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와 중복되는 지표에 한해 연계 방안 협의해나갈 것
일본·대만·유럽 등 직업교육기관 평가인증기관 방문해 벤치마킹할 계획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처음 받은 한 통의 민원 전화. 그것이 지금의 이승근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을 있게 했다. 실제로 그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단 한 통의 전화가 얼마나 그의 인생길에 영향을 미쳤는지 뚜렷이 알 수 있다.

이 원장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막 일을 시작했을 때의 일을 더듬어냈다. 그는 “처음으로 한 통의 민원 전화를 받았다. 전문대학 모 교수로부터 온 거였다. 은행에 신용대출을 받으러 왔는데 전문대학 부교수임에도 어떻게 일반대학 조교수와 같은 신용등급을 부여할 수 있느냐는 민원이었다”면서 “알고 보니 그 당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교수 사이에는 같은 직급이라도 자격 기준에 있어 한 호봉 차이가 났다. 제도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교수 호봉 단일화에 대해 연구하면서 국회·교육부 등을 쫓아다녔다. 교육의 질은 교수가 만들어내는 것인데 교수의 사명감을 높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03년도에 자격 기준의 단일화, 2005년에는 호봉 단일화를 이뤄냈다.

그뿐인가. ‘대학교·총장’으로의 명칭 변경,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제도화 등을 이끌어내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이 모든 것은 전문대학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으로서 대학들의 부담감을 덜어주려 하고 있다. 바로 2주기 평가인증 기준 개선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기조실장직을 마무리하고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으로 취임한 지 1주년을 맞았다. 그간의 소회에 대해 말해달라.
“1995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법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조직·공간을 만들었다. 그 이후에는 전문대학의 각종 현안·재정 등에 대한 차별적 사항과 법률적 보완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22년이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전문대학의 위상이나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는 크게 발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머물러 있는 것들도 많더라. 상당히 아쉬우면서도 그동안 해온 역할에 대해서는 보람도 있다. 이제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이라는 위치에 섰다. 지금까지 전문대학 전체의 틀에서 필요한 정책이나 제도 부분에 관심을 뒀다면 이제 인증원장으로서 전문대학의 상품성을 어떻게 제대로 이해관계자들에게 각인시켜 주느냐, 또는 전문대학 교육의 우수성을 객관적인 평가로 어떻게 보여주느냐 등에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 취임 이후 1주기 인증평가 성과분석을 시도했다.
“기조실장으로 있을 때 여러 경로를 통해 듣긴 했지만 직접 인증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말 기준이 제대로 돼 있는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가늠이 안 됐다. 지난해 1주기 기관평가인증이 전문대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과연 발전적인 영향을 줬는지, 아니면 대학에 단지 부담이나 피로감을 줬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성과분석을 했다.”

- 성과분석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결과는 무엇인가.
“우리가 단순히 신입생 충원율이나 취업률을 높이려 하지만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재학생 만족도를 높이는 게 선결과제이며 이는 곧 재학생 충원율에서 취업률, 다시 신입생 충원율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인위적으로 취업률을 높이기보다는 재학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활동이 선행되면 이는 곧 학생의 충성도로 이어지며, 이것이 다른 지표를 동반 상승시키는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결국 고객만족을 일반 기업에서 외치듯이 전문대학도 고객인 학생을 어떻게 하면 만족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 대학에서는 평가가 많아져서 많은 불만이 있는 걸로 안다. 기관평가인증에 대한 대학의 관점은 어떤가.
“불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의 불만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Pass/Fail로 이뤄지는 기관평가인증의 평가방법을 확실히 인지했기 때문이다. 인증원에서 제시한 최소 요구 기준을 충족시켜 주기만 하면 인증이 되니까 전체 교직원이 평가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됐다. 실무자 위주로 보고서를 준비하는 대학들이 상당히 늘어났고 자기 담당 기준에 대한 것만 정리해 준비하면 되니 큰 부담이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 인증주기는 5년 단위로 이뤄진다. 지난해 이미 2주기 인증평가가 시작됐는데 갑자기 올해 기준 개선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인증평가 주기 기준은 물리적 개념이다. 평가기준의 지속적인 보완과 성장이 더 지향해야 할 부분이라고 봤다. 최근 인증원에서는 전문대학 평가지표가이드북 작업을 하고 있다. 같은 지표라도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기관평가인증·재정지원사업평가·교원양성기관평가·간호교육인증평가 등 조금씩 반영방법이 다 달랐다. 지난해 이기우 전문대교협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개선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기관평가인증을 꼽았다. 그만큼 대학 현장의 주문이 컸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인증평가 기준 개선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해보자고 하셨다. TF를 꾸려 대학의 책무성이나 인증 본연의 취지, 등가성을 유지하는 대신 대학의 평가 부담을 좀 줄여주자는 취지로 개선을 하게 됐다.”

- 기존 기준으로 인증평가를 받은 대학들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았나.
“사실 처음에 그런 얘기가 있었다. 기존 기준으로 열심히 해서 인증을 받았는데 다른 대학은 좀 더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어차피 해당 대학들도 3년 후인 2019년에는 사후점검(중간평가)을 받게 되는데 그때 개선된 기준으로 평가를 받으면 기준 개선 혜택을 보니까 서로 좋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지금은 모두 이해하며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주고 있다.”

- 이번 인증 기준 개선에 가장 큰 특징을 소개해 달라.
“대학의 자율성이 지금보다 훨씬 확보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법이나 시행령에 보면 자율성을 뒀는데 대학은 정부나 통제·평가에 의해 규제화된 것에 익숙해졌다. 그 기준에서 자율을 줄 수 있는 부분을 확대하는 게 첫 번째 초점이었다. 두 번째는 책무성이다. 평가인증을 해주면 학생·학부모 등 일반시민 모두가 그 평가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기관이 갖고 있는 윤리성·책무성은 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 또한 구조조정, 재정 위기 등 대학의 현실을 감안해 전임교원주당 수업시수, 물적 자원(시설 및 기자재)의 중장기 계획 평가 등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 기준 개선 외에 운영과 관련해서도 몇 가지 변화를 줬다.

“중간평가 성격인 사후점검의 평가방식을 시범적으로 수정해 적용했다. 기존에 대학 자체평가보고서에 대해 현장평가로만 2박3일 진행하던 것을 서면평가(1일)와 현장평가(1박2일)로 구분해 진행했다. 반응이 꽤 좋았다. 전년도 인증심사에서 지적된 부적합 사항을 개선했는지 확인하는 보완심사의 경우 전에는 무조건 평가팀이 현장에 가서 하루 동안 진행하던 것을 개선했다. 이제는 대학의 선택에 따라 대체 가능하다면 서면평가로 진행했다. 그 이후 필요에 따라 현장평가를 추가 진행하는 걸로 했다. 마지막으로 평가자들을 대상으로 자세·언행·표정 등 CS교육을 진행했다. 평가자는 내용을 보는 전문가이지 평가 분위기를 강압적으로 만드는 주체가 돼서는 안 된다. 요즘 대학 현장에서 들려오는 얘기가 평가뿐만 아니라 컨설팅까지 받는 분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더라.”

- 최근 교육부에서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와 연계해 대학의 평가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와 기관평가인증은 평가의 목적과 방향에서 다르다. 그러다 보니 평가의 세부내용도 사뭇 다르다.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는 기본적으로 상대평가며 결과 활용을 위해서는 순위를 매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기관평가인증은 최소 요구사항만 충족시키면 되는 절대평가 구조다. 여러 번 교육부·대학교육협의회와 조율해 봤지만 두 평가의 목적이 다르니 지표를 연동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유사한 지표들이 중복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의 요청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앞으로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와 유사한 평가지표에 대해서는 평가 결과를 2018년 인증평가에 곧바로 활용하는 등의 연계 방안을 찾아 교육부와 협의해 나가겠다.”

- 앞으로 인증원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가.
“올해는 인증기준 개선에 초점을 맞춰 운영해왔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는 전문대학에 큰 위기다. 내년에는 평가운영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할 계획이다. 일본이나 대만·유럽 등 직업교육기관 평가인증기관을 방문해 효율적인 평가운영 방안들을 벤치마킹하겠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정체성과 발전을 유도할 지표들이 있는지도 찾아볼 생각이다.”

▲ 이승근 원장이 최용섭 본지 주간(오른쪽)과 대담하고 있다.

<대담 = 최용섭 주간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정리 = 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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