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경험 살린 전문대학 국제화 방안 연구 기대
학생들이 오고 싶은 대학 만드는데 집중할 것

[한국대학신문 김홍근 기자] 송고영신(送故迎新). 옛 관가에서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官)을 맞이 했던 데서 유래한 이 사자성어는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한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말로 지금의 청암대학교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상당 기간 대학 경영진과 일부 구성원의 갈등은 나머지 대학 구성원들의 사기마저 떨어뜨리는 데 이르렀고, 이에 대학은 서형원 신임총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하는 송고영신의 그 첫 번째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 총장은 어떤 총장으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청암대학교를 큰 역사에서 봤을 때 ‘중흥기’를 이끌었던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짧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어느 조직이나 역사적으로 흥망성쇠가 있기 마련이라는 그는 잠시 침체돼 있는 대학을 본인이 다시 일으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자신을 향한 대학뿐만 아닌 지역 전체의 기대감과 부담감에 근심이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확신을 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 총장의 리더십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겠지만, 대학 구성원과의 소통만큼은 일순위로 삼고 싶다”며 “권위적인 총장의 모습보다는 민주적이고 사랑받는 총장의 모습으로 대학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서 총장이 취임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 청암대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 지난달 청암대학교 총장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한 달여 동안 바빴을 듯한데.
“오늘이 취임한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이지만 실제 업무는 10월 30일부터 시작해서 한 달 반의 시간이 흘렀다. 한 달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부서별 업무보고 이후 간담회 형식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학내 현황문제 파악에도 힘썼다. 학생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마음을 살펴보기 위해 학생식당에 방문하는 등 애로사항을 청취해왔다. 그 뿐만 아니라 순천지역에 터를 잡은 대학으로서 지역 주요기관을 방문하고 지역 유지들과 언론인들을 만나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 대학의 모습을 살피는 데 집중했다. 한 달 반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였지만 우리 대학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의 진솔한 조언을 가감 없이 청취해 앞으로 어떻게 가다듬어 나갈지 고민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 청암대학교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총장이 취임한 것에 대한 대내외적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 총장직 제의를 받았을 때는 교육경험이 없다는 데서 완곡히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성원들과 지역사회 및 산업체 등에서 거는 기대가 얼마나 엄중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제의를 받았다. 대학 내외에서 공통적으로 들리는 말은 청암대학교가 전남지역에서 굉장히 훌륭하고 명성 있는 대학이었는데, 작금의 상황에 처한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반드시 청암대학교의 명성을 찾아달라는 간곡한 목소리들이었다. 물론 그 기대의 수단과 방법이 상반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고심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오랜 갈등을 겪다보니 학내분위기가 너무 침체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듣는 것만으로도 일정부분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지역사회 관계자들도 많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어, 한시도 잘해야 된다는 걸 잊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총장 취임에 앞서 대학행정에 경험과 수완이 풍부한 이강두 부총장을 모셔 저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줄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청암대학교다. 어떤 모습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학내 구성원, 지역사회 구성원, 언론사, 산업체, 관련 유관단체 등과 수차례 만남을 통해 청암대학교는 미래의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모든 역사가 있는 곳에는 굴곡이 있고 이러한 굴곡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됨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미래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섯 가지 약속을 내걸었는데,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 △합리적인 대학행정 운용 △자율개선 대학으로의 진입 △오고 싶은 대학 만들기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그것이다. 대학 구성원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정기적인 만남을 진행하고 대학의 주요 결정사항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총장실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게 항상 열어두겠다. 또한 합리적인 인사정책을 시행하고 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추구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대학행정으로 변화할 것을 약속한다. 오랜 난항 속에서 탈락했던 기관평가인증 대학으로 재진입하고 이번에 새롭게 변화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자율개선 대학으로의 진입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편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달성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학생들이 오고 싶어하는 대학이 되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것과 더불어, 이는 지역사회에서 청암대학교의 옛 명성을 되찾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오랫동안 외교 업무를 맡아온 경험이 최근 전문대학가에서 큰 화두인 ‘글로벌 경쟁력’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수요자 확대를 위해 대학과 정부는 ‘Study Korea’를 외치며 2020년까지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함으로써 해외 취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음을 이번 총장 취임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다는 의미는 기본적으로 교육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금의 글로벌 사업의 문제점은 협약 체결에 있어서는 열심인 반면, 체결 이후에는 양 기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채 단발성 협약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30여년의 외교 분야 전문가로 쌓은 노하우를 살려 기존과는 다른 전문대학의 국제적 역량을 높이는 방법도 연구해 보고자 한다. 외교부도 국제교류를 하려고하는 단체나 연구기관 대학에 대해서 굉장히 환영하고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앞으로 고민할 사안 중 하나다. 전문대학 전체에 비전을 제시하는 일익을 담당할 수 있길 기대한다.”

- 지방대학으로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는 가장 큰 당면과제가 아닐까 싶다. 청암대학교는 어떤가. 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이 직면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 절벽시대가 눈앞에 다가왔고, 지방 사립대학들은 학생 수 확보를 위해 생존을 건 경쟁을 치열하게 겪고 있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대학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월등하게 높이는 수밖에 없다. 물론 학령감소 시장논리에 따라 전문대학을 먼저 도태시키는 것보다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우선 스스로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전남 지역 내에도 대학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매력 있는 대학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요즘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수시에서 여러 대학을 합격한 경우 대학 현장을 돌아다녀 보고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 때문에 외적으로 보이는 시설의 정비도 필요하겠다.”

- 대학 구조개혁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모습을 바꿨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궁금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는 가장 큰 당면과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대학 구조개혁이 추진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구조개혁이 대학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방식으로 추진됨에 따라 많은 부작용이 발생해 한발 물러선 기본역량 진단으로 바뀐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대학의 에너지가 미래에 대한 대비에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과거 실적과 평가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교육 현장으로 온 지 아직 한 달 반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자 시각과 외부자 시각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부자로서는 대학이 역시 기본역량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지만 전문대학 지방사립대는 기본적으로 재정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자가진단과 자가발전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컨설팅 비용만하더라도 엄청나더라. 이런 부분은 국가가 객관적으로 역량을 진단해서 보완할 곳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은 기본적으로 지표나 역량평가 요소에 따른 기초체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외부자 시각에서 보면 기존의 대학 구조개혁평가나 기본역량 진단이나 큰 차이는 없다는 생각이다. 평가 요소가 조금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퇴출제도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감축이 활용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지 않나. 일반 재정지원 대학 60%라는 합격라인은 나머지 대학은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 오히려 걱정이 있다. 60% 안에 들 수 있는 비방이 있으면 걱정도 안 하겠다(웃음). 평가 요소를 하나하나 체크하고 구성원과 상의하는 노력을 해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 대학의 경우에는 미래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과거에 대한 가혹한 징벌을 받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럼에도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은 교직원들의 충분한 역량과 잠재력이다. 총장을 중심으로 전 교직원이 하나된 마음으로 대비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보겠다.”

▲ 서형원 총장이 최용섭 본지 주간(왼쪽)과 대담하고 있다.

■서형원 총장은…
1956년생.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행정대학원을 수료한 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공부했다. 외무고시 18회로 외무부에 입부한 그는 주일본 2등서기관, 주리비아 2등서기관, 외무부 인사운영계장을 역임하고 2001년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10년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행사기획국장, 2011년 주일본 대사관 공사를 거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주크로아티아 대사를 역임한 뒤 지난해 외교부 생활을 마쳤다. 올해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에서 단원으로 활동하다 지난달 청암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주간 / 정리 = 김홍근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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