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 제주한라대학 교수

▲ 이종희 교수

많은 학과가 그렇겠지만 우리과도 우리 과도 출신 졸업생이 조교를 하고 있다. 학과장은 통상적으로 졸업생들 중에 가장 똘똘하고 성실한 학생을 조교로 뽑고 싶어 한다. 재학 중 성실하지 않은 학생이 조교가 되었다가는 학과에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실하고 똘똘한 학생은 대부분의 교수들이 귀여워하기 마련이고 교수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학생도 대체로 교수들을 잘 따른다. 조교가 되기 전까지는....

학생들은 강의실에 있는 교수를 어떻게 바라볼까? 학생에 따른 편차가 있고 취향도 있겠지만 그래도 졸업하기 전까지 한두 명 이상의 존경할 만한 교수를 찾지 않을까? 어떤 학생은 강의를 잘하는 교수를 존경할 것이고, 어떤 학생은 인격적인 교수를 존경할 것이며, 사회적 활동이 많아 유명한 교수를 존경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자신들과 가까이 호흡하며 교류를 많이 하는 교수를 좋아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수라는 직업군의 특성 상 개인적 존경과는 별개로 직업 자체에 경외심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교수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호감을 사는 것은 세상을 사는 일에 비교하자면 꽤나 쉬운 편이다. 왜냐하면 교수들은 수업시간에 대부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실 안에서 자신의 전공 관련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교수라는 직업은 그 공간 안에서는 수업 내용과 관련, 자신을 능가할 수 있는 학생이 있을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강의실에서는 자신감으로 충만하고 그 자신감을 당당한 매력으로 발산한다. 또한 강의실 안에서 교수는 절대 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다. 떠들거나 휴대전화를 보는 학생에게 경고를 할 수 있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릴 수도 있으며 결석이 잦은 학생에게는 F학점도 날릴 수 있다. 사제지간의 정이 옛날에 비해 많이 무너졌다고 말들은 하지만 학생들은 아직 교수 앞에서는 꽤나 공손하고 좋든 싫든 싹싹하게 웃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나면 적당히 나르시시즘에 빠져 쾌감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강의실 안에서의 이야기이다. 강의실 밖으로 나오면 교수든 학생이든, 강사든 직원이든 똑같이 삼시 세끼를 먹으며 일상을 살아야 한다. 또한 자신의 성격대로 일처리를 한다. 말이 앞서고 행동이 미처 못 따르는 교수도 있을 것이며, 습관적으로 잔꾀를 부리는 교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권위만 앞세우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교수도 있을 것이다. 교수도 인간인지라 모든 이에게 성인군자처럼 대할 수는 없기에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은 피하고도 싶을 것이며, 때로는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교는 이러한 교수의 일상의 모습을, 혹은 교수 사회의 뒷모습을 여지없이 보게 된다. 조교들은 조교들만의 네트워크로 자신들이 알게 된 교수들의 뒷모습을 서로 공유한다. 왜냐하면 그건 학생 때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스승의 모습이기 때문에 좋은 토픽감이 되는 모양이다. 연애할 때 콩깍지가 씌었던 사랑하던 배우자가 결혼 후 일상에서 허술하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의 배신감과 비슷할까?

우리 과 조교는 이제 임기를 마치고 이번 겨울방학이면 학교를 떠나게 된다. 똘똘하고 야무지던 친구가 조교의 임무를 마치고 학교를 떠나는 마음은 어떨까 싶어 넌지시 질문을 했다. 학생일 때는 교수님들이 이토록 자신들과 똑같이 인간적 세상을 사는지 몰랐다고, 교수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대답한다. 교수는 직업일 뿐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교육자로서의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일상의 모습도 조금은 승천하려고 노력해도 되지 않을까? 많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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