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석 한국영상대학교 교수(이벤트연출과 학과장)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학교, 직업, 세상 등을 얘기하기 전에 사람 얘기가 우선이에요. 사람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게끔 수업에 자꾸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가장 최선의 교육이죠. 사람을 떠나서는 세상 얘기도, 직업 얘기도 아무 의미가 없어요. 교육의 시작도, 수업의 시작도 결국은 사람이에요.”

하우석 한국영상대학교 교수(이벤트연출과 학과장)의 매 수업시간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하 교수가 학생을 한명씩 호명해 일으켜 세우면 교수와 학생이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다. 전자출결이 일반화된 요즘에도 예외는 없다.

“수업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수업목표를 가르쳐줘야 할 것 같지만 저는 한명씩 불러서 인사를 시켜요. 학생은 물론 저도 학생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죠.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 강의시간마다 해요. ‘지금부터는 일대일로 너와 내가 하는 수업’이라는 무언의 약속인 셈이에요. 그러면 학생들도 잘 이탈하지 않아요. 인사로 약속을 했으니까요. 저도 인사하는 건 ‘너를 존중한다’, ‘여기서 너는 내 수업을 열심히 들어주길 바란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어요.”

‘사람’을 중시하는 만큼 그의 교육은 ‘인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성향은 5년간 교수학습센터장직을 수행하면서 확연히 드러났다. 인성학교 설립 기획안을 작성,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는 인성학교 1대 교장을 맡으면서 모든 교양과목의 지향점을 ‘인성’에 맞췄다. 인물에 대해 가르치는 과목이면 ‘인성과 인물’을, 기존의 직업기초능력과목인 의사소통교과목은 인성을 기본으로 한 의사소통을 가르쳤다.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교육을 인성과 접목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대학에 오기 전에 직장생활을 오래 했어요. 직원도 직접 뽑아봤죠. 그런 연장선상에서 사회에서 기대하는 눈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니까 심리적인 성숙도와 사회적인 성숙도가 제 눈에도 안 차는 거예요. 이런 성숙도를 갖추게 하려면 인성교육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보직을 맡기 전부터 해왔어요.”

전공과목 강의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전공 실력은 물론 자연스레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인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했다. 또한 성취 경험을 통한 학생들의 자신감 향상도 하 교수가 생각하는 아주 중요한 수업 목표 중 하나다.

이 모두를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이디어 발상법’ 수업이다. 하 교수는 미국의 스탠포드대에서 실제로 창의력 훈련을 위해 쓰는 방법을 차용했다. 40개의 낱말카드를 만든다. 무엇이 뽑힐지 모르게 모두 뒤집어놓은 상태에서 각 조장이 나와 두 개의 낱말카드를 고른다. 그렇게 뽑은 생소한 단어 두 개를 엮어서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총 3주에 걸친 프로젝트 수업이다.

“학생들이 정말 흥미롭게 이 과제를 받아들이는 한편 너무 힘들어하기도 해요. 저는 이 수업을 통해 1주차 때는 힘들다는 걸, 2주차 때는 한 두 번씩 탄성이 터져 나오는 걸, 3주차에는 ‘우리도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결국 아이디어는 1%의 소수의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주어진 과제에 몰입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눔으로써 너희들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는 거죠. 그렇게 자신감을 심어주면 2~4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기획안을 만들거나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를 낼 때 좀 더 힘줘서 남한테 주장을 할 수 있게 돼요. 이미 자신이 해본 게 있으니까요.”

이때 교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략적인 난이도 조절을 해줘야 한다. 처음에 누구나 가볍게 넘을 수 있는 미션을 부여한 뒤에 조금씩 난이도를 올려가야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성취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조별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상대방에게 절대 비난 금지’ 등의 몇 가지 원칙을 세워놓는 것도 교수자가 해야 할 일이다.

“학생들에게 엉뚱한 상상을 하라고 해요. 세상에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 단지 완성이 안 됐을 뿐이다, 모든 아이디어들은 대박 아이디어의 씨앗이라면서요. 그래서 저는 아이디어 회의시 ‘상대방에게 절대 비난 금지’와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수업을 하죠. 그러면 아무리 다른 친구가 관련 없는 얘기를 툭 던져도 처음에는 킥킥 거리다가도 ‘그럼 그걸로 한번 해볼까’라는 식으로 태도가 변화되더라고요. 결국 누가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귀를 기울여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요. 비록 그 아이디어를 나중에 버릴지라도요.”

‘힐링 닥터.’ 학생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하 교수에게 상담을 받고 나면 힐링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딱 세 가지를 조언했다. Big Dream, Work Hard, Be Humble이다.

“학생들의 꿈의 크기가 작은 게 제일 가슴 아팠어요. 꿈을 크게 꾸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기도 했고 그렇게 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해준 사람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려고요. 또 이왕 어떤 직업을 갖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탑 레벨로 가는 걸 지향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전문가가 되라는 건 절반만 찬성해요. 세상에는 욕을 먹는 전문가가 너무 많아요. 존경받는 전문가가 돼야 해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겸손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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