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섭 안동대 대외협력과장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늘 그렇듯 빠른 시간 앞에 옷깃을 여민다.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로운 교육비전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해와 다른 소회를 갖는다.

대학 안팎에 소용돌이치던 일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보니 희망보다 우울하고 비관적인 단어가 뇌리에 스친다. 실제 대학에 불어닥치고 있는 바람은 매운 겨울바람보다 세차다. 호시절은 다 갔다는 푸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학의 도전은 산처럼 높고 파도처럼 거세다.

먼저 인식의 빠른 전환이 요구된다. 대학의 속도를 세상의 시계에 그대로 맞출 수 없겠지만 대학엔진에서 덜거덩 소리가 크게 나고 이러다가 엔진이 꺼질지 모른다는 위기에 촉각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국공립대학이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재무적 관점에서 나온 단선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 위기는 물질적 차원의 위기를 넘는 삼각파도다. 위기는 복합적으로 밀려오는데 대학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돈 타령이 대부분이다. 돈만 있다고 작금의 대학위기가 온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예산에만 종속된 사고를 열어야 한다.

두 번째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성찰하고 싶은 대목으로 대학의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자세를 말하고 싶다. 대학은 그동안 별 애로사항이 없었다. 별나게 마케팅을 안 해도 고객이 찾아오는 참 쉬운 시스템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교육당국이 대학에 학생까지 데려다줄 수 없는 노릇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급 부조화를 생산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각 대학이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세 번째는 내실을 기하는 정체성 확보의 중요성을 그 연장 선상에서 공유하고 싶다. 이제 대학도 학생 수 관점에서 보면 성장세를 멈추고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심지어 대학 무용론이 배회하고 있다. 대학 나와서 뭐하냐는 반문에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그래서 대학의 규모나 지향점 등을 정상화하는 내실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대학에 거품이 많이 낀 것도 인정해야 한다. 자기 정체성과 역량을 토대로 하는 규모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여태까지 자랑이던 ‘크다’는 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냥 버틸 때까지 버틴다는 아집 운영으론 장기비전이 싹틀 수 없다. 공멸의 시작일 수 있다.

2018년에는 새로운 평가도 있고 그에 따른 또 한 번의 충격파가 있을 것이다. 교육당국의 평가방식에 모순점도 많다. 하지만 취업 불모 시대에 안개 같은 길을 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좌표와 역할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과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안일이라는 무거운 엉덩이로 빠르게 멀리 갈 수 없다. 대학이 이 시대를 견인하고 시대에 부응하기에 힘이 부친다는 우려는 우리의 역량과 인식제고를 재촉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볍지만은 않은 성찰을 화두로 2017년과 작별하고 대망의 2018년을 맞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