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열 안산대학교 교수(한국특성화전문대학벌전협의회장)

우리나라의 고등직업교육을 대변하고 있는 137개 전문대학의 향후 몇 년을 결정할 주요한 정책 방안 및 관련 직제 개편안 등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먼저,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 확대와 더불어 지원 방식에서 기존 목적성에서 탈피해 일반 재정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전문대학 육성방안에 대해 각 지역을 순회하는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이같은 전문대학 육성 방안이 당근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와 동시에 채찍이라 할 수 있는 입학금 단계적 폐지와 대학 기본역량 진단작업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당근과 채찍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교육부 직제 개편안도 개편 예고됐다. 직제 개편안의 핵심은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대학정책실을 고등교육정책실로 개편하고 그 아래에 직업교육정책관을 두며 그 산하에 중등직업교육정책과와 전문대학정책과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정책들은 정책 입안자 입장에서 볼 때 고등교육 특히, 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낸 결과일 것이다. 다만 우리 전문대학의 문제와 해결책은 전문대학 현장에 있다는 우문현답의 정신에서 살펴본다면 그 답에 얼마나 충실하였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미지수다. 그동안 전문대학에서 나온 각종 우려를 모아놓고 이러한 산재된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쏟아놓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 동쪽에 신성한 숲길이라는 뜻의 ‘사려니 숲’이 있다. 이 숲에는 작은 고사리에서부터 온대식물·관목·졸참나무·편백나무·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같이 서식하고 있다. 이렇게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서로 어울려 숲을 이루고 오랫동안 보존되는 것을 산림생태계라 하는데, 이런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수종별 특성을 세심하게 배려한 종합적인 성장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고등직업교육의 중심축인 전문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직업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한 종합적이며 체계적인 성장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혹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문대학 정책이 고등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통합적으로 논의되고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좀 더 세심하게 살핀다면 우문현답의 정신에 따라 규모와 지역에 따라 각각 특성을 달리하는 137개 전문대학을 고려한 종합적인 성장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꼼꼼한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주 고등직업교육의 중심축인 전문대학 현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우리의 문제와 해결책을 전문대학 현장에서 찾기 위해 그동안 진행해 온 정책연구에 대한 결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사회적 이슈로 번지고 있는 현장실습 문제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가? 정부 재정지원에서 일반 재정지원이란 어떤 형식일 때 지역별·규모별로 다양한 전문대학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가? 전문대학 육성방안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국제화 문제에 대한 자구책은 없는가? 공영형 전문대학, 평생직업교육 등이 국정과제라는 명목하에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될 때 우수한 전문대학에 미치는 피해는 없는가? 등의 다양한 문제와 해결책이 논의됐다.

옛말에 '일계지손, 연계지익(日計之損, 年計之益)'라는 말이 있다.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는 하루하루가 빠듯할수록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미국·호주 등 선진국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고등직업교육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한 전문대학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성장환경 조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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