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호산대학교 부총장

▲ 김재현 호산대학교 부총장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17년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대학생의 23.6%가 ’공무원·교사‘, 20%는 ’공공기관·공기업‘, 19.8%는 ’대기업‘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문대학생은 28.4%가 ’중소기업‘, 24.6%가 ’대기업‘, 15.4%가 ’공무원·교사‘로 조사됐다. 이 결과는 일반대학마다 ’공무원반‘ ’대기업반‘을 만들어 학문연구와 교양교육이라는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린 채 ’공무원양성학원‘화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한다. 한편 전문대학은 NCS 기반 교육과정운영, 현장실습강화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전문직업인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가치판단을 떠나 이러한 객관적 데이터는 우리나라 전문대학이 국가의 산업발전과 인력양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일반대학이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색이 옅어지는 과정 속에서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정체성을 뚜렷이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사회로 인한 노인 인구의 급증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인한 직업수명의 감소와 신직업수요의 증가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으로 하여금 새로운 고용창출을 위한 ‘평생직업교육’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평생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생교육의 6대 영역은 학력보완, 성인문자해득, 직업능력향상, 인문교양, 문화예술, 시민참여교육이다. 이 중 직업능력향상교육이 평생직업교육이며, 나머지 5개 영역은 일반대학에서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다. 평생직업교육은 수십 년간 직업교육의 외길을 걸어온 전문대학이 담당해야 할 사명이다.

평생직업교육대학은 SCK사업의 한 유형으로 미래형 고등직업교육 운영 체제 구축을 목표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10개 대학이 수행 중이다. 10개 대학은 30~50%에 달하는 정원감축을 통해 대학의 체제를 개편했고, 수도권을 제외한 각 권역에서 3년간 총 5만 414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그리고 3년간 평생직업교육대학을 통한 취업자는 2300명에 달하며 매년 7%p의 취업률 향상을 나타내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고, 창업 건수도 121건에 달해 취·창업 활성화라는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학습중심대학, 평생학습도시, 평생교육단과대학 등 대학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유사사업의 혼재와 폴리텍대학과 직업교육기관 등의 치열한 학습자 유치 경쟁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문대학이라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존재가치를 토대로 평생직업교육 수요에 적합한 다양한 비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평생직업교육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수년간의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해 전문대학이 마주하고 있는 지금의 여러 어려운 대학환경을 극복하고 지역사회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전문대학의 발전 모델 중 하나이며 지난 3년간의 성과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측면으로 요약된다.

▲ 호산대학교 호텔조리학과

첫째, 다양한 비학위과정의 운영과 전 연령층 대상 운영이다. 10개 대학은 2014년 197개, 2015년 626개, 2016년 875개의 비학위과정을 개발·운영했다. 이수자 수 역시 2014년 4738명, 2015년 1만 8735명, 2016년 2만 6941명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학습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면 20대가 1만 6714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1만 1744명, 50대 9610명, 30대 7637명 등의 순으로 분석됐다. 즉, 처음 입직단계에 있는 20대와 인생2모작을 위한 전직단계에 있는 40~50대의 수요가 많은 것이다. 이는 10개 대학이 철저한 지역사회 수요분석을 통해 학습자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평생직업교육대학을 통해 입직과 전직희망자들의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킨 것이다.

둘째, 도제식명장교육 운영이다. 평생직업교육대학 중 5개교는 2015~2016년 대한민국 명장, 한국품질명장과 같은 고숙련 기술인을 통한 도제식명장교육을 운영했다. 총 98개의 도제식명장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됐으며, 7112명의 고숙련 기술인력이 양성됐다. 미용·보일러·용접·제과 등 그 분야도 매우 다양하며 명장들이 가진 휴먼웨어를 전수받아 산업현장에서의 숙련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학력(學歷)보다 능력(能力)이 중시되는 선진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기술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평생직업교육대학이 수행하고 있는 도제식명장교육은 이러한 능력과 역량기반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셋째, 1대학 1명품과정 운영이다. 10개 대학은 각 지역과 대학의 특색에 적합한 명품과정을 운영중이다. 농산업 및 6차산업 인력양성과정, 건설기계 운전과정, 패션가죽가방 창업과정, 명장아카데미 과정, 시니어계층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 휴먼서비스전문가 양성과정 등 매우 다채로운 과정을 운영 중이다. 대학별로 가장 경쟁력 있고 취·창업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대학은 상생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렇듯 평생직업교육대학 10개교는 대학의 체제를 기존 학위과정 중심에서 학위과정과 비학위과정이 혼합된 미래형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체제를 개편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학위과정 정원을 30~50% 감축하는 구조개혁을 진행 중이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대학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감소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성인학습자의 교육수요 충족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취·창업 활성화를 통해 국가의 고용창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빠르게 다가올 학령인구 급감과 고령화사회에서 미래형 전문대학 모델 중 하나인 평생직업교육대학이 더욱 확대·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제도적, 행정적 차원의 발전방안이 요구된다.

첫째, 고용보험기금 지원이다. 고용보험은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을 위한 것이다. 평생직업교육대학이 3년간 2300명의 취업자 배출을 통해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비무료교육과 훈련수당까지 지원받는 타 교육기관과 비교할 때 학습자들이 느끼는 매력도는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아울러 각 대학들은 지역 산업단지와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의 HRD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대학의 교수진과 기업이 함께 고민하고 개발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나, 비학위과정에 대한 고용보험기금 지원이 없어 기업과 대학 모두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있다. 따라서 평생직업교육대학이 개발·운영하는 NCS 기반 비학위과정에 대한 고용보험기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둘째, 비학위과정에 대한 학점인정이다. 이상적인 대학의 모습 중 하나는 학생들이 학위과정과 비학위과정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학습을 통해 본인의 학점을 취득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교육을 통해 본인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추구하는 유교권 국가에서 학위라는 국가의 인정제도는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비학위과정을 아무리 많이 수강하더라도 학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수료증과 자격증 수여에 그친다면 비학위과정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며 사회에서의 인정 역시 낮은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NCS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 비학위과정을 수강했을 때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체제가 마련된다면 평생직업교육대학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셋째, 수업연한의 다양화다. 이미 미국의 커뮤니티칼리지는 4년의 학사학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확대일로에 있다. 그리고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우리나라에서도 나노디그리 과정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도 없이 100%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며 학생들은 3~6개월마다 국가를 옮기며 그 지역 시설을 체험하고 주민으로 살아간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수업연한에 얽매일 필요 없는 평생직업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3년이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고, 석사학위도 1년이면 취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영국 대학교육의 질을 평가절하하지는 않는다. 수학연한보다는 교육의 질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국가적 시련을 극복하고 고도의 압축성장을 하면서 국가의 위상을 높여왔고 그 결과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에 가입했으며 또한 세계에서 7번째로 하계·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47개국 중 146개국이 여전히 국민소득 2000 달러에 그치지만 유일하게 우리나라는 3만 달러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비약적 국가 성장과정에 전문대학이 전문직업인 양성을 통해 많은 기여를 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미국식 6-3-3 학제, 일본식 문과·이과 구분, 독일식 마이스터고, 호주와 영국식 NCS, 독일과 스위스식 도제학교 등 여러 나라의 선진 제도가 혼재돼 있고, 심지어는 무학년제와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핀란드식 교육이 교육자들 사이에서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 왔다. 국가별로 국민정서, 문화와 정치, 경제적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나라별로 가장 좋은 제도들을 접목시켜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평생직업교육대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한 바람직한 모델이 나오기 위해 먼저 요구되는 것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한국식 전문대학 모델 구축’이다. 10개 평생직업교육대학은 지역별·대학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대도시·중소도시·농산어촌 등 137개 전문대학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다양하며 지역에 맞게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장미꽃은 장미꽃이어서 이쁘고, 찔레꽃은 찔레꽃이어서 이쁘며 진달래는 진달래라서 이쁘다. 그래서 봄이 오면 형형색색 다양한 꽃이 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행복해진다. 국가발전을 위한 전문직업인 양성에 오늘도 불철주야 헌신하고 있는 전문대학에도 혹한 겨울을 지나 다채로운 꽃들이 만개하는 아름답고 따스한 봄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산업현장에서 본인의 역량을 기르고 국가와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어려운 작업현장에서도 땀방울을 흘리며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전문대학생들과 헌신적 마음으로 우리 학생들을 지도하고 지원하는 열정적인 전문대학 교직원분들께 마음속 뜨거운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