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급감·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4차 산업혁명 등 위기 인식

‘상위동행’ ‘정도모우’ 등 주요 사자성어로 메시지 강조

▲ 윗줄 왼쪽부터 이덕훈 한남대 총장, 홍덕률 대구대 총장, 김정우 대구가톨릭대 총장, 나의균 군산대 총장, 김도종 원광대 총장, 김영섭 부경대 총장,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아랫줄 왼쪽부터 정병석 전남대 총장, 임태희 한경대 총장, 유지수 국민대 총장, 허향진 제주대 총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최일 목포대 총장, 김봉렬 한예종 총장.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대학 총장들의 2018년 신년사에는 올 한 해 또한 대학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이를 극복해나자는 메시지가 주로 담겼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학령인구 급감현상이 드러나는 해이자 2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덕훈 한남대 총장은 “잠시 멈춰 서서 가고 싶지만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입학 자원 감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체질 개선’ 등 우리가 처한 상황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간 보여준 한남인의 저력과 열정, 학교를 위한 헌신과 책임감이라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느슨한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우리 스스로 ‘도전과 혁신’의 길로 나아간다면 우리 한남대의 발전과 영광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 또한 “올해에도 학령인구 감소, 재정난, 4차 산업혁명, 재단 재정상화 등 쉽지 않은 도전들이 이어질 것이다. 어느 하나라도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실패하게 되면 대학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 교육과 대학 경영에 담아냄으로써 ‘사회와 교육수요자로부터 선택받는 대학’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김정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대학은 쉼을 몰라야 한다’는 숙명을 원망하거나 거부하고 싶지는 않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인류사회를 위한 보편적 가치추구라는 대학의 본질은 변할 수 없지만 대학교육의 방법은 변화돼 왔고 변화하고 있으며 변화돼야 한다”면서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항상 변화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대학교육의 정체성과 숙명을 거부할 수 없기에 우리 대학은 오늘도 이 변화를 앞장서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의균 군산대 총장은 2018년 트렌드 키워드로 ‘Wag the Dogs’ ‘워라밸(work life balance) ’미닝아웃‘ ’관계의 재정의‘ 등을 꼽으면서 교육은 물론 문화,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우리 사회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총장은 “올해 군산대는 고등교육의 일선에 서서 그간의 교육 패러다임을 돌아보고 새로운 모델을 진지하게 정비해보는 시간을 갖겠다”면서 “지역중심대학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하며 지역사회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김도종 원광대 총장은 ‘대학 4.0시대의 대학모습으로 3합신사(三合紳士)’ 교육을 제시하며 이처럼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국제적 활동능력을 기르는 국제(國際, trans-national)신사, 여러 학문 영역을 이해하는 학제(學際, trans-disciplinary)신사, 다양한 종류의 직업 능력을 갖추는 직제(職際, trans-competency)신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개인맞춤형 사회에 적응하며 자립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특히 직제 신사는 100세 현역시대에 최소 3개 직업을 가져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시작한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합심이 중요하다는 당부의 메시지도 많았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서로 위하며 함께 가자는 의미의 ‘상위동행(相慰同行)’ 정신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새해에는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을 비롯한 지구촌 전체의 불확실성 파고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위험의 그림자 속에는 늘 기회가 숨어있어 어느 때보다 ‘함께 극복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무술년 새해 아침에는 ‘부경가족이 서로 위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상위동행의 정신’으로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우리의 길, 새로운 길’을 힘차게 열어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이처럼 어려운 때를 이겨낼 해법으로 ‘기본’을 강조한 총장들도 상당수였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은 바른 길로 가면 근심이 없다는 의미의 ‘정도무우(正道無憂)’를 언급했다. 정 총장은 “변화의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고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 좀 더 쉬운 길이라 여겨 본분을 저버리고 그릇된 선택을 하는 데서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걱정과 해악이 생겨난다. 근본과 원칙, 정의가 바로 설 때라야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상식이 통하고 순리가 흐르는 학문공동체의 건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바른 길”이라고 제시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이화는 항상 미래를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은 대학이었다. 지난 해 우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또 한 번 새로운 길에 나섰다”며 “어려울 때 특히 빛을 발했던 이화인의 유대를 통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자”고 말했다.

임태희 한경대 총장 역시 “대학은 여전히 다양한 가치들이 존중받고 폭넓은 견해와 지식이 넘치는 미래 사회의 근간이 돼야 한다. 튼튼한 뿌리를 바탕으로 할 때 변화하는 사회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경대는 세계일류 농식품생명기술분야의 선도대학으로 도약할 준비를 함과 동시에 특성화된 인재들이 융·복합기술을 학습, 연구할 수 있는 환경으로써 네트워크상의 어디서나 교육, 실습, 설계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구축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총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더욱 힘쓸 것을 약속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대학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이 소통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정”이라면서 “그렇더라도 우리 모두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한다. 서로 소통하며 협력해야 한다. 소통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허향진 제주대 총장은 《동의보감》'잡병'편에 나오는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을 인용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몸속을 흐르는 모든 것이 제대로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게 된다는 뜻인데 비단 우리 몸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허 총장은 “8년간의 총장직을 맡으면서 이러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법은 하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바로 ‘소통’”이라며 “교수와 학생 간은 물론이고, 학내 모든 구성원,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우리 제주대학교가 서로 통하는 소통 시스템을 이룬다면 해내지 못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무술년(戊戌年) 새해는 울산 지역공동체가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이룩하는 데 앞장서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울산대는 울산 공동체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지적 구심체로서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올해 문을 여는 남구 두왕동 산학융합지구의 제2캠퍼스는 혁신도시의 국책연구기관과 유기적 협조체계를 갖춰 울산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일 목포대 총장 또한 “목포대는 지역의 대학이 성장해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의 성과들을 이뤄낼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지역민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한다”면서 “우리 대학이 지역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성장의 길을 새롭게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새해인 만큼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김봉렬 한예종 총장은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아 보지 않은 날들이며, 진정한 여행은 아직 떠나지 않은 여행’이라는 터키 시인 나짐 히트멧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새해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총장은 “격동의 지난해를 보내고 2018년 새해를 맞았다. 해는 바뀌었지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커다란 변화의 시기는 계속 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는 늘 희망을 갖게 한다. 아무리 환경이 열악하고 조건이 불리해도 미래는 결정된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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