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통해 당선된 후보자 대신 새 총장 임명

▲ 경주대 전경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이순자 전 총장 사퇴 후 총장 공석 사태를 빚은 경주대가 최근 새 총장을 임명했지만 학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선거로 선출된 당선자가 총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주대는 지난 22일 취임식를 열고 11대 총장으로 이성희 총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0일 이순자 전 총장이 물러난 지 반 년 만에 총장이 선임됐다.

다만 대학 구성원들은 이번 총장 선임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총장 후보자가 결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주대는 이순자 전 총장 사퇴 이후인 6월 19일, 총장 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실시했다. 재단법인인 원석학원에서 공문을 통해 총장 후보를 추대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시 보직교수들이 교직원 직선제를 선택해 투표를 실시했으며 투표 결과 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신희영 교수(사회복지학)가 총 95명의 투표자 중 과반 이상인 59표를 얻어 1순위에 올랐다.

투표가 진행된 이후 그 결과를 인사위원회와 교무위원회를 거쳐 보직교수들이 도장을 찍어 총장 인준을 요청하는 공문을 원석학원 이사회에 전달했으나 재단 측은 이를 거부하고 새 총장을 임명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에게 거부 사유는 물론 거부 통보도 이뤄지지 않았다.

원석학원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 22일 법인회의실에서 이사 7인과 감사 1인이 참석한 이사회 회의에서 이성희 총장 선임 안을 논의했으며 참석이사 전원이 찬성했다.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열린 이사회 회의가 끝난 후 같은 날 오후 2시 이성희 총장의 취임식이 곧바로 열렸다.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지난 6월 투표 관련 발언을 한 참석자는 아무도 없었다.

교수협의회 측은 재단 이사회 퇴진을 요구하는데 앞장서왔던 그간의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신희영 교수협의회장을 비롯한 교수협의회 교수들은 재단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항거하다 해임된 뒤 복직한 바 있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교수협의회가 재단과 대학 개혁을 항상 주창해왔기 때문에 재단 뜻과 다르게 학교를 운영할 가능성이 있어 인준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총장 투표 절차는 민주적 방식으로 공정하게 치러졌고 교수협의회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이 상황에서 새 총장이 선임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당시 공문은 총장 후보 추대에 대해 자체 방안을 모색하라는 것이었는데 잘못 해석한 것 같다”며 “ 투표를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해석상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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