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인 인간과 직업 연구소장(직업학 박사, 전 청와대 춘추관장)

▲ 육동인 소장

올해 34세인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해는 2004년이다. 84년생인 저커버그가 창업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길 때의 나이가 불과 20세였다는 얘기다.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은 스탠퍼드대학원 친구 사이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공동 창업했다. 73년생인 이들이 98년 구글을 창업할 때 나이가 25세였다. 마이클 델이 텍사스대학 기숙사에서 델컴퓨터를 창업했을 때 나이는 19세.

20대 초반의 이들을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이들이 모두 유대인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인터넷혁명은 물론 최근 핫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역들의 상당수가 젊은 유대인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과연 어떤 창업 DNA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2000년대 초반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뉴욕에서 언론사 특파원을 지내면서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가까이 살펴본 경험이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의 성인식이다. 유대인은 13세 때 ‘바 미츠바(Bar Mitzvah)’라는 성인식을 한다. 바 미츠바는 히브리어로 ‘계명에 따라 사는 자녀’라는 뜻이다. 이 행사를 마치면 종교적으로 책임있는, 다시 말해 완전한 성인이 되는 것이다. 1년 정도 준비를 거쳐 13세 생일날 성대한 의식을 치른다. 결혼식과 함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날 중 하나일 정도로 의미 있는 날이다. 흥미로운 것은 성인식에 하객을 초청하고, 축의금을 받는다. 본인은 물론 부모의 친구나 친지들도 대부분 ‘현금’으로 축의금을 낸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 가까운 친척들은 이때 유산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적지 않은 돈을 건넨다. 빈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뉴욕 중산층의 경우 성인식을 마치면 평균 5만~6만 달러(6000만원 안팎)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 돈은 모두 이날 성인이 된 주인공의 몫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예금을 해놓거나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판다. 이렇게 13세 때부터 돈을 굴리기 시작하면 사회에 진출할 시기인 20대 초반에는 쏠쏠한 ‘종잣돈’이 생기게 된다. 또한 주식이나 채권을 직접 사고팔면 실물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공부하게 되므로 나름대로 탄탄한 경제감각을 익히게 된다. 유대인들은 밥상머리교육을 매우 강조하는데, 초·중·고교 시절 거의 매일 저녁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면서 진로문제는 물론 시사경제에 관한 얘기도 한다. 요즘 같으면 아마도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같은 주제를 두고 부모와 격론을 벌이고 있을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20대 초반의 유대인 청년은 ‘한손에는 돈, 다른 한손에는 현실적인 경제감각’으로 무장한 확실한 창업준비생인 셈이다.

또 하나 주시해야 할 것은 ‘티쿤 올람(Tikun Olam)’ 사상이다. 유대사상의 기본원리 중 하나로 ‘세상을 개선한다, 세상을 바꾼다’는 뜻의 히브리어다. 신은 세상을 창조했지만 미완성인 상태로 두었고, 따라서 인간의 의무는 완성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된 창조행위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사람을 완벽하게 창조했다면 왜 아프냐는 것이다. 약간 불완전하게 창조했기 때문에 아픈 만큼,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신의 창조작업을 보완하는 매우 중요한 인간의 의무라는 생각이다. 결국 세상을 ‘있는 그대로(world as it is)가 아닌 개선해야(to improve)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유대인들에겐 어느 부분을 개선하고 바꿔야 하는지를 계속 탐구하려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불완전한 것을 완전하게 만드는 개선대상이 바로 창업 아이템이 되고,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세상을 개선시킨다는 명분과 큰 이익을 얻는다는 실리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실제로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0.25%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의 평균 25%를 휩쓸며, 관련 비즈니스에서 많은 돈을 버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창업 성공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경제감각을 익히고, 자금을 확보하는 등 ‘기초체력’이 든든해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냉철하게 주변을 관찰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대학에서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에 앞서 창업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다 창업했던 학생의 상당수가 실패한다는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떠오른 단상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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