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개선대학 60% 진입 목표…‘대학 구성원’ 마음 모으기에 총력

4차 산업혁명 대비 공학계열 80% 확대…학생 참여형 수업방식 도입
‘명품인재이어달리기 캠페인(가칭)’ 본격 실시…재정 다각화 노력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야구를 보면 난타당하면서 굉장히 어려울 때 구원투수가 등판하지 않나. 나 자신을 충북도립대학의 구원투수로 여기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총장이 되겠다. 그래서 이 대학이 다시 크게 일어서는, 지역에도 봉사하는 대학으로 만들어보겠다.”

지난해 12월 5일 취임식을 갖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 공병영 충북도립대학 총장의 포부는 대단했다. 그만큼 자신감도 넘쳤다. 교육부 평가지원과장, 장관 비서실장, 교육안전정보국장을 비롯해 충남대와 서울대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그는 자타가 공인한 교육행정 전문가다. 그는 그간의 역량과 경험을 모아 지난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 각종 정부재정 지원사업 탈락은 물론 신입생 모집에서도 충원율 100%에 실패하며 ‘부실대학’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충북도립대학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 총장 취임을 축하한다. 교육부 공직에 있다가 전문대학 총장으로 왔다. 소감이 어떤가.
“충북도립대학 총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막중한 소임을 맡겨 주신 데 대한 무한한 영광인 한편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동안 공직생활을 통해 쌓아온 교육행정역량과 경험·네트워크를 토대로 어려운 이 시기에 우리 대학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작지만 강한 대학, 새로운 특화된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

- 공직에 있을 때 전문대학과 관련해서 느꼈던 점이나 생각한 바가 있다면.
“주로 대학평가를 담당했다. 그때 처음으로 전문대학을 접했는데 굉장히 역동적이고 실재적이라고 느꼈다. 그 뒤 서울대·충남대 등 큰 규모의 대학들에 있었다. 그러면서는 학생들이 너무 고학력만 좇다가 취업이 안 되는 것보다 좀 더 실재적인 교육으로 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독일이나 일본의 모델이 그렇다. 실재적인 기능을 익히고 바로 현장으로 간다. 우리나라도 그런 시스템이 돼야 한다.”

-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대학경영을 해나갈 계획인가.
“무엇보다 교육 수요자 중심, 즉 학생 중심 대학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학생 수요에 부합하는 대학운영을 통해 진정으로 학생이 행복한 대학으로 거듭나겠다. 학생들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 우수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교육 경쟁력 강화와 통합적 취업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 또한 앞으로 사이버대와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우리 대학은 내년이면 개교 20주년으로 성년을 맞는다. 그간 대학이 사춘기를 겪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성년을 맞아 앞에 놓인 난관들을 구성원들과 합심해 하나씩 헤쳐 나갈 것이다.”

- 충북도립대학이 안고 있는 지금의 가장 큰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모든 대학이 그렇듯 올 초에 실시될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다. 이것이 가장 큰 숙제겠다. 자율개선대학(60%) 진입을 목표로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기획처장 주관으로 월 1회씩 관련 회의를 진행했지만 지금은 평가대응 TF를 꾸려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관장이 직접 나서야지, 맡겨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평가 포인트를 계속 체크하는 등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지난 1주기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은 교육과정·학생지원·특성화 등의 항목에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보완하고 있다. 사실 평가는 3년 치 실적으로 이뤄지지만 저한테 주어진 건 두 달뿐이다. 2달 안에 어떻게 반전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내게는 12척이 남아있다’고 했던 이순신 장군처럼 ‘내게 두 달이 남아 있다’는 각오로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여차하면 야전 침대도 놓으려 한다.”

- 이미 1~2차년도가 지났고 3차년도도 학사운영이 마무리되는 상황이다. 한계가 있을 텐데.
“2달이면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자체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역량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건 있었지만 엄청나게 큰 차이는 아니다. 보완하면 된다. 패인은 내부분열이다. 이것만 잡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면 뭐든지 이뤄낼 수 있다. 구성원들을 하나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두 달간 충분히 실적 올릴 수 있다.”

-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충북도립대학은 IT·BT·ET 분야의 전공학과를 중심으로 편제돼 있다.
“우리 대학은 ‘충청권 명문 직업교육대학’을 비전으로 4차 산업혁명과 충북도의 10대 전략육성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산업의 수요에 맞는 전문 기술인재를 양성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공학계열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2019학년도에는 8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간’이다. 인공지능(AI)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과 같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교육과정에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필요하다면 학과개편도 구상 중이다. ‘명품(名品) 교양강좌’ 개설을 통해 기술교육과 함께 올바른 인성 함양을 도모하겠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수업방식을 점진적으로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거꾸로 수업’과 같은 혁신적인 수업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온라인 강좌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겠다. 더불어 3D 프린터, 드론 등 인접 분야 동아리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대학운영으로 창의·융합형 미래인재 양성과 취업률 향상을 꾀하겠다.”

- 도립대학들은 문재인정부의 기조에 맞춰 내년부터 입학금을 폐지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실제 와보니 재정 상황이 어떤가.
“우리 대학 또한 입학금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이 생각한 이상으로 너무 열악하다. 연명수준이다. 이 예산으로는 턱도 없다. 입학금 폐지에 따른 대학회계 보전방안이 관건이다. 우선적으로는 충북도와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겠다. 재원은 어느 한쪽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도 지원금 편성 시 자구 노력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지원금을 확대하는 매칭펀드 방식을 논의할 것이며, 발전기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재원을 확보해 나가겠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명품인재이어달리기 캠페인(가칭)’을 해나갈 계획이다. 얼마를 기부하느냐는 중요치 않다. 충북도립대학을 한번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이어달리기로 기부하는 문화 형성이 중요하다.”

- 입학자원 감소 등으로 지방에 위치한 전문대학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올해를 기점으로 대학 입학정원이 학령인구를 넘어선다.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이면 현존 대학의 절반은 도산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지방 전문대학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제부터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학비가 낮으니까 우리 대학에 오라고 해서만은 안 된다. 취업·글로벌·진학 등과 관련해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니 너희들이 우리 대학에 오면 미래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최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애브랫대학과의 MOU 체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학은 보잉사에 모든 인력을 공급하는 공립 전문대학이다. 규모는 우리 대학보다 10배 정도 크며 학생도 굉장히 우수하다. 이러한 대학과의 MOU 체결을 통해 학생들의 기회를 넓혀주려고 한다.”

- 전문대학은 대부분이 사립대학이다. 그 가운데서 도립대학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립 전문대학인 도립대학은 기본적으로 농어촌 지역의 고등교육 기회 확대를 목적으로 설치됐다. 따라서 국가와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상생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상생협의체를 통해 대학이 지역사회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발전의 거점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기숙사 신축이 핵심이다. 만약 기숙사가 신축된다면 학생들이 이 지역에 정주하게 되고 대학촌이 형성되면서 옥천군이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현재 위탁 운영하고 있는 진로체험지원센터와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 그치지 않고 직장인 재교육, 다문화·장애 등 소외계층 지원 분야의 사업을 추진해 '지역커뮤니티센터'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

-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무엇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총장’으로 남고 싶다. 외부에서는 우리 대학이 존폐 기로에 서 있다고 한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신입생 모집, 정부재정 지원사업 유치 등 여러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체질을 개선해 생존을 넘어 발전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소임을 안고 총장에 취임했다.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각오로 우리 대학의 발전상을 그려 나가겠다. 4년 뒤 변화된 우리 대학의 모습을 기대하시기 바란다.”

▲ 공병영 총장이 최용섭 본지 주간(오른쪽)과 대담하고 있다.

■공병영 총장은…
1958년생. 부산 출신으로 동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교육부 평가지원과장, 장관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충남대 사무국장과 서울대 시설관리국장·사무국장,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30일 충북도립대학 제6대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 = 최용섭 주간 / 정리 = 천주연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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