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청년세대의 행복한 삶을 위해 대학은 어떤 답을 내 놓을 것인가?
[시론] 청년세대의 행복한 삶을 위해 대학은 어떤 답을 내 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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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산 본지 논설위원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프라임사업단장)

세밑이다. 매년 반복되지만 아직은 다가올 새해에 대한 기대나 설렘보다 지나온 한 해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시기다.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는 교육자이자 연구자이며, 또한 행정보직을 맡고 있는 책임자로서 각 영역에서 아쉬움과 회한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동료 이영민 교수와 심지현 교수가 상반기에 진행한 ‘청년 삶의 질 실태조사’라는 정책연구 과제결과를 접했다. 이 연구의 대상자는 취업한 청년, 취업준비 청년, 대학생 청년과 같이 세 집단으로 구분된다. 방대한 내용 중 필자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내용만을 간단하게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27명 중 48%는 불면증을 겪고 있었고, 50%는 아프지만 치료를 미루고 있었으며, 49%는 극단적인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현 직장에 대한 만족도 비율은 35%에 불과했고, 이직을 고려하는 비율이 무려 85%에 달했다. 삶에 대한 종합적인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4점에 그쳤다.

다음으로 응답자 535명에 달하는 소위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이라고 불리는 청년들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직무와 전공이 불일치하는 비율이 41.7%에 달했는데, 이 비율은 특히 인문·사회 계열일수록 높았다. 68%의 취준생이 지난 1년간 주당 평균 20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68%가 혼자서 술이나 밥 먹는 것을 더 선호했다. 또한 극단적인 분노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비율이 각각 47%와 45%에 달했다. 더욱 안타깝게도 이들의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는 46점으로 세 집단 중에서 가장 낮았으며 51%는 결혼 의향이 전혀 없었다. 이들의 평균 희망연봉은 3005만원으로 결코 과하다고 할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응답자 516명)의 경우 앞서 두 집단에 비하면 조금 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삶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53점이었고 77%의 학생들이 지난 1년간 주당 평균 18시간가량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요즘 학생은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요즘 아르바이트생은 공부하면서 일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혼자서 술이나 밥 먹는 것을 선호하는 비율은 63%로 취준생보다 낮았지만 결혼 의향이 없다는 비율은 57%로 오히려 더 높았다.

선배 세대로서,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직업 안정성이 가장 높은 교수로서 아픔보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혹자는 연구를 위한 표본의 대표성 문제로 연구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기 연구결과가 왜곡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 우울증 치료를 받은 20~30대는 14만 명가량 되는데 이는 2012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범주를 좁혀 20대로 한정하면 우울증 환자는 같은 기간 무려 22%나 증가하였다. 또한 20~30대는 전 세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 세대다. 청춘은 으례 아프다고 훈수 놓을 수 있을 만큼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무엇이 젊은 청년 세대를 이토록 아프게 만들었을까? 이들이 겪고 있는 아픔에 우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 것인가? 선뜻 답을 내놓기 쉽지 않다.

대학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한 재정절벽 및 각종 대외 평가는 대학을 병들게 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대학은 이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쳐왔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 간에 서로 다른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며 갈등이 증폭됐다. 학생들의 취업 등 사회진출 역량을 높이자는 주장과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지 취업양성소가 아니라는 주장이 맞섰다. 사회수요에 맞춰 학사구조나 교육과정을 바꾸자는 주장과 기초학문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학생진로상담을 확대하자는 주장과 연구에 몰입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맞섰다.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다만 대학이 학생들의 행복한 삶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할 시기임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바라건대 교원의 입장이 아니라 학생의 입장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살아생전 신영복 선생께서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이 아래로, 소외된 곳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새롭게 해석하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청년들이 처한 현실과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상선약수의 슬기로움이 대학에서 구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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