다. 공동교육과정에 대한 부담을 줄여 활성화 되도록 하고, 학생의 교과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내년부터 운영되는 연구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학업 수요에 따른 과목 선택권 확대에 중점을 두고 ‘학점제 도입을 위한 교육과정 및 학교 운영 방안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모든 학생들이 체계적인 진로 상담을 토대로 자기주도적으로 학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개인별 시간표를 구성하는 ‘수강신청제’를 도입하고, 개인맞춤형 학습 관리를 강화한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진로를 고려해 수강 과목을 선택한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학교 내에서 학생 수요를 토대로 최대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한다.

△타 학교 연계형 △지역 교육시설 활용형 △지역대학 협력형 △온라인 강의 활용형도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지역 교육시설 활용형은 교육청 혹은 지역 공공기관, 대학 등 유휴 공간 내 수업 운영이나 학습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 지역대학 협력형은 심화 과목이나 실습 등을 중심으로 지역대학이 고교생 대상 수업을 개설 운영하면서 계절수업 등을 활용해 정규 교과로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태다.

희망 학생이 적거나 교사 수급이 어려워 학교 내에서 개설이 어려운 소인수‧심화과목 등의 경우에는 인근 학교와의 공동교육과정, 지역 내 교육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교육과정 등을 개설‧운영하는 한편, 농산어촌 지역 등 학교 인근에 활용 가능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에는 온라인 교육과정 등을 활용해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선택형 교육과정이 보다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각 학교에서는 수석교사와 교육과정 부장, 진로전담교사, 담임교사, 교무부장 등이 참여하는 ‘교육과정 지도팀’을 구성한다. 이를 통해 담임교사에 의한 대학 진학지도 중심의 상담에서 벗어나 학생별 진로‧학업 상담부터 이에 따른 과목 선택, 맞춤형 학업 관리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학생들이 개인별 시간표에 따라 공강시간이 발생하는 경우, 자율학습, 프로젝트 활동 등 자기주도적 학습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안내하는 등 생활지도·관리 또한 학점제 시행에 맞게 개선해 나간다.

이처럼 학점제 제도 도입에 대비하여 정책적 시사점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학교와 함께, 현장에서 그간 자발적으로 시도해 온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확산하기 위한 선도학교도 함께 지정된다. 선도학교는 ‘고교 교육력 제고 사업’에 참여하는 학교 중 교과교실제, 혁신학교 등을 통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학교의 운영 체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온 학교 중심으로 전국 40개교 내외를 선정해 약 1000만원의 예산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직업계고 연구학교, 산업수요에 탄력적인 교육과정 마련 = 직업계열 고교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 역량을 갖춘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직업 세계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교육 체제 마련에 중점을 두고 학점제 도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학교 안팎의 자원을 활용하여 학생의 능력과 직업 현장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융합형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현장성 높은 직업 교육을 위해 대학, 산업체 등 외부 기관과 연계한 교육을 활성화하고, 이를 토대로 학교 밖 학습경험을 바탕으로 학력·자격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각 연구학교에서는 NCS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다양한 과목을 개설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과 내에서 복수 자격과정을 수강하거나 타 전공 분야의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융합교육과정의 운영 범위를 보다 확장하여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타 계열 직업계고 간 공동교육과정 개설도 시도한다. 1학년 2학기부터 코스별 자격과정을 선택해 수강하면서 자격을 취득하고, 3학년 때 전공 내 심화과정이나 복수자격과정을 수강하는 형태다. 3학년 때 융합과정으로 타 전공분야 전문교과를 수강할 수도 있다.

직업교육에 참여하거나 진로 변경을 희망하는 일반계열 고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단기 직업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이수 결과에 대한 인정 기준과 절차 등을 마련해 제도화하기 위한 연구도 함께 이뤄질 계획이다. 지역 내 대학, 산업체와 연계해 심화교과·자격 취득 과정을 개설·운영함으로써 산업 현장과 직업세계의 수요에도 적극 대응한다.

■대입까지 이어지는 종합제도 정책연구 추진 = 교육부는 교육과정, 평가, 졸업제도 등 고교 학사제도 전반을 학점제형으로 바꾸기 위한 종합적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이 결과에 따라 종합 추진계획과 세부 실행방안을 2020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 운영방식에 맞게 교육과정을 개정하려면 기존 출석일수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졸업기준 학점과 필수 이수학점 등 학점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다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기 위한 단위 수 조정 등도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정 중심 평가 등 학생 평가를 내실화하고, 성취평가의 대입 반영 검토 등 적성과 흥미에 따른 과목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과 학교 밖 학습 경험에 대한 평가기준 등을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학점제를 전면 도입할 때 필요한 교원・시설 등 인프라를 파악하고, 효과적 교육과정 운영과 지원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추진한다. 학생 수요에 따른 추가 개설 과목 규모 및 단위학교 교원을 활용해 확대 가능한 과목 개설범위 등을 종합해 교원 증원 규모를 추산해 나가고, 농산어촌 교원 확보・배치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진로활동실 △가변형 교실 △홈베이스 △자율학습실 등 다양한 학습 공간을 고려해 장기적 시설 증축 규모를 검토하고, 학사제도 개편사항 등을 고려한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기능 개선사항도 도출한다.

장기적으로 학점제 교육과정 및 학교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원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하는 만큼, 관련 연구를 실시한다. 지식의 융·복합 추세 등을 고려하여 교원이 관련 전공 내에서 다양한 교과를 지도할 수 있도록 교원 양성・임용・연수 등 교원 제도의 장기적 개선방향을 연구해 나간다. 또한, 수업・연구 외 잡무를 대폭 경감할 수 있도록 학교의 업무 구조와 문화를 혁신해 나가고 행정지원 확대 방안 등을 마련한다.

■교육부-교육청-선도학교 종합적 점검·관리체제 구축= 교육부가 제도 전반을 총괄하고,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와 협업해 학점제 도입 관련 업무 전반을 담당할 전담부서를 설치하게 된다. 지역 내 연구·선도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의 제도 도입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연구학교에서는 학생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교원의 학습공동체‧교과연구회 등을 활성화하는 등 제도 도입에 대비한 교육과정·학교 운영 체제의 혁신을 도모한다.

고교학점제 도입 준비 과정을 지원할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해 각종 제도 개선 연구를 비롯해 인프라 소요 분석, 교육청·학교 대상 컨설팅·지원 등을 전담 수행한다.

김상곤 부총리는 이날 학교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고교학점제 도입 방향을 발표하며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교의 교육과정이 다양해지고,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교사는 수업‧평가에 있어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하는 등 고교 교육의 혁신을 위한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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