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나라다. UN 산하 세계 여행 통계(UN World Tourism Barometer)에 따르면 2016년 해외에서 숙박한 관광객은 12억 5000만명으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 약 9500만 명이 프랑스에 다녀간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 관광객의 약 7.6%가 프랑스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2013년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2013년의 경우 전 세계 관광객은 10억 8000만명이고 그중 프랑스는 850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비중 또한 7.7%로 2016년과 큰 차이가 없다. 이렇듯 프랑스는 꾸준히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는 일찍부터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갖추었다. 여기에는 1855년 파리에서 시작된 EXPO를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친 국제전시회가 큰 몫을 차지했다. 또한 다양한 문화유산과 컨벤션으로 말미암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우뚝 솟아난 파리도 프랑스가 관광대국으로 거듭 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파리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도시계획을 통해 아름다운 명소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오늘날 파리는 어느 도시보다도 풍성한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세계화는 관광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시 세계 관광객 전체 숫자는 5000만 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관광은 부유층의 전유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항공교통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국가 간의 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관광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1981년 파리는 호텔산업에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호텔경영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가 등장한 것이다. 바로 바텔(Vatel)이라는 호텔경영전문학교의 시작이었다.

▲ 바텔 호텔전문인 양성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 모습

종전 호텔 경영학은 스위스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1970년대 말부터 프랑스 관광객이 대폭 증가하면서 프랑스도 국제적인 관광 매너지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대학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해 바텔이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바텔은 이론교육과 실무를 병행하는 교육모델을 중심으로 1984년 리용(Lyon), 1989년 님므(Nimes), 1994년 보르도(Bordeaux), 2016년 낭트(Nantes)에 분교를 만들면서 프랑스에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바텔이 추구하는 교육모델은 국제화시대에 맞는 글로벌 환대(hospitality)와 관광 경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바텔의 비약적인 성공은 잘 준비된 커리큘럼에서 시작된다. 전문학교 3년 간 교육은 다음과 같다. 1학년 과정에서는 마케팅, 인사관리, 행정을 비롯해 케이터링 서비스, 와인과 요리, 최적화된 파티, 이벤트, 세미나 등에 대한 폭넓은 기초지식을 익히게 된다. 학기말에는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호텔에서 실습 인턴과정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2학년 때는 상법과 관광경제학 등에 대한 이론적 개요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매너지먼트 과정을 심화한다. 흥미롭게도 실습과정은 3학년 학생들이 후배를 대상으로 매너지먼트에 관한 멘토링을 실시함으로써, 상호 간의 신뢰를 높이고 자신감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마르코 폴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장의 동의 하에 다른 지역에 있는 바텔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으로써, 이 과정을 통해 평소 알지 못했던 지역에서 학업과 실습을 병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 바텔 호텔전문인 양성학교 심볼마크

3학년 과정에서는 경제적, 언어적 능력이 뒷받침되는 경우 매니저 팀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지식들을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마케팅 전략과 의사결정 과정을 체득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전문학교 수준에서 배우는 내용이며 그 이상의 학업을 희망하는 경우 MBA과정에 진학해 전문경영인으로서 길을 가게 된다.

바텔에서 배운 학생들은 이론 교육뿐만 아니라 현장실습 교육도 충실하게 받기 때문에 현장에서 당장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실습체계가 갖추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개교할 당시 노보텔(Novotel)로 유명한 프랑스의 세계적인 호텔 그룹인 아코르(ACCOR Hotels)와 연계 교육을 실시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1967년 프랑스 북부 릴(Lille)에서 처음 문을 연 노보텔은 1974년 보르도에 이비스(Ibis) 호텔, 1980년대 소피텔(Sofitel), 머큐리(Mercure) 등 다양한 호텔 등급을 가진 아코르그룹으로 발전했다. 이때 아코르그룹은 역량 있는 직원을 뽑기 위해 바텔학교와 연계해 호텔에서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 학교출신들을 아코르 그룹의 계열사에서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산학협력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로, 학교와 호텔간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수준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학교와 호텔그룹으로의 비약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날 아코르그룹은 전 세계 95개 국가에 4200개 호텔과 60만개의 객실을 가진 세계적인 호텔체인으로 성장했다. 그룹 내의 호텔 브랜드 종류는 20개가 넘으며 풀만, 노보텔, 소피텔, 머큐리, 이비스, F1 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직원은 25만 명에 이르며 100개 이상의 업종으로 세분된다. 연간 매출은 약 7조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은 3000억 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 되었다. 특히 이 그룹은 오늘날 50개 이상의 대학 및 전문학교와 연계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덕분에 직원의 절반 이상이 35세 미만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텔의 인기는 전 세계 7000명에 이르는 재학생들과 33000명이 넘는 졸업생들로 알 수 있다. 특히 높은 취업률과 취업 후 고소득은 이 학교의 인기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먼저 취업률을 보면 졸업 후 3개월 내 취업률은 75%이며 1년 내 취업률은 100%를 자랑한다. 소득을 살펴보면 1년차 평균연봉이 30000 유로(한화 4천 만원), 2년차는 31500유로, 3년차는 36400유로로 높은 소득을 자랑한다. 특히 MBA를 마친 경우는 1년차 33800유로에서 시작해 3년차는 42700유로로 오르게 된다.

이처럼 이 학교 출신들이 취업과 보수 면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자 해마나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현장을 중시하는 교육모델로 잘 알려져 있는 바텔은 호텔업계의 성장과 학교의 명성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많은 분교를 두게 되었다. 2017년 11월 현재 바텔은 41개의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 11월 42개 학교와 경쟁해 세계최고의 환대전문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되면서 세계경제에서는 탈공업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ICT와 결합된 서비스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레저와 환대산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략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다. 교통의 발달과 생활의 여유로 말미암아 관광산업은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 발맞추어 프랑스의 바텔학교는 단순한 관광산업으로써 호텔경영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MICE산업과 접목해 고부가가치의 복합환대산업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며 선도해 나가고 있다. 그 바탕에는 40년간 이어온 이론과 현장실습의 조화를 추구하는 고유한 교육 프로그램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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