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H. 맥레이븐 지음 / 고기탁 옮김 《침대부터 정리하라》

2014년 5월 17일 텍사스 대학 졸업식에서 새하얀 해군 장교 정복을 입은 한 남자가 졸업식 축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섰다. 졸업생들은 부드럽고 상냥한 인상의 그 남자가 누구인지 금세 알아보았다. 단지 그가 텍사스 대학을 졸업하고 학군단 출신으로 미국 특수전 사령관의 자리에까지 오른 모교 출신 인사라서가 아니었다. 그 남자는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제거를 위한 《냅튠 스피어》 작전을 지휘한 인물, 바로 해군 대장 윌리엄 H. 맥레이븐 제독이었다. 미국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전 미국인의 영웅이었다.

연설에서 그는 자신이 6개월 동안의 네이비실 기초 군사 훈련 과정에서 배운 열 가지 교훈을 제시했다. 연설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부터 정리하라는 첫 번째 교훈으로 시작해, 무언가를 포기함으로써 인생이 수월해지는 경우는 결코 없음을 강조하는 열 번째 교훈으로 끝을 맺었다. 연설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설의 여파는 졸업식과 함께 끝나지 않았다. 맥레이븐의 연설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세포 분열을 일으키듯 급속히 확산되었다. 동영상 조회 수가 금세 1000만 번을 넘어섰다. 이 책은 이 유명한 연설에 일화를 더해 확장한 것이다.

맥레이븐이 제시하는 첫 번째 교훈은 침대부터 정리하라는 것이다. 살벌한 전장을 누비는 실 대원이 되기 위해 모인 전사들이 매일 침대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자신도 처음엔 우스꽝스러웠다고 맥레이븐 제독은 고백한다. 그것은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간단하고 시시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품은 원대한 목표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같은 행위를 요구하는 것을 처음에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곧 이 단순한 행위에 얼마나 큰 지혜가 깃들어 있는지 깨닫는다.

맥레이븐이 제시한 10가지 교훈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진정성에 있다. 그가 들려주는 일화들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 자신이 경험한 것이거나 자신이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난 훌륭한 상관과 동료, 부하들이 실제 살았던 삶이다.

그가 제시하는 인생의 교훈은 현실의 냉엄함을 직시하게 한다. 맥레이븐은 간절히 바라면 그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노력하면 반드시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거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는 인생이란 본래 공평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이 자주 실패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인생이란 고난의 시절로 가득 차 있고, 좌절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거듭 드는 가시밭길이다. 늘 땀과 인내, 용기를 요구하면서도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맥레이븐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생이 바뀌고 세상이 바뀔 가능성은 바로 그로부터, 희망을 품고 용기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열린책들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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