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은 인근대학 편입해도 대학원생은 전례 없어

“지도교수 변경? 연구지속성 단절·인권 침해 소지 있어”
“교육부, 대학원생만을 위한 별도 대안 마련해야”

▲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지난 7월 국회에서 폐교대학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장진희·주현지 기자] “논문 지도를 받는 중에 학교가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가 편입학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편입학이 된다고 하더라도 지도교수가 바뀌는 상황에서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교육부는 대학원생의 학습·연구권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서남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ㄱ씨.

“경기민요 소리꾼으로 활동하던 중 대학원에 진학했다. 우리 대학 교수진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문화재 전문위원이다. 우리 같이 특수한 학문을 연구하는 학과는 피해가 더 막심하다. 인근 대학에 유사학과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어디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이제껏 쏟아 부은 등록금 수백만원도 낭비하게 됐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할 예정이다.”- 한중대 전통문화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ㄴ씨.

폐교대학 대학원생들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놓였다. 폐교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학원생들의 연구지속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서남대와 한중대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들이다. 두 곳 모두 교육에 명령에 따라 당장 내년 2월말로 폐교가 예정돼 있다. 이들 대학에는 대학원생이 각각 130명(재학생 75명·수료생 55명), 73명(재학생 59명·수료생 14명)이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폐교대학 학생들이 인근 대학으로 편입학 할 수 있다고 보장하고 있음에도, 교육부가 대학원생 문제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원생들이 편입학을 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대학원생들에게는 연구지속성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지도교수를 바꾸는 것조차 상당한 부담이다. 상황이 이런데 대학원생이 아예 새로운 환경으로 편입학을 하는 사례는 더욱 드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폐교대학 대학원생들은 교육부가 편입학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수년간 연구해온 업적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교육부가 폐교대학 대학원생 거취 문제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종 한중대 일반대학원장은 “우리 학교 행정대학원은 해군과 협약을 맺고 연구를 해왔다. 해군 공무원도 이 대학에 재학 중”이라며 “폐교가 되면 이들이 분명히 훌륭한 업적을 내고 있음에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행정대학원생에 한해 인근 대학 유사학과 편입학을 고민 중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행정대학원에 한정된 대안일 수도 있다. 한중대 전통문화학과의 경우 특수 분야에 속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김경남 한중대 교수(전통문화학)는 “강원도 내 대학에 유사학과가 없다. 교육부도 우리 학과 학생들을 위한 대책은 없다는 입장”이라며 “교육부는 대학원생들이 안정적으로 졸업할 수 있도록 연구 공간을 마련하고 교수진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훈 서남대 일반대학원장도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편입학 할 수 있다고 막연한 기대감만 심어주고 있을 뿐”이라며 “현재로서는 대학원생들에 대한 방침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미 폐교된 대학에서는 대학원생 편입학이 아예 무산되기도 했다. 장만호 전 명신대 교수는 “폐교 당시 우리 대학에 대학원생이 약 65명 정도 남아있었다. 이들 중 편입학 한 학생은 단 한명도 없다”며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학생 일부가 다른 대학으로 재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종하 전 경북외대 교수도 “우리 대학의 경우 교육부가 방안을 마련해줬다기보다는 자체적으로 대학원생 구제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폐교 전 학위를 주도록 연장 수업을 진행하거나, 지도교수가 타 대학으로 이직을 하며 대학원생들을 함께 편입학 시킨 사례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폐교대학 대학원생이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보고, 이들을 위한 별도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승훈 서남대 일반대학원장은 “학생들이 학위 논문 작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지도교수 연계 정책이 필요하다”며 “교육부가 지도교수를 소개하고 지정해주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대학원생들에게는 지도교수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최근 폐교대학이 늘어남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는 폐교대학 관련 문제를 전담할 조직부터 만들어야 폐교로 인해 소외되는 구성원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 중이라는 입장이다. 강병구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대학원 사회에서는 편입이라는 개념조차 없고, 폐교 예정 대학 소속 대학원생이 학부생에 비해 소수라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료생의 경우에도 인근 대학에서 ‘우리 대학에서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의 논문을 어떻게 지도하느냐’며 편입학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학기를 재수강하고 논문을 지도 받게 하는 등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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