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예숙 춘해보건대학 교수(간호학)

▲ 김민예숙 춘해보건대 교수. (사진= 주현지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1960년대 미국에서 직장상사의 성희롱을 견디다 못한 여성 비서가 상담가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놨다. 상담가는 ‘아버지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한 여성이 상사의 애정을 갈구하고 그를 유혹해 일어난 사건’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러한 황당한 진단을 받은 여성들이 늘어나자 문제의식을 느낀 상담가들이 뭉쳤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여성주의 상담이다.”

여성주의 상담은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상담 이론이다. 여성주의 상담의 확산을 위해 20년 넘게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사람이 있다. 바로 김민예숙 교수다. 그를 만나 여성주의 상담에 대해 들어봤다.

김민예숙 교수는 여성주의 상담을 “여성주의 철학의 관점에 입각해 여성 및 사회적 소수자의 권력 강화를 조력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상담”이라고 정의했다. “여성주의 상담이 성차별주의를 비롯해 인간에 대한 모든 차별과 억압을 극복하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것에서 사회적인 의의를 갖는다.”

즉, 여성주의 상담은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볼 수 있는 상담 이론이다. 참고로 남성도 내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상담’과는 엄연히 다르다.

최근 몇몇 기업체에서 발생한 성범죄와 미흡했던 후속 조치가 알려지면서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여성주의 상담의 필요성에 대해서 물었다. “조직 내에서 성범죄를 경험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피해 경험자가 상담을 통해 개인이 변화한다고 한들 권력관계를 이용하는 조직사회가 함께 변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동시에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에서 여성주의 상담 존재의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여성주의 상담에 대한 피해 경험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대부분의 피해 경험자들은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성범죄 피해 경험자가 도움을 청한 사람이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여성주의 상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주의 상담의 대중화를 위해 산적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국내 여성주의 상담 전문가는 소수일뿐더러 전문 교육기관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상담대학원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 여성주의 상담을 가르치는 곳은 거의 없다. 상담 수요자와 공급자의 수가 균형을 이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했다.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여성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한몫한다고 말한다. 

여성주의 상담이 대중에게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여성주의 상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 상담심리학 전문가들도 여성주의라는 가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성주의 상담의 확산을 위한 첫걸음은 인식 변화와 함께 인력양성에 있다. 시작이 반이듯 인력양성을 위해 언젠가 여성주의 상담학과를 개설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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