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대림대학교 교수(건축과)

▲ 권오철 교수는 지식산업이자 경험산업인 견축을 배울 때 실제로 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실제 건축현장의 모형, 부위별 상세, 자재 샘플 등을 축소 배치한 목업(Mock-Up) 강의실을 건의해 만들었다.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권오철 대림대학교 교수(건축과)는 학생들 사이에서 ‘피곤한 교수’로 유명하다. 교수법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권 교수는 여러 가지 수업법을 적용해봤으며, 그의 교수법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수업시간에 실무현장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 시청각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그에 해당되는 건축산업기사 자격증 기출문제 20~30개 문항을 선별해 쪽지 시험을 쳤다. 적게는 한 학기에 4번, 많게는 7번까지 봤다. 학생들이 수업과 동시에 국가기술자격증인 ‘건축산업기사 자격증’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자격증은 졸업하고 나서 연봉이나 진로·직급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론수업에서 어떻게든 조는 학생들이 없게 하려 시작된 이러한 권 교수의 노력은 최근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초 열린 ‘전문대학 포럼’에서 ‘역할학습법(Role Playing)을 활용한 건축시공 문제중심학습법(PBL) 교수·학습모형 개발 및 적용’ 연구사례로 교수학습연구대회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은 것이다.

권 교수는 수업에 역할학습을 활용했다. 학기 초가 되면 학생들의 특성을 살펴 조를 구성해준다. 조별로 한 학기 동안 실습할 자신들만의 가상 회사와 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고를 만들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 건설현장에서처럼 조원 4~5명이 현장소장, 공사과장, 서류 작업하는 공무, 품질, 안전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이번 수업의 주제가 가설공사라면 시공은 공사과장이, 품질과 안전은 각각 맡은 사람이 조사해 서로에게 설명해주는 식이다. 취합과 발표 등 리더의 역할은 현장소장의 몫이다. 이러한 역할은 한 주씩 로테이션된다.

“실제 각각의 역할을 해보면서 자기가 간접 체험해보는 거예요. 또 가상의 건설회사에서부터 역할을 부여하고 수업을 하니까 학생들의 흥미도와 참여도도 높아졌어요.”

최근 정차해 있던 버스 위로 탑 크레인이 넘어진 사고, 제천 화재 사고 등 시사성 있는 주제들도 PBL 과제로 다뤄진다. 수업시간에 교수가 백날 중요하다,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이런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직접 조사해볼 때 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탑 크레인이 왜 넘어가는지, 화재는 왜 나는지 등을 과제로 주면서 중간중간 신문기사 등을 보여줘요. 이런 방식은 상당히 도움이 돼요. 이슈가 돼 학생들이 많이 접했던 내용이거든요. 이론적으로 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설명해도 학생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아요.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접하고 나서 자신이 직접 그 원인과 해결책 등을 조사해보면 더 관심을 갖고 찾으며, 잘 기억하더라고요.”

▲ 권오철 교수가 수업시간에 쓰이는 실습교구재를 설명해보이고 있다.

권 교수는 이 같은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 개개인의 역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방적인 교수의 강의만 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권 교수는 학생들마다 가진 역량이 다른 만큼 추후에는 이를 취업지도와 연계시켜 지도해볼 생각이다.

“저 또한 이러한 수업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이 굉장히 무한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이론 수업만 했다면 시험을 잘 보고 성적 좋은 학생들만 주목했을 거예요. 그러나 공부는 잘 못할지라도 발표를 잘하는 친구, 정리를 잘하는 친구, 리더십이 좋은 친구도 있더라고요. 학생들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됐죠. 학생의 특성에 맞게 취업지도를 하게 되면 미스매치도 어느 정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수업을 통해 다양한 도구를 시험해봤다면 이제부터는 적합한 도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게 목표라는 그다.

“해당 교과목만이 갖고 있는 특성과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내용을 파악해서 문제를 알았으면 그걸 요리할 수 있는 칼을 찾는 게 중요해요. 그 칼이 교수법이죠. 교육학계에서 수많은 교수법을 얘기해요. 각각의 이론적 배경도 다 있고요. 이제는 그 가운데서 제가 맡은 교과목들에 가장 적합한 교수법을 찾아가야죠.”

권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8년 처음 대학교수로 부임했을 때 신임교수 연수에서 들었던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여러분들은 이제 교수님은 됐지만 아직 교육자는 아니다”라는 어느 강사의 말이다. 이제는 교육자가 된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조심스레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수업을 통해 열심히 지식은 전달하려고 했지만 과연 진정한 교육자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건 제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한 계속해서 고민해야 될 숙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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