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모집 실적 따라 급여 차등지급

홍보활동 할애 시간 많아져 연구‧교육권까지 침해한다는 정황도
부조리한 급여 지급 체계 제재해야 한다는 비판 이어져

▲ 대학이 교수들에게 홍보 업무를 강요하고 해당 업무 실적을 급여에 반영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편으로 홍보 업무 자체에 대해서 이해하더라도 이것을 급여와 연관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본 기사와 관계없음.

[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설립자의 횡령 사건으로 인해 학교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신입생 모집실적에 따라 교수들의 급여를 지급했다. 명목 상 동의서를 쓰게 했지만 의견수렴 과정 없는 대학 측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교수가 영업실적 따라 수당을 받는 직업도 아닌데, 마음대로 급여를 차등지급한 셈이다.” -A 대학 전 교수

“재단의 압박으로 인해 교수들이 홍보활동에 가담하는 사례는 상당히 흔하다. 오죽하면 몇몇 고등학교에서는 ‘XX대학 교수 출입 금지’라고 써놓기도 했다. 이처럼 교직원이 장사치 취급을 받기도 한다.” -B 대학 교직원

대학 측의 강요로 교수들이 신입생 모집 및 홍보 활동에 나서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홍보 활동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고, 이에 교수들까지 신입생 모집 및 홍보 업무를 떠안게 됐다는 것이 교육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홍보 실적이 교수들의 급여에 반영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교수들은 급여를 제대로 받기 위해 홍보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면 본업인 연구와 교육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 교수들 “학교 사정 이해하지만, 우리가 영업사원도 아니고…”=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경주대는 교수들에게 등록금을 면제하고 입학금을 환금해 주는 조건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도록 했으며, 이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 것에 대해 지적받은 바 있다.

한 경주대 교수는 “현재 홍보 활동에 따른 성과급 규정은 폐지된 상황이지만 2011년부터 약 5년간 지속됐었다”면서 “우리 학교가 4번 연속 부실대학에 선정돼 학교 재정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해당 규정이 불합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에 쓴소리를 하면 교원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테고, 이것이 곧 봉급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교수들이 직접 건의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본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려대는 전체 교직원들에게 신입생 등록 여부에 따라 급여를 차등지급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신입학생‧편입학생‧대학원생 모집 실적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해당 점수를 환산해 급여에 반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입생 홍보 활동에 가세한 적이 있다고 전한 교수들은 “온전한 급여를 받기 위해서 신입생 모집 활동은 필수적이었던 셈”이라면서 “고등학교로 직접 홍보활동을 가거나 지인들에게 직접 권유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홍보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경우 연구 활동에 매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 연구‧교육권 침해 여지 다분…제재 방안 모색해야= 대학 관계자들은 교수들의 업무 외 영역인 홍보 활동을 급여와 연관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수의 업무는 연구와 교육이라고 고등교육법에 명시돼 있으며, 홍보 활동에 가담하다보면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어 연구‧교육권 침해 여지도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들의 만행을 제재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김귀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은 “정부가 입학률, 재학생 충원율 등으로 대학 경쟁력을 평가하다 보니 일어난 사단”이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차원의 움직임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희영 경주대 교수협회장은 “대학 내에서 교수들이 겪은 부당함에 대한 법적 권리구제는 개인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 함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위를 저지른 대학이 소송 당사자를 비롯해 같은 입장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력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장은 “연구가 본업인 교수들에게 홍보 영업을 강요하고, 이 실적에 따라 급여를 환산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불합리”하다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고 교육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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