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의 영화로 만나는 교육] '카모메 식당' 과 직업 소명의식
[주현재의 영화로 만나는 교육] '카모메 식당' 과 직업 소명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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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 주현재 교수

수많은 일본영화 중 교육적 의미가 담긴 작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카모메 식당'을 추천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7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그 어느 곳에서도 당신은 직접적으로 교육과 관련된 장면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에 교육에 대한 매우 깊은 통찰력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교육적 가치는 화면의 표면에 피상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깊은 곳을 관통하는 일본인과 그 문화의 자산, 바로 직업에의 소명의식에서 발견할 수 있다.

'카모메 식당'은 작품이 주로 다루는 요리라는 소재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노동’의 의미를 사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본인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 분)는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조그마한 일식당 카모메(카모메는 핀란드어로 갈매기를 의미)를 개업한다. 오니기리(주먹밥)를 메뉴로 내놓고 매일 손님을 기다리지만 현지인에게 낯선 음식인 탓인지 통 장사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치에는 개의치 않고 매일 아침 음식을 준비하며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재패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핀란드 청년 토미가 카모메 식당의 첫 손님으로 찾아온다. 때마침 핀란드를 여행 중이었던 일본인 미도리도 사치에를 돕겠다며 종업원으로 나선다. 오랜 시간 손님이 없었던 카모메 식당에는 새로운 이들이 스며들면서 어느덧 핀란드 현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인기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카모메 식당'은 힐링에 탁월한 영화로 국내에 자주 소개되었다. 스칸디나비아에 속하는 핀란드와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 있다. 이 작품이 유명한 힐링 영화로 알려진 까닭은 아마도 작품 전반에 흐르는 단순한 삶, 그리고 그 간접 체험이 숨 쉴 틈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온기를 넣어주는 휴식의 시간으로 다가갔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낯선 이국땅에서 '카모메 식당'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주인공 사치에와 핀란드인과의 소통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소통의 비결이야말로 국가와 시대를 초월한 정신. 즉 직업 소명의식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작품을 단순한 힐링이나 미니멀리즘의 관점에서만 해석한다면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가 다소 희석될 것이다.

영화 초반 장사가 잘 되지 않던 시절, 손님으로 온 한 남자가 커피를 주문한다. 그는 사치에가 내려 준 커피를 마셔본 후에 지금도 충분히 맛있지만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겠노라고 제안한다. 이윽고 그는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진심을 담으라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 사소한 조언을 받아들인 사치에는 자신의 일, 요리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터득하게 된다. 본래 그는 책임감이 높은 성실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지만, 이 사건 이후 단순한 성실함을 한 차원 넘어 요리에 마음을 담는 소명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직업’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뜻한다. 직업과 비슷한 단어인 생업도 생계를 위하여 하는 일이라는 정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직업이라는 것이 밥벌이의 수단이라는 일차원적인 개념으로 간주되어야만 할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각각의 일은 그저 일상의 일부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타인의 행복과 사회번영에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업은 자아를 실현하는 숭고한 가치를 지니는 것인데 시대가 흐를수록 그 의미가 차츰 퇴색되어 가고 있는 것만 같아 무척 안타깝다.

12월 13일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가장 고민하는 사안은 ‘졸업 후 진로’였다. 하지만 대학에서 진로탐색 주제의 필수(교양 또는 전공)로 개설한 강좌의 비율은 4년제 대학 35.3%, 전문대학 32.8%로 나타났다. 대학 및 전공 선택 시 당시 성적이나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어 진학을 결정하는 학생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진로탐색 관련 교과목 개설은 매우 필수적이고 시급한 선결과제이다.

안타깝게도 그 '카모메 식당'의 일본에서도 이제는 직업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가는 청년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최저임금이 1만원 시대를 향해 가는 이 시점에서, 욜로(YOLO)를 외치며 즐기는 인생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바로 오늘. 대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나는 직업을 갖는다는 의미가 아르바이트와는 본질부터 다른 숭고한 소명임을 일깨워줄 수 있는 대안적 진로교육체제를 모든 대학이 지금이라도 마련하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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