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란 단국대 초고층빌딩 글로벌 R&BD센터장

▲ 정란 단국대 초고층빌딩 글로벌 R&BD센터장.

[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그동안 국내 건축교육에서 내진설계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진설계를 할 수 있는 소수를 제외하면 전문가가 거의 없다. 학생들을 가르칠 전문가가 없으니 내진설계 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무리가 있다. 본격적인 지진 대비는 건축법 개정과 인력 양성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란 단국대 초고층빌딩 글로벌 R&BD센터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지진 및 초고층 관련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발로 뛴 장본인이다. 그는 최근 포항 지진 현장 조사를 담당한 것을 비롯해 국내외 초고층 빌딩의 안전한 설계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내진 설계 전문가’라고 불리는 그에게 국내 상황에 대해서 들어봤다.

정란 센터장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내진 설계를 주먹구구식으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내 내진설계가 미흡한 근본적인 원인은 건축법에 있다. 건축설계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국내 건축법의 개정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축법에는 ‘내진설계를 포함한 모든 건축설계를 건축사만이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실제 내진설계 전문가인 건축구조 기술사들은 직접 내진설계에 참여하지 않고, 건축사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만 내진설계를 하거나 하청을 맡기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다반사라는 것.

“내진설계를 비롯한 건축설계를 비전문가가 진행하거나 하청을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내진 설계는 건축사가 아닌 건축기술사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이대로는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최근 포항 지역 필로티 구조 주택 피해를 비롯해 삼풍백화점, 마우나리조트 사건처럼 크고 작은 붕괴사고가 또 다시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건축법 개정뿐만 아니라 지진 대비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현재까지 건축 관련 학과에서 내진설계를 가르칠만한 전공 교수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학부생 전공 과정에도 관련 커리큘럼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며, 현재 건축업계 종사자들 중에서도 내진설계를 위해 꼭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수강하지 못한 채 졸업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 대학에서 건축공학과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동력학’, ‘내진설계’, ‘내풍설계’ 등과 같은 교과목을 배우는 곳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내진설계에 대해 기초부터 배운 사람이 많지 않다. 당장 더 급한 것은 현업에 종사자들의 재교육이다. 건설기술교육원과 같은 기관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초 지식부터 다루지 않아 한계가 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교육 과정 조차 제대로 없으니 답답하다. 그래서 지난해 내진설계 전문가 양성을 위해 단국대에 ‘ICT 융복합 내진・초고층 공학과’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향후 10년, 혹은 20년 후에는 안심하고 내진 설계를 맡길 수 있는 많은 전문가들이 양성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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