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언론에 예비교사들이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모습이 비춰졌다. 그러나 그들을 지지하는 예비교사가 여기 있다. 한국 교육의 구조적 모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지난달 예비교사 학생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이렇게 외쳤다. 타당한 지적이다. 임용고시 준비생과 기간제교사 간의 갈등이 극심해진 것은 두 집안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무책임하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온 탓이다. 정부는 1997년 이래로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기간제교사를 양산해왔다. 애초에 정부가 교육계의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제대로 된 교원수급정책을 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이 초·중등교육계 교사 10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예비교사 학생들은 ‘임용절벽’이라는 장벽과 마주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근시안적인 교원수급정책으로 2300여명이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년 내 발령받지 못해 임용고시 합격이 취소될 위기인 학생도 있다. 이런 정부의 기조가 지속된다면 누가 교대나 사범대에 진학하려고 하겠는가.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근거로, 교원임용 TO를 큰 폭으로 확대하는 근본적인 정책 마련에는 미온적이다. 그러나 TO를 늘려 비정규직 교사 비율을 줄이고, 미발령자를 채용하지 않으면 교육계의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실제로 교육계에서는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질’ 제고 차원에서 임용 TO 확대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OECD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1교실 2교사제, 고교학점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사 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기간제교사 비율을 낮추는 정책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실제로 한 현직 교사는 “기간제교사의 지위가 불안정하면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된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이 소모품처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이상 장기적 교육 플랜을 세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기간제교사들이 심리적 불안과 압박에 시달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학생들이 청소년기부터 불평등을 답습하는 환경에 노출된다는 점도 문제다.

예비교사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문제를 야기한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다 해결될 것이란 ‘잔머리 굴리기’에 나서는 모양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육서비스가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 예비교사들과 교육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