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개선대학 70%까지 늘리도록 노력”…역량진단 ‘보이콧’ 움직임엔 선 긋기

6일 제주 기획처장협의회서 기본역량진단평가 설명
“대학 책무성과 재정확대 함께 갈 수 있도록 고민하자”

▲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기획처장들을 만나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향한 대학가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기획처장들의 질의를 듣는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오른쪽).(사진=김정현 기자)

[제주=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공청회가 파행되는 등 여론이 냉각된 가운데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부경대 교수)이 전국의 기획처장들을 만나 대학 달래기에 나섰다. 정원 감축을 하지 않고 재정을 지원받는 자율개선대학의 비율을 70%로 높이고, 이들이 받는 실질적인 예산이 줄지 않도록 2019년도 예산안에서 일반재정지원 예산이 늘어나도록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계대학을 과감히 포기하고 평가를 받아들여야 대학들을 백안시(白眼視)하는 국민 여론을 돌릴 수 있다며 평가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가 6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개최한 동계 세미나에서 지난달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이 같이 말했다.

류 위원장은 이날 발표 도중 행간마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대학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는 “제가 위원장을 맡는 조건으로 김상곤 부총리에게 "위원회에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우리 위원회는 교육부의 대리기관이 아니다”며 “교육부와의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협력을 통해 다른 곳과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평가 중 우수한 점수를 획득한 대학에게 정원 감축 없이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블록펀딩’ 식의 일반재정지원을 제공하도록 뽑는 '자율개선대학'의 비율을 70%까지 높여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했다.

류 위원장은 “당초 권역별 평가로 40%를 선정하고, 전국 단위로 10%를 선정해 50%를 자율개선대학으로 하자는 것이 정부의 초안이었다. 저는 3분의 2(67%)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참석한 기획처장들을 향해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측에서도 제게 70%를 요청했는데, 저는 75%~80%까지 말해주길 내심 바랬다. 70%를 원하면 4분의 3인 75%를 요구하는 건 어떻나”라며 독려하기도 했다.

▲ 6일 제주서 열린 전국기획처장협의회 동계 워크숍에 참석한 이길형 케이씨대 기획처장(오른쪽)이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에게 질의를 하는 있다..(사진=김정현 기자)

이는 지난 1일 공청회가 파행되면서 대학사회에 내재된 교육부에 대한 불신감이 터져 나오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청회 당일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등이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할 게 아니라 대학이 교육부를 평가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를 여과 없이 드러낸 바 있다.

그간 대학가에서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두고 기존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지표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거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평가인증과도 다를 게 없다는 등 평가가 대학 발전에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회의론이 거론돼 왔다. 잦은 평가를 준비하느라 누적된 구성원들의 피로감도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도 조성환 금강대 기획관리처장이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통합해 진단하면서 사립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대학 규모 차로 인해 피해를 받는 대학을 고려해야 한다”며 “역량강화대학도 정원을 감축하되 개별 대학이 목표하는 발전 계획을 달성토록 일반재정지원 기회를 달라”고 발언하자 처장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류장수 위원장은 이날 기획처장들의 질의를 경청하며 때로는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김영훈 을지대 기획처장이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당시 우리가 컨설팅을 받고 이행했는데도 평가가 좋아지지 않았다”며 “우리 대학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놓자 “컨설팅을 담당하는 컨설턴트의 문제인 것으로 나타나면 이들의 수당을 최대화시키겠다”고 답했다. 컨설팅의 질을 높이도록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 류장수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6일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 동계 워크숍 특강에서 확정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지표를 설명하는 모습.(사진=김정현 기자)

그러나 대학 책무성을 담보하는 선에서의 평가는 받아들이며 국민 여론을 다독여야 재정지원 확대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류 위원장의 입장이다.

그는 한 지역 사립대 기획처장이 자율개선대학들 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정원을 일부 감축하고 일반재정지원이 제한되는 '역량강화대학' 단계를 없애고, 그만큼 자율개선대학 수를 늘리자고 주장하자 “일반재정지원을 늘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예산 폭을 키우기 어렵다”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대학의 책무성과 정부 재정지원이 함께 갈 수 있으려면 국민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계대학까지 껴안고 가기는 어렵다”며 “국민들 사이에 '이 정도면 대학들을 도와주자'는 여론이 형성돼야 힘이 실린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사회를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대위가 대학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평가 ‘보이콧’에 나선 것을 두고서도 비현실적이라는 의사를 드러내며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공청회가 열렸다면 마지막으로 기간을 두고 평가를 준비하라는 당부를 하고 싶었다. (평가는) 이제 불가피하다”며 “지금부터는 일반재정지원 예산을 키우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대학을 생각하는 진정성을 믿고 협의를 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태구 인제대 기획처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고 내년도 집행부를 꾸린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는 평가에 대한 기획처장들의 질의와 의견을 지역 지부별로 종합, 이르면 다음주 초 류장수 위원장에게 건의 사항의 형태로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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