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바꾸는 과정에서 학교를 옮기게된 것뿐입니다. 전 애초부터 학교 '레벨' 따위엔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대학생으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의 정병호 군(24)은 올해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에 새로 입학한 새내기이다. '놀랍게도' 그는 지난 96년 서울대 자연과학부에 입학해서 98년말까지 총 5학기를 다녔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을 옮긴 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일까 마는 '서울대를 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간판위주의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자못 충격(?)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에는 대학 서열화 및 학벌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거나 '서울대 망국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서울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학벌을 떨쳐버리는 과감성을 발휘하진 못한다. 할 수만 있다면 더 좋은 대학에 가려는 것이 인지상정으로 통하는 세상이다.

"올해 입시에서 연세대 사회학과에도 동시에 합격했지만 명망 있는 교수님밑에서 공부하고 싶어서 주저 없이 성공회대를 택했습니다."

정군이 성공회대를 선택한 이유는 이 대학 김동춘 교수(사회학)의 저서를 읽고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이같은 사연을 들은 김 교수가 "나의 사회학 이론과논리가 맞았음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농담을 했다는 후문도 있다.

"서울대에 다닐 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회문제나 빈민,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사회현실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이과생으로서 한계를 많이 느꼈지요."

존경하는 스승 밑에서 사회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열의가 '서울대 포기'라는 용단을끌어낸 것일까. 이에 대한 정군의 대답은 그의 행적만큼이나 '의외의 것'이었다.

"서울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면서부터 출세욕은 버렸습니다. 또한 IMF 이후의 상황은 서울대 출신에게도 출세를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서울대를 포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목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정군은 인터뷰 내내 '별 일도 아닌 일'로 자신을 찾아 온 취재진을 어색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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