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주역에 나오는 이 말은 ‘궁극에 가면 변하게 되고, 변하는 것은 이치에 따르는 것이며, 이치를 따르는 것이 곧 오래 지속되는 길’이라는 뜻으로, 변화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조직운영 전략으로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2018년 새해를 한 달 앞둔 이 시기에 대학가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교육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입학금 폐지, 대학 기본역량진단, 강사법 폐기, 재정지원구조 개편 등 굵직한 정책이 모두 단단한 암초에 걸렸다.

지난 1일 서울에서는 사립대 총장들의 협의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정기총회가 열렸고, 충주에서는 대학 기본역량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방안 공청회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두 자리에서 모두 교육부를 향한 거센 원망과 비판이 터져 나왔으며, 공청회는 파행했다.

사총협 정기총회에서 입학금 폐지 관련 협상을 관장했던 회장단과 그렇지 않은 총장들의 의견이 충돌했다. 이날 교육부와 사총협이 공동으로 서명한 선언이 ‘떠밀린’ 사립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소위 ‘뜬구름 잡는’ 말로 채워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회장단은 입학금 폐지 관련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안팎으로 느낀 서운함을 내비쳤다. 교육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대한 원망은 공통적이었다. 

사총협이 보직교수와 업무별 협의회와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사무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장들 스스로, 뭉치지 않고서는 그저 이익집단이자 민원인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느낀 것이다.

오후에 이어진 세미나에 참석한 사립대 총장과 전문가들도 정부가 사립대를 지나치게 규제하느라 정작 먼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 모아 비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만큼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등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점에 재정은 획기적으로 늘려 지원하지도 않고 옭아매는 정책이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국공립대 비중이 낮고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정부가 사립대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와 대학, 대학과 교직원, 대학과 학생의 관계가 보다 동등하고 공정해질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추세는 막을 수 없고 변화한다는 사실은 불변(不變)이라 할 수 있다. 현상을 좆기보다는 미래를 보고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래도 정부가 앞서서 대학들을 이끌겠다고 나서기 보다는 대학 옆에서, 또 뒤에서 생태계를 조성하고 뒷받침 해야만 비로소 대학 발전은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우선 사학지원에 대한 근거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사립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팽창한 고등교육 분야를 억누르고 책임을 대학에 지우는 것은 좁고 단기적인 시각이다. 국가전략으로 삼고 각 대학들이 교육영토를 확장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검토할 시점이다.

마치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교육 당국은 대학을 일방적으로 밀어 부치고, 대학은 불만을 쏟아내며 정부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결국은 교육 자원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이 밸런스가 무너지면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정말 눈앞에서 벌어질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이제는 거시적이고 포괄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지혜를 모으는 품격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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