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락 전주비전대학교 국제교류부 센터장

오랜 시간 동안 국제교류 관련 일을 해온 담당자로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끔 유학생들을 대하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건 ‘다른 색깔의 사람들이 만나는데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라는 개념을 말로는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세상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는 걸 몰라서 생긴 문제였다.

베트남 학생을 대하다 보면 종종 열 받을 때가 있다. 잘못한 학생을 향해 뭐라고 혼을 내도 생글생글 웃는다. 잘못했다는 말은 고사하고 마치 살다 보면 잘못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듯 웃는다. 그러면서 “Khong sao(컴사오;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처음 베트남 학생을 통해 '다름'을 알게 된 경우였다.

잘못을 한 당사자가 싹싹 빌어도 시원치 않은데 자기가 스스로 괜찮다고 하니 열을 안 받을 수가 없다. “뭐가 괜찮다는 거야? 나는 안 괜찮아. 어째서 네가 잘못을 해놓고 스스로 괜찮다고 하는 거야?” 라며 화를 내곤 했다. 이러한 베트남 학생들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베트남은 국가적으로 혹독한 상황들을 견뎌낸 저력을 가진 민족이다. 그런 힘이 개인의 상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것이 바로 불행한 상황에 대한 초연함, 즉  ‘컴사오’인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미래를 대비하고자 그들은 ‘컴사오’를 얘기한다.

베트남 학생을 이해하려면 ‘컴사오’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단순히 문자의 번역으로 ‘컴사오’를 이해하면 열 받을 일이 너무 많다. 문맥 속에서, 역사 속에서, 문화적 특성 속에서, 이해를 해야 '컴사오’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베트남은 오랜 전쟁과 식민통치ㆍ사회주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에서 ‘컴사오’로 자신을 위로하며 또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했다. ‘컴사오'는 모든 문제의 해결 언어다.

학생이 실수했을 때 대놓고 큰소리로 야단을 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베트남 학생들에게 이런 책망은 무시고 모욕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웃으면서 야단을 쳐야 한다. “아이고 이걸 어떻게 하지? 왜 그랬어?” 큰소리는 치되 약간은 코믹하게 웃으면서 말해야 한다.

그러면 잘못한 당사자도 미안해서 웃음을 짓는다. 서로 웃음을 주고받으며 야단치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등을 툭툭 두드리며 “컴사오, 컴사오”를 두어 번 해주고는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면 안 돼”라고 하면서 분위기를 밝게 유도해야 한다.

그러면 다 알아듣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굳이 밖으로 사과하지 않아도 속으로 미안해하는 것이다. 우리도 한 20년쯤 전에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매우 어색해 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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