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강의실, 실습실 열악한데…학습권 침해 우려돼”

“장학금‧기숙사‧취업 등에서도 학생 간 경쟁 더 치열해질 것”
폐교대학 늘어나는 추세에 재학생 피해 최소화 방안 필요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국대학신문 장진희‧주현지 기자] 서남대 폐교를 앞두고 인근 대학에서 특별편입학 수용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근대학 재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습권 침해를 근거로 반발하고 나섰다.

5일 현재 서남대 재적생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대학은 전북의 원광대·전북대·예수대·우석대·군산대 등이다.

원광대는 지난달 22일 ‘2018학년도 서남대 특별편입학 원서 및 모집안내’를 통해 서남대 재적생 1425명을 특별편입학 전형으로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원광대는 지난 2일부터 이미 원서접수를 시작했다. 원광대에 이어 전북대도 2일 서남대 의예과‧의학과‧한국음악학과를 대상으로 186명을 모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책 없는 편입학 수용…“재학생 학습권 침해돼”= 재학생 및 학부모는 대학들이 서남대 편입학생 수용을 결정한 것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서남대 재학생들이 대거 유입된다면 기존 재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 받는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의 수와 강의 공간이 충분하게 확보되지 않은 채 편입학생들을 모집하는 것은 학습의 질을 떨어뜨리고, 실습 기회와 기숙사 입주선발 등에서도 기존 재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원광대 간호학과 학생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한 학교 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지난 1일 ‘서남대 간호학과 원광대 특별편입 반대’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재하기도 했다. 5일 현재 1400명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청원에서 “간호학과는 기존 학생들도 수용하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실습실 등 공간이 협소해 두 과목의 시험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진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원광대와 전남대 의과대학 학생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류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회장은 “의대는 한 강의실에서 모든 수업을 소화하기 때문에 강의실 여건이 교육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당장 한 강의실에 20명만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공간이 협소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학금, 기숙사, 취업 등에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 대안 없이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편입학 수용으로) 실습환경이나 커리큘럼 등에 지장이 생기면, 의학교육평가인증에서 낮은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대협 차원에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상황이다.

예수대는 당초 간호학과 학생 215명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에서 76명으로 인원을 줄였다. 간호학과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3월 학기 시작 전까지 수업의 질 보장 위해 노력할 것”= 학교 측은 2개월여 남은 학기 시작 전까지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광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학생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학생들과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 차를 좁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대는 구성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29일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기존 재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설명했다. 전북대 관계자는 "실험 실습실 및 장학금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2020년에 8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완공 예정이다. 그전까지 서남대 편입학생들은 타 기숙사에서 지내도록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북대 의과대학 교수 충원율는 150%에 달하고, 커리큘럼도 서남대 의대와 유사하기 때문에 학사과정 진행에 있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폐교대학 늘어나는 추세인데…학생들 위한 대책은 부재=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수록 서남대 학생들은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명신대·벽성대학 등 3곳 폐교대학 학생 2116명 가운데 44%인 920명만이 다른 대학에 편입학했다. 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해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건동대, 경북외대 등 5개 폐교대학 학생 18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편입학 비율은 60.4%에 그쳤다.

김귀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한성대 교수)은 “폐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대학 구성원들이 떠안게 될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폐교대학과 인근대학 학생들에 대해 교육부가 책임지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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