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완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산학협력위원장(호서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 구경완 교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요구되는 융·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 유일한 법적기구인 산학협력단(이하 산단)을 통한 재정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립대학 적폐청산 없이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깨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국민이 용납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난 2003년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산단은 법인격이 없어 자기 책임 하에 산학협력 계약을 체결하거나 자기 명의로 지적재산권을 취득할 수 없던 대학의 법인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설됐다. 산단 단장은 대학의 장에 의해서 임명되고 지휘·감독을 받게 되어 있다. 대학의 장이 산업 분야에 대해 비전문가일 경우 경영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산단은 현재 민법상 비영리 법인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설립의 경우 일반적 비영리법인이 취하고 있는 허가주의를 취하지 않고 준칙주의로 한다. 이로 인해 산단의 지배 구조가 총장, 사립학교의 경우 이사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2003년 산학협력단 예산에 비해 올해 예산은 많게는 100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구조에서는 결국 총장, 이사장의 영향력도 100배 가까이 증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언론에서 보도된 분규 사학의 문제와 대학재정의 투명성 문제는 대학의 지배구조와 직결된다. 관련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못하는 원인은 합리적이지 못한 지배구조와 투명하지 않은 감사기능 때문이다. 관리 감독이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산단 재정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국회가 입법당시 우려한 ‘비전문가 총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산단 자금의 집행에 있어서는 서로가 견제하고 감시가 가능한 다수 이사와 상시 감사체제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산단과 대학의 지배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사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동일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비록 대학의 장의 종속적 관계로 구성되어 있는 산단의 이사라 할지라도 이사의 의무와 책임이 다르지 않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현행 1인 이사체제를 다수로 하여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기해야 한다.

또한 대학 자율에 의해 정관에 명시된 감사를 법률에 기재하여 피감사인이 감사인을 고용하는 불합리한 구조의 개선이 절실하다. 감사인 역시 종속관계로 인해 독립된 감사가 불가하여 사실상 수입과 지출에 관한 회계감사가 제대로 이루어 질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과 많은 차이가 있다.

민법과 상법에서 이사의 의무와 책임은 특히 자금을 관리하는 이사에 있어서 더욱 엄격해야 하며, 독립적이어야 한다. 상법과 관련 판례에서 보듯이,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법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인격의 남용이다. 대학의 산단도 마찬가지로 총장 또는 이사장에 대해서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은 판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단은 독립적인 법인의 성격보다 학교의 하부조직으로 인정하는 점'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산업이 발달하고 사회가 급변하는 현실에서 사회현상을 뒤로한 채 과거의 법률에 얽매여 있다면, 법률이 추구하는 국가혁신과 산학연활성화는 메아리로만 돌아올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학교 및 산단 운영시스템의 개선이 절실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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