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학생들에 선택 받고 교육과정 수출 가능할 때 비로소 ‘세계적 수준 전문대학’

“지금은 학문교육과 경쟁해야 할 때”…WCC 18개교, ‘선도모델’ 개발·공유 역할 담당
“각 대학이 개성 있게 발전하고 선도모델 창출해내는 ‘WCC사업’ 지속될 필요 있어”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우리나라 전문대학에는 2년제 정식은 있는데 3개월짜리 라면이나 6개월짜리 햄버거는 없다.”

허정석 WCC총장협의회장(울산과학대학교 총장)은 실용적인 측면을 선호하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우리나라 전문대학에 올 학생은 정말 많은데 정작 이들을 위한 ‘상품’이 없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동남아시아 등은 실용적인 측면을 선호한다. 막연히 4년제 일반대학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나라 전문대학에 오려는 학생이 많다. 또한 K-pop 때문에라도 오고자 하는 학생들이 수백명, 수천명”이라면서도 “이들은 2년 통째로 보다는 3개월, 6개월, 또는 1년 과정의 교육을 요구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상품’이라고는 현재 2년제 학위과정 뿐이다. 3개월, 6개월, 1년 등의 단기 교육과정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대학에는 화공과가 있다. 이를 선도적으로 ‘화공공정교육센터’라고 이름을 짓고 학부중심이 아닌 교육센터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바꾸려는 시도 중”이라면서 “고등학교 3학년들에게는 편의상 ‘학과’의 명칭을 쓰겠지만 사실상 기존의 학과 개념은 사라지고 교육센터 내에 2년제 학위 과정과 3개월, 6개월 등 단기 과정이 있는 개념이다. 이것이 진정한 직업교육”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야만 일반대학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허 회장은 “간혹 3개월, 6개월 등 단기 과정을 아주 유치하고 저급한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요새는 4년제 일반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힘들다. 오히려 확실한 직업기술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 시대다. 이때 다양한 기간의 직업교육 과정을 개설, 운영하는 것이 전문대학이 살길이다. 또한 4년제 일반대학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WCC총장협의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WCC 사업은 이제 마지막 연차를 앞두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 이끌어나갈 것인가.
“전체적으로는 WCC 사업이 마무리돼가고 있다. WCC 사업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국 전문대학 137개교가 다 함께 노력해서 앞으로 우리의 나아갈 바를 찾는 과정 중의 하나라는 의미가 더 크다. 현재 전체 137개 대학 가운데 18개 대학이 WCC 사업에 포함돼 있지만 사업 기간 동안 여러 대학이 사업단 내에 속해 있었다. 이들 대학이 앞장서서 노력을 해서 앞으로 우리 전문대학이 가야될 길을 밝혀나가야 한다. 이것이 WCC 대학들이 해야 할 소명이다. 현재 WCC 대학 18개교는 공학·보건·디지털미디어계열 중심 등 다양한 대학들로 잘 구성돼 있다. 각 분야의 WCC 대학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전체 전문대학의 발전 방안을 만들어가야 될 때다. 이미 각 대학마다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지속적인 성과포럼 등을 통해 전체 전문대학과 공유를 해나가려 한다.”

- 예전에는 성과를 창출하면 그 성과를 숨기고 독점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렇다. 그동안 많은 전문대학들의 노력을 통해 시민들이나 학생, 기업으로부터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관련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직업교육을 잘해서 학생들을 취업시키고, 그것이 기업으로부터 인정받는 데 전문대학의 살 길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금은 직업교육기관끼리 경쟁할 때가 아니라 학문교육과 경쟁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전문대학이 합심해 성과를 공유하면서 한 몸으로 같이 힘쓰며 우리의 갈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 WCC 사업 참여대학과 비참여대학 간의 협의채널을 강화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전체 137개 전문대학이 창출된 성과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나가겠다.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WCC 대학 18개교의 사업계획서를 전체 공개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WCC 성과포럼이 열렸다. 이때 성과물을 담은 책자 500~1000부 정도를 발간, 모든 전문대학에 전달할 계획이다. 각 전문대학에서 ‘이 사업은 우리 대학에 필요하겠다. 좋은 사례다’라고 판단되는 것이 있다면 서로 연락을 취해 더욱 자세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겠다. 이를 통해 실천까지도 가능하지 않겠나.”

- 이번에 7개 대학이 신규 진입을 했다. 기존의 12개 대학과의 속도조절이나 조화가 필요하겠다.
“사실 올해 7개 대학이 새로 진입했지만 그 대학들도 이미 세계적 수준에 있다고 본다. 또는 세계적 수준으로 가기 위한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본다. 새로 진입한 대학들도 계획을 잘 세워서 전체 전문대학을 이끌어갈 만한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 WCC 사업을 원년부터 추진해온 대학으로서 WCC 사업이 전문대학 교육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면.
“WCC 사업을 통해 전문대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즉 선도모델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대단히 많이 발전했다.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등은 세계적으로도 탑 수준이다. K-pop 등 우리의 대중문화도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학교육은 어떤가. 아직 그 위치에 가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WCC 사업은 우리의 직업교육이 우리나라 학생들을 넘어 전 세계 학생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교육내용으로 바꿔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WCC 사업의, 또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의 키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결국 해외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고 우리 교육프로그램을 수출할 수도 있는 상태가 돼야 비로소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것이 WCC 대학만의 사업이 아닌 전체 137개 전문대학의 사업이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을 갖고 좋은 모델을 만들어서 성과를 공유해 함께 발전하는 사업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 WCC 사업이 내년으로 종료된다.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보나.
“전문대학을 위한 정부재정지원사업에는 여러 측면이 있다. 하나는 전문대학 교육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두 번째는 앞서서 선도해나가야 되는 사업들이다. WCC 사업은 후자의 경우다. 각 대학마다 처한 상황이나 사정이 다르겠지만 앞으로도 각 대학의 사업방향을 인정해주는, 그래서 각 대학이 개성 있게 발전하고 선도모델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이와 같은 사업을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 전문대학 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앞으로 전문대학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직업교육을 제일 처음 인식하게 된 계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해병대에 시설장교로 들어갔을 때다. 전기파트였기에 해군본부에 있는 전기와 관련된 부분의 설계는 모두 도맡아야 했다. 발전기 설계, 용량 계산 등 전기시스템을 설계하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전혀 배운 적이 없는 거다. 대학에서는 상태방정식이나 어려운 미분방정식만 풀었다. 결국 선배 장교들한테 한 달 정도 배우고 관련 실무 책을 사서 공부했다. 이것이 바로 직업교육이다. 그런데 지금 전문대학의 교육 내용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4년제 일반대학에 사용하는 교재의 축소판을 우리가 쓰고 있다. 우리가 계속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식의 교육이 계속 진행된다면 수요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1+1이라는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해냈다. 전문대학 교수들은 자신의 학문적 전공을 하나씩 갖고 있다. 여기에 직업교육 중 하나를 자기 전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학문 교육의 전문성도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직업교육 내용도 하나씩 만들어야 정말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을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야 우리가 일반대학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기업이나 학생들로부터 선택받을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전문대학이 가야할 길은 두 가지다. 첫째는 교육내용을 직업교육으로 확실히 가져가야 한다. 둘째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야 한다. 다시 말해 교육내용을 전부 진정한 직업교육으로 바꾸고 그 교육내용을 국제적인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 받아서 국제적인 기준에 맞추는 게 전문대학이 앞으로 가야 될 길이다.”

- 그렇다면 울산과학대학교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나.
“하나의 생각밖에 없다. 우리 학생들에게 학문교육의 틀을 씌워서는 4년제 일반대학과 싸워서 우리가 이길 수가 없다. 전문대학 교육은 직업교육이다. 그러나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은 다 학문교육을 받은 출신들이다. 때문에 진정한 직업교육으로 가기 위해서는 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4년간 더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할 텐데 진정한 직업교육으로 가려는 노력과 그러한 직업교육을 하되 글로벌한 교육을 하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지속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사실 교육에 있어 글로벌하다는 얘기는 우리가 외국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도 맞겠지만 그것은 결과일 뿐이다. 교육 내용 자체가 국제적 기준을 만족시켜야 된다. 이 두 가지를 이룰 수 있는 방법론으로는 ‘산학협력’을 꼽는다. 산학협력을 하지 않으면 대학과 현장간의 거리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현장의 문제는 무엇이고 현장의 직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산학협력을 더 강화시켜 교수들이 기업체에서 필요한 일들이 무엇이고 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밝혀나가겠다.”

■허정석 WCC총장협의회장은…
1955년생. 1976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거쳐 부산대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울산대 공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로 부임해 디지털제조정보기술연구센터장, 산학협력단장, 산학협력 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았다. 지난 2013년 3월 울산과학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으며 올해 2월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9월부터는 WCC총장협의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대담 = 최용섭 주간 / 정리 = 천주연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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