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희 지음 ⟪루쉰:청년들을 위한 사다리⟫

이 책은 루쉰의 생애를 중국학자인 저자 특유의 담담한 시선과 필체로 한눈에 알기 쉽게 연대기 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개인사적으로 중요한 일들, 인간적인 그의 면모와 사회적인 역할, 시대적인 배경, 주요 저작, 주요 인물들, 그의 생 굽이굽이 느꼈던 감정과 비애 등 루쉰의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루쉰의 생애에서 중요한 장소였던 일본 센다이와 중국 사오싱을 직접 답사하고, 그 현장의 생생함도 책에 담았다.

어느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한 루쉰의 삶은 이별과 방황의 세월이었다. 월나라 사람들의 후예들답게 ‘저항 정신’이 가득했던 고향 사오싱, 그곳을 떠난 루쉰은 난징으로, 도쿄에서 센다이로, 그리고 다시 도쿄로, 이후 항저우, 사오싱, 난징, 베이징, 샤먼, 광저우를 거쳐 마지막 상하이에서 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이 공간의 이동은 또한 정신의 방황이자 성장을 이룬 것이기도 하다. 그는 초기에 헉슬리의 ‘사회진화론’에 심취했고, 일본 유학 시절에는 장타이옌의 혁명론, 나중에는 마르크스주의로 끊임없이 변화했다. 때문에 루쉰을 ‘문학가’만이 아닌 ‘문학가이자 사상가이자 혁명가’로 일컫는 것이다.

“후배들이 이 사다리를 딛고서 더 높이 오를 수만 있다면 설령 내가 짓밟힌다고 한들 무엇이 아쉽겠는가! 중국에서 사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이가 나 말고 또 얼마나 있겠나.”

루쉰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걸었던 것은 그들만이 기존 사회의 악폐에 물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쉰이 희망으로 여겼던 그 청년들 또한 자신들의 꿈을 꾸는 빛나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를 돌아보자. 흔히들 꿈조차 꾸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고 한다. 청년들은 ‘내일’의 희망을 꿈꾸기보다 ‘오늘’을 살아내느라 바쁘다. 이런 현실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 우리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자신’을 되찾는 일이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 ‘정신계의 스승’을 찾아 헤맸고, 그 자신이 ‘정신계의 스승’이 되어 수많은 젊은이들의 출구가 되어주고자 했던 루쉰! 오늘날 우리 사회에 ‘정신계의 스승’, 우리 청년들에게 다시 ‘도전’을 꿈꾸게 할 사람이 있는가? 이 책은 이런 우리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오늘의 서’이자 ‘미래의 서’이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청년들이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루쉰이 청년들을 통해서 꿈꾸었던 것은 무엇이고, 청년들이 루쉰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연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상명대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마리북스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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