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본지 논설위원 /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원교육학회 수석부회장)

우리나라 국립대 총장 선정방식은 교수 직선제(교수회 동의제)에서 정부 임명제를 거쳐 다시 교수 직선제로, 이어서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간선제로 변화해 왔다. 문재인정부 들어 대부분 국립대가 다시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데 직원과 학생들의 참여 비율 확대 요구가 커지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현행법(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4항)상 총장 선정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절차와 기준에 의해 총장 후보를 선정할 것인지 등 모든 사항은 결국 교수 집단이 정하게 돼 있다. 교수집단 주도로 구성원들 직선제 참여 비율을 결정하다 보니 직원과 학생 집단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비록 법이 그렇게 돼 있다고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여 직선제 기본 틀을 마련하는 단계부터 직원과 학생 대표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초안을 만든 후에 이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한국교통대 등의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교수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 되면 다른 구성원이 공감할 것인가는 대학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2012년 이명박정부가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도록 강요하면서 총추위에서 교수들이 차지하는 비율을 교원양성대학 기준 최고 60%로 한정했다. 그러다가 2016년 법 개정을 통해 총추위원 중 교수 비율을 최고 72%로 상향시켰다. 그런데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국립대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교수(한 구성 단위)가 절반을 넘을 수 없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규정이 총장 직선 시 대학구성원 간 참여 비율 논의를 위한 새로운 준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행법상 직선제 참여 비율을 교수들이 정할 수 있지만 이러한 준거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경험한 것처럼 직선에 참여하는 인원이 소수일 경우 직선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힘들다. 총장 직선제에 교수 외의 구성원 참여 비율이 높아지면 대학교육연구소가 주장하듯 감시와 견제의 눈이 많아지면서 교수들만의 선거에서 나타나는 폐단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들의 우려와 달리 학생들은 대통령 선거권도 가진 이상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이다. 직선제뿐만 아니라 대학지배구조도 학생과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협치가 되게 하는 것은 학내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물론 학생과 직원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대학이 미래를 향해서가 아니라 현 구성원들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쪽으로 경영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교수집단이 대학 지배구조를 독점하던 때보다는 더 합리적으로 경영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공개적 대학평의회 운영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이 보완될 것이다.

대학에서의 협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 간 상호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상호 신뢰라는 사회자본이 축적될 때 협치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우리 대학이 노력해야 할 것은 구성원 간의 열린 대화, 어느 위원회든 대학 구성원이 희망하면 참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반정책 결정과정 공개 등의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현행법 아래에서는 교통대 교수협의회 부회장이 호소하듯이 교수님들이 “조금은 불편하셔도 우리 대학의 미래와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너그러운 마음을 베풀어”야만 더 합리적인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국가는 차제에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4항의 2를 개정해 ‘교원의 합의’가 아니라 ‘대학 구성원의 합의’로 총장후보자 선정 방식을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의 갈등으로 인해 총장이 장기간 공석 상황일 때 전체 구성원들이 큰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대학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데 필요한 뛰어난 총장을 적극 영입하는 것이 대학에 크게 유리하도록 국립대 지원체제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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