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진화로부터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다. 산업분야는 물론이고 경제와 금융에 이어 예술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대학 내 학제 간 협력과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대학에서 창의적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업의 내용과 방법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연구와 학습을 위한 기초 환경이 탄탄하게 구축돼야 한다. 즉 대학에서 최첨단 정보를 제공하는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창의적 활동을 위한 대학의 선순환 고리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에서는 등록금 인상 억제정책에 따른 재정 악화와 디지털자료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과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학도서관이 최첨단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이와 같은 현실과 여건을 모르지 않을 정부의 대학도서관 지원 체계를 보면 4차 산업혁명의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는 정부의 모습이라고 보기에 민망할 지경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에 총 11명의 도서관 전담인력을 배치해 공공도서관 정책 및 지원을 관장하고 있는 반면, 교육부에는 대학도서관을 담당하는 전담부서가 없다. 사서사무관 1명과 한시적으로 파견된 주무관 1명만이 대학도서관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말로는 대학도서관이 대학의 필수 시설이자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기 위한 토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도서관이 대학의 장식용 시설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것이 대학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대학도서관진흥법’을 제정하고, 2009년부터 5년마다 대학도서관 진흥계획을 수립하며, 매년 평가를 실시해 대학도서관 재정지원에 반영(대학도서관진흥법 14조 2항)하겠다는 정부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누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법 집행 여부 파악과 열악한 대학도서관 현황 분석 및 지원을 위해서라도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행정지원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교육부도 도서관 관련 업무 담당직원 확충 및 전담조직 추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관련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대학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의 변화’를 보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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