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슈와츠 에덱스 대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애리조나 주립대·에덱스의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혁명 모델 제시

▲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고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좌담회가 이인원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슈와츠 대표, 이주호 KDI 교수, 릭 생그로 CEO, 이인원 본지 회장.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파고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대학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리조나 주립대(ASU)와 온라인 강의 플랫폼 에덱스(edX)다. 애리조나 주립대는 성공적인 대학의 개혁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습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덱스는 온라인 강의의 시초를 연 교육 기업이다. 교육에 있어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모든 이들의 평생교육 시대를 열었다.

한국대학신문은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혁신적 시도를 하고 있는 애리조나 주립대와 에덱스 관계자를 만나 한국 교육의 미래에 대한 좌담을 진행했다. 한국 고등교육의 문제를 분석해 보고,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고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좌담에 참여한 릭 생그로 CEO와 존 슈와츠 대표는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과 제언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사회는 이인원 본지 회장.

△ 이인원 본지 회장(이하 이인원)
△ 이주호 KDI 교수, 전 교육부 장관(이하 이주호)
△ Rick Shangraw 애리조나 주립대 엔터프라이즈 파트너 CEO(이하 릭)
△ John H. Schwartz 에덱스 대표(이하 존)

▲ 이인원 본지 회장

이인원 “애리조나 주립대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보자. 애리조나 주립대 엔터프라이즈 파트너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미국의 사립대는 주 정부의 자율과 융통성이 있지만 주립 대학들은 주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애리조나 엔터프라이즈 파트너는 공립 대학의 사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주립대학 내에서도 사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별적으로 독립된 회사로 활동하면서 투자를 하거나 자금을 모으거나 부동산을 관리하거나, 기술 이전 등을 다룬다. 이를 ‘운영의 자유’라고 부른다. 주립대는 회사의 주식이나 지분을 가질 수 없지만, 우린 가능하다. 수년 동안 기증자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투자를 하고, 회사의 자본을 가지기도 한다.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을 회사에서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 종종 회사는 기술 이전의 대가로 자 회사의 주식을 지불하기도 한다. 돈으로 지불하는 대신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이주호 “한국의 대학에도 산학협력단이라는 조직이 있지만 애리조나 주립대 엔터프라이즈 파트너가 훨씬 더 운영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배울 게 많은 사례다.”

이인원 “애리조나 주립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교육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대학 랭킹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순위가 매겨지는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애리조나주립대의 순위는 지난 10년간 명성 때문에 향상됐다.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매년 총 연구비로 2억 달러를 썼다. 지금은 3배 증가한 6억 달러를 쓴다. 연구 발표 자료의 양과 출판물의 양이 순위에도 큰 영향을 줬다.”

이인원 “애리조나 주립대 내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다뤄지고 있는 주요 이슈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개방성이다. 산업혁명의 주요 이슈는 새로운 기술에 필요한 인력을 어떻게 길러내는가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특히 이 문제가 어렵다. 미국에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지적 능력이 있지만 입학에서 졸업까지 학비를 지불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 대학 교육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개방돼 있는지, 누구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직업을 얻기까지 보장하는 것들이 이슈다. 또 이는 학생들이 학위 이수를 넘어 성공적으로 졸업을 하고 그 이후 최대한 적은 빚을 남기게 하는 문제와도 관련 돼 있다. 이 모든 것은 온라인 교육을 잘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아직 더 많은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측면에서 온라인 교육을 잘 적용하고 있지 못하다.”

이인원 “애리조나 주립대는 온라인 교육을 어떻게 시작했나.”

 “애리조나 주립대는 약 6년 전 부터 온라인 교육을 중점으로 시작했다. 타 대학들과 다른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모든 온라인 과정들이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진의 강의로 이뤄지는 모델이다. 핵심 교수진들이 일반 과정 학생들을 위해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온라인 버전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인원 “그럼 에덱스와는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건가.”

▲ 릭 생그로 애리조나 주립대 엔터프라이즈 파트너 CEO

 “에덱스는 애리조나 주립대의 파트너 플랫폼이다.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글로벌 프레시맨 아카데미(Global Freshmen Academy)’인데 전 세계 누구든 에덱스를 통해 대학교 1학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학생의 신원을 확인하고 나면 에덱스의 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강의가 끝날 때 수강료를 내고, 학점을 받게 된다. 이는 상당히 새로운 모델이다. 미국의 대학들은 수강 신청 때 수강료를 내고, 잘 이수하지 못해도 학기가 끝나면 그만이다. 우리는 에덱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학생들이 과목 수강을 끝낸 후에 수강료를 내도록 한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코스를 잘 끝낸 학생들은 자동적으로 해당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이 학생들이 1학년 과정을 모두 성공적으로 끝내면 자동으로 2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다. 현재로선 애리조나 주립대 뿐이지만 다른 대학에도 적용하려고 한다. 이건 특히 국제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다.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하기 원하는 학생들이 각 대학의 수업을 미리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이슈로 넘어가 보자. 한 전문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20년 동안 47%의 직업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2030년, 최장 2050년까지 50%의 직업이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포레스터(FORESTER)라는 사설에서는 2018년까지 미국 내 10%에 달하는 직업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50%는 매우 현실적인 수치라고 생각한다.”

이인원 “한국에서도 같은 조사가 이뤄졌는데 60%의 직업이 사라진다고 예견했다. 교육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새로운 트렌드는 매일 생겨난다. 에덱스는 5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플랫폼으로서 비즈니스 학생들이 성공하는데 어떤 기술과 핵심 능력들이 필요한지 발 빠르게 알아내고, 그에 필요한 도구가 무엇인지 준비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 대해 걱정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는 미래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다. 미래에는 (에덱스와 같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 내 아이들이 애리조나 주립대, MIT, 하버드의 수업을 듣게 될 것이다.”

 “이는 중요한 변화를 담고 있다. 에덱스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를 평생 배우는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학 졸업이 배움의 끝은 아니지 않나. 이후에도 50~60년 동안 일을 하며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대학들은 평생교육에 처참한 실패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배움의 장이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에덱스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만드는 교육의 선두 주자이며, 이 필요를 받아들이는 많은 대학 중 하나다.”

이인원 “대학들이 지금보다 사회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 돼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애리조나 주립대에 대한 인상적인 통계 중 하나가, 이곳 졸업생이 실리콘 밸리에서 5번째로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애리조나 주립대가 실리콘 밸리의 필요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졸업생들이 실리콘 밸리의 회사와 관련 기술에 경험이 많고, 곧바로 입사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졸업생들을 어디로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은 대학들이 놓치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는 우리 학생들이 나중에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게 될지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들의 필요를 이해해야 대학의 커리큘럼에도 반영할 수 있고, 신속하고 유연하게 플랫폼에 반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빠르게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반응해 과정을 재조정할 수 있게 된다.”

▲ 존 슈와츠 에덱스 대표

 “이미 패러다임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에덱스 플랫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로체스터 공대는 1년 전부터 ‘세상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대답은 요즘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직업 능력인 사이버 보안이었다. 이에 로체스터 공대는 사이버 보안의 ‘마이크로 마스터’에서 해답을 얻었다. 이제 사이버 보안 관련 전공의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교과 과정을 이수하자마자 직업을 갖게 된다. 이는 큰 변화다. 에덱스는 항상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찾고 있다.”

이인원 “본지가 주최하는 프레지던트 서밋(President Summit)에서 이주호 교수가 아주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경제적, 기술적, 사회적으로 패스트 팔로워(fast-follower)였고, 또 성공적으로 패스트 팔로워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퍼스트 무버(fast-mover)가 돼야 할 시점이란 지적을 했다. 여기서 말하는 퍼스트 무버의 의미는 뭔가.”

이주호 “4차 산업 혁명 시기에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모두가 선택된 소수의 영역이었다. 4차 산업형명의 시기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차별화된 것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차세대를 모두 퍼스트 무버로 길러내어야 한다.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여 주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에게 남이 설계한 것에 따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으로 준비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인이 참 잘 해온 것은 남을 추격하는 능력이었는데 미래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기계가 더 잘하게 될 영역이 될지 모른다. 인공지능에 밀려나지 않으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모토이기도 하다. 애리조나 주립 대학은 MIT처럼 되기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탠포드나 하버드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두 좋은 대학이지만 서로 다른 지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주립대는 우리의 길을 개척하기로 했다. A학점을 받는 학생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 B학점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준다. 이 두 학생을 모두 받는 것은 교육적으로 모험이다. 우리는 애리조나 주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입학생의 절반으로 모집하고 있다. 지적 능력이 소득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도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이제까지 미국과 유럽의 엘리트 대학의 길을 잘 따라오지 않았나. 이제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창의적인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볼 시점이다.”

이주호 “장관직을 수행할 당시 나는 한국의 대학들이 어떻게 하버드나 MIT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결론은 ‘될 수 없다’였다. 앞서 언급한 대학들은 이미 많은 자원과 퍼스트 무버로서의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애리조나 주립대는 충분한 자원과 좋은 교수진들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퍼스트 무버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학도 가능하다고 보나.”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얼마나 많은 대학들이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좋은 예가 있다. 대학들이 학과에 따라 학교 구조를 정리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다. 이를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들은 수백 년간 이어진 분류법에 입각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각 학과들의 간극과 교차점에서 일어난다. 또 이런 교차점에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집니다. 역사속의 새로운 발명과 혁신들을 살펴보면 이런 학과들의 교차점에서 이뤄졌고, 때로 아주 다른 학과들의 교차점에서 일어났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대학교에서 이러한 학과간의 벽을 허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가 제공하는 도전은 이 운동의 선구자가 돼 여러 학과들을 아우르게 하는 것이다. 생물학자가 경제학자와 토론하고, 화학자가 인문학자와 대화하고, 엔지니어가 사회공학자와 함께 일하면 이들의 교차점에서 매우 인상적인 것이 창조되리라 본다. 미래는 수백 년간 이어진 학과 분류 내에서 일어나는 일 보다 여러 학과들의 교차점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시대가 될 것이다.”

이인원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합’이 핵심이다.”

 “곧 최초로 중동의 대학을 에덱스의 플랫폼에 영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중동의 대학이 플랫폼의 멤버로서 독특한 아랍계 콘텐츠를 제공하고, 4개의 다른 학과 전문대학이 함께 콘텐츠를 개발하게 됐다. 다양한 분야들이 서로 뭉치지 않으면 모든 프로젝트는 진공이 돼버린다. 나는 이 프로젝트가 대단히 성공적이리라 예상한다. 물론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한국의 대학들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의견을 모을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약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살펴봤다. 결론은 이 같은 전공간의 융합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는 최근 국립과학재단(NSF)이 다학제의 융합 연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 많은 지원을 하면서 대학들이 서로 다른 연구팀을 융합하고 있다. 이런 일이 이미 지난 5년간 일어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많은 대학들이 고정관념을 바꿔 여러 학과들이 융합해 연구를 기획한다. 실제 많은 연구비가 이런 다학제 연구로 흘러가고 있다. 이 같은 방향성에 대한 장려와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주호 KDI 교수

이주호 “한국에도 한국연구재단이 다학제 연구를 장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타 전공 간의 융합 연구가 애리조나 주립대 만큼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대학 교수들은 전공이 마치 동굴과 같다고 생각한다. 동굴 안에 있으면 아늑하고 편할지는 몰라도 더 밝은 세상을 보지 못한다. 이제는 교수들이 자기의 전공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른 전공 교수들과 함께 융합 연구를 해야 할 때가 됐다. 정부나 한국연구제단도 보다 적극적으로 융합 연구를 지원해야 하고, 대학들도 자율적으로 전공 간 융합체계를 구축하는데 앞장 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4차 산업혁명의 추세에 뒤쳐질 위험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인원 “한국의 대학들에서는 K-MOOC(케이무크) 스터디를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건 정상이다. 이는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에덱스의 설립자중 하나인 MIT 출신의 30년 경력 종신 교수가 MIT와 하버드에서 이런 변화를 위해 협력해 줄 교수를 찾았지만 단 한사람도 지원하지 않았다.”

이인원 “그런 이들이 어떻게 당신들과 함께하게 됐나.”

 “애리조나 주립대의 교수진은 교실에 30명의 학생이 있다면 30명을 만나게 되고, 온라인이라면 10만 명의 학생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때 우리 대학의 교수진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키우고 싶다면, 30명 보다 더 많은 강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내가 10만 명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이때부터 교수들의 생각이 달라진다. 코스를 개발하고 진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수반되면 바뀔 수밖에 없다.“

 “완전히 동의한다. 우리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커다란 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 굉장한 반경의 사람들이 배움의 기회를 위해 찾아오게 되고, 이는 교수들에게 권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교수들이 이 기회의 가치와 잠재력을 보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주호 “한국에서도 이런 변화는 이제 시작됐다. 몇몇 대학교에서는 교수들로 하여금 온라인 강의를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교수들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먼저 온라인 강의를 듣고 오라고 하고, 강의실에서는 소규모 그룹별 토론을 하거나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 온라인 강의를 활용해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인 주입식 교육 방식을 극복해나가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는 이러한 수업방식의 변화가 아직까지는 크게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어느 나라보다 빨리 확산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세계에서 한국만큼 교육열이 높은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또 강의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수업방식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작이다. 만일 무크는 온라인 강의, 과제, 비디오, 미디어다. 플랫폼 내의 모든 무크는 국제적인 토론 과제가 첨부돼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여러 교수들이 지원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5~6년 전에 ‘플립 클래스룸(flipped classroom·거꾸로 교실)’을 진행할 때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 내가 비디오카메라를 켜고 그 앞에 앉아서 수업을 진행하고, 영상을 수정하고, 업로드 했다. 나는 실험적으로 시도해봤지만 모두가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

이인원 “무크를 이용해 어떤 방식으로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5년 동안 많은 자료를 축적했다. 교육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진들이 온라인 코스를 개발했기 때문에 양쪽을 비교할 수 있었다. 500개가 넘는 과정에서 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천만 개가 넘는 녹화 영상으로 학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환경에 대한 연구도 많은 신뢰를 얻고 있다.”

 “우리는 약 1500만 명의 학생들의 모든 강의 중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모든 데이터를 다 모아보니 굉장히 설득력 있는 결론이 나왔다. 학습과 관련된 신경 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MIT는 1000만 명에서 1500만 명의 케이스를 연구한 결과 사람은 8분 정도가 집중력의 한계가 있다고 나왔다. 이런 실험을 우리는 매일 반복하며 가장 효과적인 교수법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학생들이 나중에 회사에 갔을 때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인지, 그저 우겨 넣었다가 시험보고 나면 잊어버릴 학습인지 판별하게 해 준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우리는 ‘어댑티브 섀시(adaptive chassis)’라는 것을 만들고 있다. 에덱스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의 입력 데이터와 학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해당 학생이 수강할 다음 코스에 반영하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한 학생이 수학 과목을 들었다면 그 과목에 대한 학생 정보를 다음 심리학 과목에 반영한다. 이후 수업에서는 수학 분야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고려해 수업을 제공하게 된다. 해당 과목 내에서만 학생의 학습 정보가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많은 수강 과목에도 반영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한 교실에 이어 다음 수업에까지 이어지는 교육 방법이다.”

이인원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본지가 주최하고 있는 ‘프레지던트 서밋’을 함께 진행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한국의 대학 총장들이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그곳의 교육 방식을 배우기 위한 취지다.”

이주호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나도 강연을 한 적이 있다. 프레지던트 서밋은 20~30명의 4년제, 2년제, 국공립대 총장을 초대해 포럼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릭 “기쁘게 초대하겠다. 방금 막 빌 게이츠 제단과의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 한 상황인데, 재단은 교육에 관심이 많다. 게이츠 제단은 각 대학들이 자가 진단을 해 볼 수 있는 조사법과 도구들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대학은 어느 부분에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대학 총장들이 애리조나 주립대에 오기 전에 이 도구를 사용해 진단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학생지원이나 커리큘럼 개발인지, 시설이나 관리인지 파악한 후에 애리조나 주립대의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만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

이인원 “마지막으로 한국의 미래 교육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난 17년 동안 한국의 대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한국인들이 방법을 찾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매우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나. 오늘 나눈 의견을 들어보면 2012년에 우리가 부딪힌 문제들과 비슷하게 들린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고, 발전과 조정이 필요하다 느끼면 이를 이루고자 하는 깊은 염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 신뢰감이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나는 한국이 다방면에서의 발전을 이루어 낼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함께 국제적인 발전을 이룰 것을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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