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섭 본지 주간

▲ 최용섭 주간

한국대학신문사 입구에 쓰여진 캐치프레이즈다. 국가발전에 대학이 지니고 있는 책무성과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대학경쟁력을 국가경쟁력과 같게 보는 이유는 대학수준이 그 나라의 국가수준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대학을 갖고 있는 국가는 어김없이 세계를 리드해가는 일류국가다. 일류대학이 일류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요즈음 경쟁력이라는 용어로 국가와 대학수준을 평가하는데 올해도 그 결과가 발표됐다.

IMD(국제경영개발원)와 WEF(세계경제포럼) 두 기관의 발표가 많이 인용되는데, 지난 5월 IMD 발표에서 우리나라 순위는 65개국 중 29위, 10월 발표된 WEF 순위에서는 137개국 중 26위다. 두 기관 평가방식도 다르고, 그 방식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우리나라 순위는 어림잡아 20위권 중후반에 랭크돼 있다. 2007년 11위까지 치고 올라간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평가는 여러 요소별로 점수를 매기는데, 이때 평가요소별 순위도 함께 공개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어떤 요소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가 가려진다. 두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바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등공신은 기업의 효율성을 비롯한 인프라와 거시경제적 환경이다. 반면 깎아 내리는 부정적 요소는 취약한 금융시스템과 전투적인 노사문화다.

그렇다면 교육부문 국가경쟁력 기여도는 어떤가? 두 기구의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경쟁력은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와 비슷하다. 세계경제포럼의 경우 국가경쟁력 순위가 26위인데 고등교육 훈련 평가지표 순위는 25위를 기록하고 있다. 간신히 면피한 수준이다.

세계 여러 나라 대학들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써 해마다 세계 유수기관에서 발표되는 대학순위가 있다. 그중에서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가 올해 6월에 공개한 QS 세계대학순위(QS World universities rankings)에 서도 우리나라 대학들은 세계 톱클FO스라고 할 수 있는 세계 30위권 대학에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100위권 대학 내에 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 고려대 등이 포함되어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지만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대학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는데 권위 있는 기구의 대학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한동안 우리나라의 기적 같은 발전의 이면에 높은 교육수준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대학교육만 놓고 봐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모르지만 대학의 교육력에 있어서만큼은 내세울 게 없는 실정이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대학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정부의 정책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정책은 한마디로 ‘규제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되는 것보다는 안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학을 ‘규제대상’ ‘감시대상’으로 몰아넣으면서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 이제 정부의 경직된 고등교육정책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육력을 신장시키는 ‘대학진흥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더불어 OECD 국가 평균에도 못 미치는 교육재정도 평균수준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고등교육정책을 논하면서 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조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교육의 공공성이 이미 확립된 OECD 교육 선진국가들의 개혁 사례를 참고하여 국제기준에 맞춰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하고 대학교육 진흥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대학에 눈을 돌려야 한다.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는가를 자문할 시점이다.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변화에 가장 둔감한 집단의 하나로 지목돼왔다. 특히 사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 거버넌스 시스템의 후진성도 문제이다. 21세기 최첨단조직을 19세기 고리타분한 신민문화 속에 가두는 일부 경영진의 행태들이 더 이상 묵인돼서는 안될 것이다. 더불어 교수사회도 대학경쟁력의 출발점이 자신들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은 냉혹한 평가의 시대에 낮은 교육력과 경쟁력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 교수들은 교수역량과 연구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여 교수들 먼저 first mover뿐만 아니라 fast follower가 돼야 한다.

결국 대학경쟁력과 국가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서로 네 탓하지 말고 그 주체인 정부와 대학의 변신이 같이 진행돼야 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개혁무풍지대에서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 대학의 자화상이라면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대학경쟁력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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