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대다수 공청회 중단 동의…사실상 대학가 ‘보이콧’

평가 피로도, 기관인증평가 대체 등 그간 대학가 요구사항 제대로 반영 안 돼

▲ 공대위가 공청회 중단을 촉구하자 이에 동조한 참석자들이 공청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사진 = 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김홍근 기자]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공청회 파행은 그간 대학가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날 파행은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주도했지만 참가한 대학 관계자들도 대부분 이에 동조하며 사실상 대학가가 ‘보이콧’을 외친 격이었다. 교육부와 협상을 마친 공대위가 “공청회 중단에 찬성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손을 들었다.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지난 정권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평가 중심이 아니라 역량을 진단하는 패러다임 변화로 문재인정부에서 새롭게 도입했다.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명칭만 바뀌었을 뿐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수도권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현재까지 발표된 것만 보면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날 공청회 중단을 이끈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역시 “어제 교육부에서 발표한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은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다를 게 없다”며 “대학현장에서 지난 구조개혁평가에서 잘못된 지표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반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역량 진단에도 그러한 지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간 대학가에서는 정성평가에 대한 불신, 정량평가에 대한 불합리성과 함께 평가 작업에 대한 피로도를 꾸준히 호소해왔다. 특히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에서 실시하는 기관평가인증과 성격이 비슷하다며 두 평가 연계를 주장해왔다.

평가 및 진단이 대학의 실질적 발전을 이룩하지 못한다는 회의론도 있다. 평가를 위해 실시하는 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이 자율적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과 대학의 특성을 무시하고 교육부 입맛에 맞는 특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비리사학의 경우 비리 당사자보다는 대학에 직접 징계를 가해 구성원만 피해를 본다는 의견도 사학비리 분규 대학 구성원들이 주장하던 의견이다.

이 날 공대위도 “대학에 대한 평가는 대학인증평가로도 충분하다. 지금은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대학이 교육부를 평가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비리대학들은 다시 한 번 이사장과 총장의 배를 불릴 것” 덧붙였다.

교육부가 이러한 반발에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실시를 진행하려던 가장 큰 이유로는 ‘재정’이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재정을 받으려면 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서는 대학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상당했다. 공대위도 대학 현장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이번 공청회 중단 사태를 가져왔다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고 집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가져오면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우리의 성명서와 목소리는 다 어디갔나”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이들은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법은 거부하는 방법뿐”이라며 “오늘 공청회가 절대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이 정책이 시행되는 순간 앞으로 3, 4년은 죽었다 깨어나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며 공청회 진행을 끝까지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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