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가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수년간의 학내분규를 뒤로하고, 외부기관의 객관적 평가에 기초한 학교 비전이 제시돼, ‘2010년, 국내 최고의 교육중심대학 달성’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미루어졌던 시설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 잇따라 최첨단 시설을 갖춘 건물이 선보이고 있다. 행정시스템의 총아라 불리 우는 ERP 시스템이 도입돼 행정의 효율성도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일부 학과구조조정을 통해 신설학과를 설치하기도 했다. 대학경쟁력 강화라는 총장 본연의 임무 외에 분규로 인한 구성원의 상처를 보듬어 화합을 도모해야하는 과제를 또 하나 짊어진 신상전 총장을 만나 정상화되는 과정에서의 아픔과 고민, 그리고 학교발전을 위한 야침 찬 계획을 들어봤다.

- 총장 취임하신지 3년여 되셨죠.

“지난 2001년 12월 이사회에서 총장직무대리로 임명됐고 2003년 1월 정식 취임했으니 벌써 3년 반 정도 됐지요. 총장을 연습하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제는 행정에도 익숙해지고 비로소 어떤 일을 수행해야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처음 총장이 돼서는 학내상황도 그렇고 아주 어려웠어요. 정상적인 대학을 기준으로 한다면, 어려움이 하나 더 있는 셈이지요. 10여년의 학내 갈등이 남긴 상처를 치료해야 했고, 또 이로 인해 미뤄둔 학교발전계획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했습니다. 덕성여대 민주화에 한국대학신문이 많은 기여를 해주었습니다. 이제 학교발전에도 관심을 가지고 많이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 취임초기 가장 역점을 둔 것이 무엇이었나요. 교수, 학생, 직원 등 강력하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지나고 나니 보람이 있습니다. 분규과정에서 교수사회 직원사회가 분열돼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이분들이 어느 그룹에 속했던 지간에 운동도 같이하고 식사도 같이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대학이라는 곳이 최고지성인들이 모인 곳으로 한 가지 의견만이 있을 수는 없겠지요. 학교 정책에 대해 거부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덕성이라는 큰 그릇에 녹여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봅니다. 저는 이견들을 보다 신중하고 고맙게 수용하면서 대학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 우리사회도 마찬가지지만 일부 사람들은 대학 민주화가 대학간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현시점에서 혹시 효율을 저하시키지는 않나하는 걱정도 합니다.

“지금 학생들이 등록금동결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저는 곧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저는 학생들의 합리성을 믿고 꾸준히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직원 파업을 경험했지만 제도가 사회보다 뒤쳐져 생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서 있기에 일어난 것이라 이해합니다. 민주화 제도가 사회수준보다 앞서나가기 때문에 구성원이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자랑스럽게 말씀드리지만, 우리 대학은 교수뿐만 아니라 직원과 학생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합니다. 직원들은 규정개정위원회와 대학발전위원회, 예결산위원회, 직원인사위원회, 징계위원회 등 각종 중요 위원회에 참여합니다. 학생들도 등록금책정위원회, 전공교과과정위원회, 예결산위원회 등에 참여하지요. 특히 학생복지의 경우 학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번거롭고 힘들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많아요. 가령, 식당업자를 선정할 때 학교대표와 학생대표가 투표해서 결정하는데, 밥맛이 없어도 학생들이 학교에 책임을 묻지 못하죠.(웃음) 방향은 맞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지난해 차미리사 기념관을 건립하고, 동상을 세우셨습니다. 설립정신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로 이해되는 데요.

“지난 3년여 임기동안 제가 노력했던 분야는 건물 등의 외적인 분야가 아닙니다. 우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덕성여대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정체성이 기초가 돼야지만 발전계획 등의 옷을 입힐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설립자인 차미리사 선생님의 동상을 세우고 이 건물도(차미리사 기념관) 지으면서 흔들리지 않는 교육 철학을 다시금 세웠지요. 또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학교 발전방향을 교육중심대학으로 정했습니다. 입학 후 잘 가르쳐 졸업 뒤 브랜드가치가 높은 학생을 육성하는 쪽으로 말입니다.”

- 그럼 세부적 학교발전계획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문은 어떤 것인지요.

“2003년도 외부 컨설팅 업체에서 대학경영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충격적인 것도, 재확인된 것도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뉴 유니버시티 2010’ 프로젝트를 발표했지요. 2010년 국내최우수 교육중심대학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목표가 정해졌고, 매년 이를 위해 중장기 세부 목표들이 세워졌지요. 지금까지 이러한 목표 중에서 달성한 것을 말씀드리자면, 1년 반의 준비를 거쳐 올해 2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낙후된 학내정보화 수준이 한꺼번에 향상됐습니다. 이제 2학기 도입될 스마트카드 시스템이 시행되면 다른 대학이 부러워하는 유비쿼터스 캠퍼스 환경이 구축될 것입니다.”

- 최근 교육부에서는 대학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덕성여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교육부가 요구하기 전에 학문구조조정을 시도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학 경영진단 후에요. 1년여 동안 공청회와 단과대, 학과 교수들과의 대화 끝에 부분적 성과를 얻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구조조정은 매우 힘든 일이지 않습니까. 교육부가 요구하기 전에 시도했다. 컴퓨터공학부를 정보공학대학으로 독립시켰고, 교양교육학부를 교양교직대학으로 했습니다. 대신 교양교과 과정체계를 흔들어 실용을 강화했습니다. 우리대학의 경우 인문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취업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인문대학의 경우 학과제를 실시했고, 이곳의 정원을 줄여 사회대 법학과를 만들었지요. 또 컴퓨터 공학부에서 30명을 떼어 생활체육학과를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성과가 좋아 생활체육학과의 경우 올해 경쟁률이 15:1을 기록했습니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우리대학은 90년 이후 정원 증원을 안했습니다. 우리대학보다 역사가 훨씬 뒤진 대학들이 2~3배 정원을 늘리며 백화점식 운영을 했을 때, 우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대학의 정원을 다른 대학처럼 줄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또 교수 충원율이 63%를 넘고, 강의실 활용률도 매우 양호합니다.”

- 오늘(26일) 오전 어학생활관 기공식을 가지셨죠.

“국제화로 가기위해서는 어학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자체적으로 토익을 보는 등 앞으로 전공에 관계없이 어학교육을 집중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어학생활관은 이를 위해 필요한 시설입니다. 당초 기숙사를 계획했는데, 기숙사 생활할 인원이 조사결과 많지 않더군요. 오히려 많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3주정도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어학능력도 향상시키고, 인성프로그램도 가미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밖에 수익사업을 겸한 교육용 종합체육관 건립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 최근 교육부와 대학간 마찰이 늘고 있습니다. 총장께서는 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고교등급제 유지는 교육부가 옳다고 봅니다. 입시가 과열되는 것을 막아야 하니까요. 그러나 각 대학들은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이러한 특징에 맞게 학생을 선발할 수 없지요. 교육부가 제시하는 한 가지 기준의 획일적 선발을 하는 것이죠. 이는 대학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일률적으로 강제 설치되다시피 한 산학협력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학문과 산업의 예상 발전 방향을 예측하고 최종적으로 국가 인력 수급계획에 바탕해 고등교육의 방향과 기준을 설정하는 데 그치고, 방법은 대학이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 끝으로 구성원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견해에 마음을 열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 정착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합의한 목표를 위해 에너지를 결집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있습니다. 학생들이 생활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달라고 하는 것은 정당합니다. 그러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들 몫이지만, 공부를 하는 것은 학생들 몫입니다. 열심히 공부했으면 합니다. 또 하나 주문하고 싶은 것은 당장의 이해에 얽매이지 말고 세계적 안목을 넓혔으면 하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고는 너무 한반도에 고착화 돼 있고, 너무 자기중심적이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생산과 파괴 경쟁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류를, 제3세계 등 우리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인생을 목표를 그리면 좋겠습니다.” - 장시간 말씀해주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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