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나라 살리는 길…“대통령이 나서야”

구조개혁 방향성은 “사립대·일반대 줄이고 국공립대·전문대 늘리는 게 바람직”
“지나친 경쟁이 교육 황폐화시켜…임기 내 사교육 문제 꼭 잡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역대 무술년(戊戌年)에는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1958년 일어난 베이비붐은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 풍요의 시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며 1598년에는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끝으로 7년간 고통을 줬던 임진왜란(정유재란)이 종결됐다. 1418년 세종대왕이 왕위에 오른 해도 무술년이다.

2018 무술년에는 20대 국회 전반기가 끝나고 상임위원장이 바뀌는 해다. 누리과정·역사교과서·수능개편 등 주요 쟁점이 맞부딪혔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를 원만하게 이끌어온 유성엽 위원장도 임기 마무리를 향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대한 철학을 설명할 때는 여전히 열정이 넘쳤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과 지원 확대 대목에서는 확고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대학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을 위시한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대학가의 발전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소망이나 계획이 있나.

“2018년이 무술년인데 역사적으로 무술년에 긍정적 의미의 변화가 많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에서 새롭게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새로운 틀이 짜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촛불시민혁명 이후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는데 말로만 새로운 대한민국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틀이 짜여져 우리 국민이 자부심 갖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 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특히 고등교육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까?

“고등교육 발전 방향은 먼저 재정을 생각해야 한다. 반값등록금에 따른 등록금 동결 문제로 국공립대는 물론이고 사립대도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고등교육의 숨통을 트이게 해줄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를 도입해서 국가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지속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사립대 비중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국가의 책임, 정부의 책임을 더 강화하고 확대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대학가의 숙원이지만 오랫동안 진척이 없는 상태다.

“반값등록금을 실시하고 등록금을 동결한 것은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학부모 부담은 낮춰 가더라도 그만큼의 재정은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내가 볼 땐 요새 통치권이라는 용어가 사라져 가는 때지만, 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통령의 통치권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기재부 장관이나 예산실장을 수시로 만나고 국회의원 설득해서 교부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나는 교부금제도에 관해서는 혁명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고등교육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대학을 지원하는 게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고 나라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단 세출에 대한 구조조정은 해야 한다.”

-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명칭만 바뀌었을 뿐 기존 구조개혁평가와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쓰느냐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나는 사립대 비중을 좀 줄여 나가고 국공립대 비중을 늘려나가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공립대는 그대로라도 유지하든가 줄이지 말고 늘릴 수 있으면 늘리고. 재정지원을 더 확대하고 강화해서 등록금이나 이런 부분의 부담은 훨씬 줄여야 한다. 고등교육의 국가 책임을 보다 더 확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간 사학이 국가발전에 기여한 역할이 컸지만 앞으로 고등교육 발전 방향을 생각하면 사립대 비중을 줄이는 게 맞다.”

- 일반대와 전문대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대에서는 수업연한을, 전문대에서는 학과 모방을 문제 삼고 있다.

“우리 고등교육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졸업하고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취업해서도 재교육시켜야 할 정도로 고등교육이 현실사회에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본다. 일반대학은 전체적으로 줄여가고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 비중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 산학협력을 제대로 연계한 전문대학 비중을 높이고. 졸업하자마자 일선 산업현장에 바로 취업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을 더  강화시켜야 할 것 같다.”

- 대학가에서는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대학의 자율은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돼 있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미흡하기 짝이 없다. 나는 특정 정당 소속의 대통령이 임명하는 독임제 행정기관 형태의 교육부 장관은 위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가 모든 것을 틀어쥐지 말고 시도교육청에 넘겨줄 게 있으면 과감하게 넘겨주고 권한도 대폭 대학에 넘겨주고 핵심적인 제도관리 정도의 기능만 담당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교육부장관이 아니라 준 독립적 합의제 집행기관인 국가교육위원회를 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임기를 달리해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되고 지속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유지할 수 있는 체제로 가야 한다. 지금 교육은 오년지소계지 백년지대계가 아니다.”

- 세계에서 유례없이 재단법인과 학교법인이 분리돼 있어 규제가 심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본적으로 규제가 많다는 건 동의한다. 하지만 사실 사학에 대해 재단의 관여가 너무 심하지 않나. 사학의 공공성을 더 확대하는 쪽으로 노력해 가야 할 것 같다. 자율성을 주더라도 책임성을 더 강화해서 사학이 가진 공공성을 더 늘려 가야 할 것이다.”

- 지난해 미뤄졌던 수능제도 개편안이 올해 발표된다. 수능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학교교육 정상화에는 대학 입시제도가 관건이다. 현재 많은 학부모들은 수능 비중을 높여 달라고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 수능 제도는 문제가 있다. 한 문제 차이로 등급 차이가 벌어지고 한 번만 시험을 보다 보니까 그날 실수하면 그간의 농사를 망치는 격이다. 나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1년에 한번 보는 것보다는 서너 차례 봐서 실수로 낭패를 본 경우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대학 입시제는 복잡하다. 가급적이면 단순화하고 간편하게 하고, 학생 실력이나 적성을 제대로 포착해 선발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한 수시입학의 공정성 문제처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으니 대학 입시제도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취업문제만 볼 게 아니라 도외시하기 쉬운 인문학 같은 부분도 봐야 한다. 나라의 기본 소양, 기본기를 좌우하는 요소가 인문학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나 예술까지 분야를 넓혀 융합해야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대처하는 거다. 당장 돈 나오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문학ㆍ예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고 육성해야 한다.”

- 임기 내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국민의 고통이 심하다.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노력들을 해야 하는데 사교육 문제를 접근하는 정부 정치권의 접근이 잘못됐다. 원인을 정확히 찾아서 처방해야 하는데 대체로 결과에 처방을 내린다. 사교육이 성행하니까 학원 수업시간 제한하자, 주말에는 학원 못 열게 하자, 이런 식 접근들은 그저 결과를 붙들고 하는 일이다. 사교육비 부담 줄이기 위해서는 왜 사교육이 성행하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공교육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과열 경쟁도 원인 중 하나다. 사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도 못할 정도로 국민의 고통이 극심한데 어떻게든 공교육을 살려내서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새 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새 길, 새로운 세상. 항상 새로운 길을 뚫어서 새로운 세상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삼은 좌우명이다. 정치도 문제라고 하지만 말고 제대로 변혁시킬 수 있도록 국회에서 길을 터줬음 좋겠다. 경제도 진보와 보수의 이념에 갇히지 말고 기존의 모델 벗어나는 21세기형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서 국가가 한 차원 높게 도약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정치인으로서 항상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문제제기를 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국가발전을 꾀하는 사람이 되겠다. 나는 복 많은 사람,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도움도 많이 받고 성원도 받아서 어떻게 보답할까라는 마음을 갖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

■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전북 정읍 출생. 18·19·20대 국회의원. 전주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전북도 문화관광국장, 환경보건국장, 경제통상국장 등을 거쳐 2002~2006년 정읍시장을 역임했다. 2008년 전북 정읍에서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으며 농림수산식품위원회와 미래전략및과학기술특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거쳤다. 2012년 재선에 성공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13년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를 거쳐 3선에 성공한 뒤 교문위원장에 선출됐다. 대한민국소비자대상 소비자입법부문 대상,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100인 대상, 대한민국 행복나눔봉사대상 의정발전대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전봉준장군이 100년만에 깨어난다면》《전북사랑》《정읍의 길, 대한민국의 길, 나의 길》《전북의 길》등이 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 정리 = 구무서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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