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마케팅 '재정·인지도' 업

빈약한 법인전입금, 생색내기 급급한 국고보조금 그리고 매년 반복되는 학생들과의 등록금 갈등.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확충이 필수요건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오히려 계속되는 학생정원 미충원으로 대학들은 고사위기에 처해있다. 그렇다면 대학재정 확충의 활로는 과연 없는 것일까? 본지는 한양대와 공동으로 이러한 상황을 대학인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학마다 각기 상황이 다르겠지만, 이번 시리즈가 재정확충을 고민하는 많은 대학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발상을 바꾸어보자. 눈에 보이는 유형의 자산 말고, 무형의 주목받지 않은 것들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우리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정말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전제에 동의한다면,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각기 자신의 대학 이름을 떠올려보자. 고려 부산 연세 전남 중앙 한양... 경영 전문가들은 이를 ‘브랜드’라고 개념 짓는다. 카우보이들이 벌겋게 단 쇠로 날뛰는 송아지에 찍었다는 낙인인 브랜드, 특허법상 소유권을 표시하는 문장이자 등록상표이다. 그렇다면 대학이름 즉, 대학 브랜드가 과연 대학재원 조달을 위한 유익한 방법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2002.7)에 따르면, 우리가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6백96억 달러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약 88조4천여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일반회계 예산이 1백20조여원 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그 가치 는 어마어마하다. 빌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6백49억 달러, IBM이 5백11억8천 8백만 달러에 이른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자. 국내 최고의 브랜드로 평가되는 ‘SAMSUNG' 의 가치는 83억달러(약 10조 6천7백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면도기 제조업체인 질레트는 지난 90년대 국내 최대 건전지업체 로케트 전기의 상표권과 영업권 일부를 인수하면서 7년간의 브랜드 사용 비용으로 6백60억원을 지불했다. 한국존슨은 삼성제약(에프킬러)를 인수하면서 브랜드 값으로 2백97억원을 지급했다. 기업과 대학은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대학관련 이야기를 할 때 곧 잘 인용하는 미국 대학의 상황을 보면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하버드, 스탠포드, MIT, UCLA 등 유수의 대학들은 일찍이 대학 이름을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해 대학 재원 마련은 물론 학교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의 경우 브랜드 가치가 코카콜라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이들 대학 중 국내 기업과 브랜드 이용협정을 맺은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98년 2월 (주)수일어패럴과 브랜드 라이센스를 계약 체결한 UCLA이다. 남부캘리포니아 특유의 자유스러운 분위기,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상징하는 학교 이미지가 상품으로써의 UCLA 브랜드를 낳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한국과학기술원이 국내 최초로 이 대학의 영문 이니셜인 ‘KAIST'를 유명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1999년부터 기술을 인정받은 중소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안경, 기능성 양말, 골프화 등에 'KAIST' 상표를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중소기업청과 ‘KAIST 브랜드 육성지원 사업 협약’을 맺고 런닝머신, 옥돌침대, 안전화 등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은 브랜드 마케팅 결과로 지난해 5천만 원의 로얄티를 받아 발전기금으로 적립했고, 올해에는 로얄티만 7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명대는 지난 2002년 계명대 브랜드를 사용한 ‘계명 푸덱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석류를 이용한 기능성 건강보조음료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 곳으로부터 대학발전기금 명목으로 현금 3천만 원, 주식의 2%를 로얄티로 받았다. 이밖에 경희대, 원광대, 영남대, 아주대 등에서는 산학협력을 통한 신기술 상품 생산과 대학 브랜드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계명 푸덱스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정용진 계명대 교수(식품가공학)는 “대학브랜드는 교육기관으로서 비교적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데다, 대학이 산학협력의 산물로 각종 신기술상품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고 말하고 “최근 교육부가 학교기업의 설치·운영을 가능토록 한점도 대학들의 브랜드를 이용한 재정확충 전략에 가속력을 붙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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