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의 체질 개선, 핵심은 ‘재정’

직선제·국가교육회의 등 대학 ‘혁신’ 화두

[한국대학신문 이하은·장진희 기자] ‘체질 개선과 재정지원’ ‘자율성과 민주성’ ‘공정한 입시’ ‘대학가 노동권’. 2018년 교육정책의 화두다. 지난해 새 정부가 새로운 교육정책을 연이어 시행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사안이기도 하다. 하나하나 파급력이 큰 데다가 현재진행형이어서 올해도 관련 논의는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는 의견 수렴을 주문하는 동시에 진전된 해법이 제시될지 주목하고 있다.

■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 체질 개선, 가능할까? = 지방거점국립대 육성과 공영형 사립대는 대학 체질을 강화하려는 문재인정부의 정책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올해 국립대 혁신지원에 800억원, 9개 거점 국립대에는 474억원을 투입한다. 또한 공영형 사립대에는 4년간 총 288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구체적인 추진 정책은 오는 2월 확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가재정지원이 일부 대학에 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예산이 어떻게 확보되느냐가 관건”이라며 “고등교육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만큼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제도 설계를 정교히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의 숙원인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앞으로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최근 김상곤 부총리가 대학 총장들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교육부가 2019년부터 적용하는 일반재정 지원사업이 대학에 잘 정착되면 교부금법 도입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기조로 내건 문재인정부가 임기 내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통과시켜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기창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이사는 “교육 재정은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교부금법의 핵심은 바로 안정적인 재원 공급에 있다”고 밝혔다.

■ 화두로 떠오른 대학 자율성 회복과 민주성 강화 = 지난해에는 전 정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논란 등으로 교육부가 폐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출범시켰다.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과 주요 고등교육 정책, 교육 거버넌스 개편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수능 절대평가 전환, 고교학점제,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등 새 정부 교육정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게 된다. 그러나 민간위원들이 대부분 교수로 구성돼 있어 ‘현직 교사 패싱 논란’도 제기된다.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중장기 국가교육정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 김상곤 부총리가 사학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상임 사학혁신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사진=한명섭 기자)

교육부가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사학혁신추진단’을 발족했고 12월에는 사학 발전을 뒷받침할 법·제도 정비를 위해 ‘사학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현장의 사학비리 관련 정책 사안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방정균 상지대 교수는 “예상보다 사학혁신위원회와 추진단의 사학비리 척결 속도가 빠르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위원회는 사립학교법 제·개정을 논의하고, 비리를 저지른 세력이 학교로 복귀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 등을 완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입시제도, 교육의 공정성 높일 수 있을까 = 교육부가 1년 유보한 수능 절대평가 여부가 올해 결정된다.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첨예한 교육 이슈 중 하나였던 만큼 수능개편시안에 주목하는 눈도 많다. 이해당사자가 광범하고 찬반이 극명하게 갈려 교육부가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은 “무한경쟁을 벗어난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학들과 시민단체 공정사회국민모임 등은 “패자부활전을 없애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지난해 12월 12일 열린 대입정책포럼에서도 서로의 입장차만을 확인해 의견을 중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제도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해관계자들은 교육부가 신중히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 노동존중사회…대학가 비정규직·시간강사·대학원생은? =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선포했으나, 국공립대 비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시되는 대상은 대학회계 계약직 직원이다. 현행법상 대학 자체 수입인 대학회계로 고용하는 계약직 직원에 대한 고용 및 처우는 국공립대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추가적인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한, 이들의 정규직화는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일곤 국공립대노조 정책실장은 “노조가 학교 측의 재정난을 고려해 고용안정을 우선적으로 보장해달라고 주장하나, 학교 측은 요지부동”이라고 지적했다.

시간강사법은 오랜 기간 극심한 진통을 겪은 만큼 갈등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논의했으나 진척되지 않고 있다. 사태 해결을 앞두고 걸림돌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재정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연간 2754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대학 측은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시행을 꺼려왔다. 또 노동조합 측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협의체를 만들어 3월 안까지 개선책을 마련해 개정해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이라고 주문했다.

▲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권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진은 발언하고 있는 이우창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의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DB)

정부가 학생이면서 동시에 노동을 하는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을 위해 앞장설 것인지도 과제로 남았다. 그동안 대학원생 조교는 교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태식 동국대 총장이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아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생 조교가 근로자로 인정받고, 4대 보험·퇴직금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학원생들은 “교육부가 대학원생 조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국회는 대학원생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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