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택 지음 《가치를 디자인하라》

창의와 융합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빼놓을 수 없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의 융복합을 통한 이른바 ‘초연결 사회’라는 구조가 전제되어 있다. 지식의 경계를 나누는 학제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들이 일반화되고 있고, 교육 혁신과 마찬가지로 일반 기업들의 현장에서 생산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과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데이터들이 서로 공유되며, 생산과 소비의 간격이 허물어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융복합 기술들이 실제적으로 적용되고, 전에 볼 수 없던 비즈니스 모델들이 생겨나는 과정은 실제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과 맞닿아 있다. 인문과 기술의 융합을 통한 지식 융합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은 가치를 디자인하는 작업, 즉 ‘가치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가치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가치 디자인을 ‘인간이 사회와 세계의 문제들을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 의미 있고 값진 일을 설계하는 작업’이라 정의한다. 기업에서, 학교에서 누구나 창의적인 혁신을 꿈꾸지만,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그것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지 않으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고 만다. 그런 면에서 융합 콘텐츠라는 말은 아직 낯설지만, 상상만 해왔던 일을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설계하고 실천하는 가치 구현의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인문학적 사고와 과학적 기술의 합체가 불러올 놀라운 가치 디자인의 세계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 사회의 혁신 방향을 예측해본다.

저자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과 기술이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치를 디자인한다’는 말은 우리 스스로의 삶과 세계의 모습을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구체적인 과정이며, 따라서 우리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가치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가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은 나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같이 공감하는 관계에서, 수직보다는 수평 관계에서, 다른 영역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관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미래에 꼭 필요한 유연한 사고와 태도를 배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전한다.

김진택은 프랑스 파리 1대학(팡테옹 소르본)에서 철학과 매체미학을 전공했고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몸과 이미지에 대한 철학 및 미학적 화두를 기반으로 트랜스휴먼, 뉴미디어 아트, 가치 디자인, 디자인 씽킹 등의 인문 기술 융합교육 분야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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