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임선 백석문화대학교 교수(간호)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최고의 학습법은 남을 가르쳐보는 거예요.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긴 하지만 오히려 가르침으로 인해 굉장한 학습을 하지 않나요. 저 역시 가르치면서 더 많은 학습 효과를 얻는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어요.”

18년 동안 간호사로 현장을 누비다 전문대학 강단에 선지 3년째. 서임선 백석문화대학교 교수(간호)에게 최대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학생들 간에 기초학습능력 차이가 굉장히 커 어느 수준에 맞춰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전문대학에는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학생들이 다양한 입학전형을 통해 많이 입학하고 있더라고요. 한 클래스 안에는 고등학교에서 전공학습에 필요한 화학·생물 등 기초 과학조차 전혀 배우지 않은 학생도 있고, 일반대학을 졸업한 뒤 U턴 입학으로 들어온 학생도 있어요. 요즘은 평생학습을 권장하느라 40~50대 성인학습자도 여러 전형을 통해 입학하기도 하죠.”

이는 비단 서 교수만의 고민거리는 아니었다. 이 대학 간호학과 교수 11명이 모두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공감을 했고 결국 ‘교수법 연구회’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이 주제를 두고 연구 활동을 펼쳤다. 그러던 중에 서 교수는 ‘동료 지도학습 기반의 수준별 학습 지도법’을 개발했다.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2학기부터 전면 적용했다. 이 교수법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실시하는 전국단위 연구대회에서 자연계열 부문 전문대교협회장상에 선정됐다. 다음달 7일 열리는 ‘전문대학 포럼’에서 수상할 예정이다.

서 교수는 한 학년에 150명, 많게는 200명의 학생을 4개 분반으로 가르친다. 학습 성과가 잘 오르지 않는 학생들이 한 반에 10명 내외로 꼭 있었다. 그 많은 학생들을 교수가 직접 일대일 혹은 그룹으로 만나서 보충수업을 해주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때 서 교수의 눈에 띈 장면이 있었다. 바로 먼저 이해한 친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친구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이었다.

“가만히 학생들이 공부하는 걸 보다보니 먼저 이해한 학생이 아직 이해하지 못한 학생에게 자기들의 언어로 설명해주더라고요. 그랬을 때 훨씬 더 잘 알아듣고 만족해해요. 이런 걸 수업에도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서 교수는 강의 첫날 4~5명으로 구성된 그룹을 편성해준다. 한 학기동안 함께 과제하고 공부하게 될 클래스메이트다. 그룹 내에서 학생들의 협동작업이 자연스레 일어날 수 있도록 여러 과제를 내준다. 어떤 문제를 주고 해결해보라는 식의 과제를 주기도 하고 간단한 퀴즈를 출제해 그룹 내에서 같이 풀어보게도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생각하는 정답과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PBL 교수법에서 동료지도의 개념을 좀 더 강조한 셈이다. 강의가 끝나도 동료지도 학습은 끝나지 않는다. 우수한 학생과 부진한 학생을 매칭해준다. 한 학기에 6~8번 만나 강의에서 배운 것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만 다시 알려주는 튜터링 형태로 학습이 이뤄진다.

이는 기초학습이 떨어지는 학생에게 당연히 좋은 수업방식이지만 먼저 이해해 도와주는 학생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부진 학생을 도와주면서 본인의 지식을 반복 학습하게 되면서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도왔다는 보람은 덤이다.

최근 이슈가 된 간호사들 사이의 ‘태움 문화’를 없애는 데도 이런 수업방식이 더디지만 일조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병원 내에서 의료진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케어해주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하는데 학부 때부터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생각의 뿌리를 바르게 잡아준다면 조금씩 ‘태움 문화’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이다.

“병원은 성적 좋은 학생만 원하지 않아요. 물론 상위 1~10% 이내의 학생을 뽑긴 하지만 지금 병원에서는 제대로 된 간호관, 인성을 제대로 갖춘 졸업생을 보내달라는 요구가 점차 많아지고 있죠. 대학에서도 인성교육을 많이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너무 경쟁적인 학습 분위기가 아닌 서로 협력하는 학습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죠. 학습 성취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역량, 즉 의사소통을 매끄럽게 하거나 서로 협조하는 역량 등이 굉장히 필요해요. 따로 가르치는 건 의미가 없죠. 수업이 이뤄지는 현장 안에서 이를 키울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해주면 자연스레 학생들의 몸에 배지 않을까요. 이런 노력들이 지금은 작은 파동이지만 조금씩 ‘태움 문화’를 바꿔나갈 거라고 믿어요.”

간호사를 꿈꾸고 간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서 교수는 ‘고전 철학’을 추천하기도 했다. 간호학이라는 과목 특성상 과학적 사고방식으로만 치우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 철학’은 다양한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잘 수행해내기 위해서는 때때로 인문학적 사고도 필요해요.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건 당연하지만 환자를 돌볼 때 유연한 사고를 필요로 할 때도 있거든요. 그런 사고를 돕는 게 ‘고전 철학’이죠.”

먼저 간호사 세계를 경험해본 인생 선배로서 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진심’이었다.

“현장에서 필요한 게 뭔지 충분히 느끼고 대학 강단에 왔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어요. 환자를 돌볼 때 내 가족을 돌보는 것과 같이 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그렇게 했을 때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을 수 있을뿐더러 그런 마인드로 간호를 해야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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